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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숨기고 그린… 천재 화가들의 민화와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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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숨기고 그린… 천재 화가들의 민화와 만나다

입력
2018.07.01 14:54
수정
2018.07.01 19:19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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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현대 ‘조선시대 꽃그림’전

한ㆍ일 양국에 흩어진 50여점

해외 겨냥 ‘민화 띄우기’ 성격도

화조도, 19세기, 8점 중 2점, 종이에 채색, 각 66 x 34㎝, 개인소장. 갤러리현대 제공
화조도, 19세기, 8점 중 2점, 종이에 채색, 각 66 x 34㎝, 개인소장. 갤러리현대 제공

민화(民畵)라 불리는 그림은 19세기 말~20세기 초 축복용, 교육용, 장식용 등 다양한 목적으로 제작된 그림을 두루 포함한다. 당시 시장에서 판매하는 그림이라 ‘속화’ 또는 문에 붙이는 그림이라 ‘문배 그림’으로 불리기도 했다. 무명화가들에 의해 제작됐다고 하여 민화라고 부르고 있지만 사실은 그 가운데 이름을 숨긴 천재 화가들의 창작품이 적지 않다. 김기창, 이우환, 장욱진, 김종학 등 유명 화가들이 그 예술성에 감탄해 민화를 가까이 두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 종로구 삼청로에 위치한 갤러리현대에서 ‘민화, 현대를 만나다: 조선시대 꽃그림’ 전이 열린다. 신관인 갤러리현대, 구관 현대화랑, 부속건물 두가헌갤러리까지 3개의 공간을 모두 털어 여는 대형 전시다. 도형태 대표는 “2016년 예술의전당에서 열었던 ‘조성 궁중화ㆍ민화 걸작전 – 문자도ㆍ책거리’ 전시의 반응이 매우 뜨거웠다”며 “당시 우수한 화조걸작을 한데 모았다면, 이번엔 대중적 소재인 꽃에 주목해 조선시대 꽃그림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훼도, 19세기, 4점, 종이에 채색, 각 54 x 65㎝, 개인소장 (제 1폭). 갤러리현대 제공
화훼도, 19세기, 4점, 종이에 채색, 각 54 x 65㎝, 개인소장 (제 1폭). 갤러리현대 제공

전시에는 민화 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화조도(꽃과 새를 주제로 한 그림)를 비롯해 화초도, 화초영모도(화초와 동물을 주제로 한 그림), 연화도, 모란도, 화훼도 등 민화 50여점을 선보였다. 김기창 화백 등 유명한 민화 컬렉터들의 개인 소장 작품뿐 아니라 온양민속박물관, OCI미술관 등 사립박물관의 소장품도 여럿 나왔다. 일본의 미술평론가 야나기 무네요시가 표구 디자인 개념을 잡고 영국 도예가 버나드 리치가 족자봉을 만든 일본민예관 소장 ‘연화모란도’와 일본에 있는 우리나라 화조화 중 최고로 평가 받는 ‘화조도’ 등 일본 소재 명작들도 볼 수 있다.

전시의 공동기획자인 고연희 성균관대 교수는 “민화는 무명작가의 작품이라고 해서 낮춰 보는 경향이 강했는데 크기로 치면 고관대작의 집에 걸렸을 작품이 다수였다”며 “당시 궁중화원들이 돈벌이를 위해 몰래 그린 작품도 많았는데 이런 그림들이 우리 미술사에서 거의 연구되지 않은 셈”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모란도, 19세기, 8첩 병풍, 종이에 채색, 85 x 47㎝, 개인소장. 갤러리현대 제공
모란도, 19세기, 8첩 병풍, 종이에 채색, 85 x 47㎝, 개인소장. 갤러리현대 제공

전시를 함께 기획한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은 “김기창 화백은 생전에 ‘민화에는 천상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며 심취했고 그 덕에 그 유명한 ‘바보산수’가 탄생했다”며 “김종학 화백도 화조도와 자수에 매료돼 본인의 작품에 반영됐다고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갤러리현대의 이번 전시는 상업화랑이 전략적으로 민화 띄우기에 들어갔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최근 한국 단색화가 외국 미술계에서 관심을 끌자 후속타자 준비에 들어간 셈이다. 전시 공동기획자인 정병모 경주대 교수는 “민화에는 상징, 추상, 조형 등 모든 언어가 들어 있다. 민화가 더 이상 옛 그림이 아닌 현대 미술의 시작으로 인식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8월 19일까지. 성인 입장료 8,000원. 월요일 휴관.

화조도, 19세기, 8점, 종이에 채색, 90.4 X 37.2㎝. 갤러리현대 제공
화조도, 19세기, 8점, 종이에 채색, 90.4 X 37.2㎝. 갤러리현대 제공

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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