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표향 기자

등록 : 2017.12.15 20:20
수정 : 2017.12.16 08:58

디즈니, 폭스 인수… 넷플릭스에 반격하는 올드 미디어

스트리밍 업계 3위 ‘훌루’ 품어

등록 : 2017.12.15 20:20
수정 : 2017.12.16 08:58

콘텐츠+플랫폼 사업자로 도약 야심

케이블 채널도 20여개로 늘어나

‘어벤져스’ ‘엑스맨’ 한솥밥, 마블 팬 환호

월트디즈니 로고가 지난 8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전광판에 표시돼 있다. AP연합뉴스

월트 디즈니(디즈니)와 21세기 폭스(폭스)가 만나 거대 미디어 공룡이 탄생하면서 전 세계 미디어 업계가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넷플릭스와 아마존 등 최근 급성장한 디지털 콘텐츠ㆍ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에 극장 관객과 TV 시청자를 빼앗긴 올드 미디어가 생존을 위해 반격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디즈니는 폭스의 영화ㆍTV 주요 부문을 524억달러(약 57조1,100억원)에 인수한다고 1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두 회사의 시가총액은 단순 계산으로도 2,130억달러(약 232조1,700억원)에 이른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디즈니는 폭스의 20세기 폭스 영화 스튜디오를 비롯해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FX네트웍스 등 20여개 케이블 채널을 소유하게 된다. 여기에 유럽 위성방송 스카이 TV와 인도 미디어 그룹인 스타 인디아도 영향력 아래 두게 돼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로 거듭날 수 있다. 할리우드 6대 메이저 스튜디오(소니픽처스, 월트 디즈니, 워너브러더스, 유니버설, 파라마운트, 20세기 폭스)끼리의 인수합병은 이번이 최초다.

무엇보다도 이번 인수 대상 중 가장 눈에 띄는 업체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훌루(Hulu)다. 훌루(가입자 3,470만명)는 넷플릭스(1억2,800만명)와 아마존(8,530만명)에 이어 3위 사업자다. 디즈니는 폭스가 소유한 훌루의 지분 30%를 사들이기로 해 총 60%를 소유한 최대주주가 될 예정이다. 미국 언론은 이번 인수 합병의 진짜 목적이 여기에 있다고 분석한다.

디즈니는 그간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에 특별한 관심을 보여 왔다. 지난 8월에는 자체 스트리밍 플랫폼을 2019년까지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서비스 시작에 앞서 디즈니의 작품들을 기존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철수시킬 것이라고도 밝혔다. 디즈니는 ‘어벤져스’ 시리즈 등 마블 스튜디오 영화들과 ‘스타워즈’ 시리즈를 자체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서만 공개하겠다고도 천명했다. 폭스 인수로 디즈니가 선보일 스트리밍 플랫폼의 콘텐츠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디즈니가 폭스의 콘텐츠와 방송 플랫폼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업계에 미치는 충격파가 큰데, 여기에 자사 콘텐츠를 독점 유통하는 자체 스트리밍 플랫폼까지 갖추게 되면 파괴력은 한층 막강해질 수밖에 없다. 스트리밍 업계 최강자인 넷플릭스와의 경쟁에서도 단숨에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단순한 콘텐츠 제작사에 머물지 않고 넷플릭스와 겨룰 수 있는 플랫폼 사업자로 거듭나겠다는 디즈니의 야심이 엿보인다.

디즈니의 콘텐츠는 이런 전략을 강력하게 뒷받침한다. 디즈니는 ‘토이스토리’ 시리즈 등을 만든 애니메이션 명가 픽사 스튜디오를 2006년 인수한 데 이어 2009년엔 마블 스튜디오를 사들였고, 2012년에는 루카스 필름까지 손에 넣으며 명실상부한 콘텐츠 제국으로 군림하고 있다. 픽사의 ‘토이 스토리’와 ‘니모를 찾아서’, 마블의 ‘어벤져스’ 시리즈, 루카스 필름의 ‘스타워즈’ 시리즈에 이어서, 이제는 폭스가 판권을 가진 ‘아바타’ ‘데드풀’ ‘판타스틱4’ ‘심슨가족’까지 한솥밥 식구가 됐다. 마블코믹스에서 탄생했지만 영화 판권 소유주가 달라서 ‘이산가족’으로 지내야 했던 ‘어벤져스’(디즈니)와 ‘엑스맨’(폭스) 캐릭터가 만나게 돼 특히 마블 팬들이 환호하고 있다. 디즈니도 ‘겨울왕국’ 같은 인기 애니메이션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자체 제작 콘텐츠 비중을 늘려가고 있는 넷플릭스를 제압하기 위해서라도 인기 콘텐츠 확보는 필수다.

향후 미디어 업계는 플랫폼 싸움과 콘텐츠 싸움이 뒤섞여 복잡한 양상으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 넷플릭스 또한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가입자 1억명을 돌파한 넷플릭스는 내년에 80억달러(8조7,200억원)를 자체 제작 콘텐츠에 쏟아 부을 계획이다. 어린이 프로그램 60편과 애니메이션 20편, 글로벌 시리즈 60편, 30개 언어권 자체 시리즈 등을 제작한다. 넷플릭스의 최고경영자(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우리의 최대 경쟁자는 수면”이라고까지 말한다.

디즈니와 폭스의 결합을 계기로 더 많은 올드 미디어가 인수 합병 경쟁에 뛰어들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 연예매체 할리우드 리포터는 분석가들의 말을 인용해 “투자자들은 이제 어떤 거래가 다음에 있을지 궁금해한다”며 “디즈니가 20세기 폭스를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남아 있는 영화ㆍTV 스튜디오는 점점 더 가치 있고 희소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레슬리 문베스로 CBS 회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우리는 괴물 같은 회사와 경쟁하고 있다”며 “결국에는 다른 콘텐츠 회사 및 유통 회사와 파트너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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