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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지침 폐기됐지만… “경직된 노동시장 회귀는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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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지침 폐기됐지만… “경직된 노동시장 회귀는 곤란”

입력
2017.09.2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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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노동시장 경직성 높아

청년층 등 미래 세대는

진입 기회 적을 수밖에 없어

저성과자 해고 유연하려면

사회 안전망ㆍ재취업 교육

함께 강화 ‘패키지 딜’로 가야

25일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뉴스1
25일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뉴스1
국가별노동유연성
국가별노동유연성

25일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의 ‘양대 지침’ 공식 폐기 선언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주요 공약이었다는 점에서 시기의 문제였을 뿐 예고된 수순이었다. 박근혜 정부가 노동관계법을 뛰어넘는 정부 가이드라인으로 해고의 길을 열어준 위법적인 지침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는 점에서 폐기는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보수쪽은 물론이고 적잖은 진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양대 지침 폐기가 ‘경직된 노동시장으로의 회귀’로 이어지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 고용 안정 조치들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노동시장이 더욱 경직될 경우 고용 회피 등 부작용이 더 클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기업들이 고임금 정규직 채용에 대한 강한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저성과자들을 정년까지 안고 가는 것이 기업이나 근로자 스스로를 위해서 바람직한 것인지를 두고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은 지금도 노동시장이 상당히 경직된 나라로 평가된다. 지난해 1월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가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은 조사 대상 139개국 가운데 83위에 그쳤다. 이는 중국(37위)이나 체코(47위), 칠레(63위), 포르투갈(66위)보다 뒤떨어지는 순위다. 이런 경직성이 ‘노동 천국’을 만든 것도 아니다. 대신 비정규직ㆍ간접고용 급증과 같은 노동 시장 이중 구조를 심화시켰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윤재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존 노동 시장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은 해고를 어렵게 하면 좋겠지만, 이는 청년층 등 새로 노동 시장에 진입하려는 미래 세대의 기회를 줄일 수밖에 없다”면서 “안정성과 유연성 모두 중요한 가치인 만큼 노사정이 타협을 통해 적정선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대량 감원이 따르는 정규직의 정리해고의 경우에는 OECD 국가들보다 훨씬 쉬운 반면, 저성과자 해고 등 일반 해고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난다.

그렇다 해도 전문가들은 ‘해고는 곧 죽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회 안전망이 부실한 상황에서 노동시장 유연화 논의는 다른 제도 보완 등과 함께 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시장 유연화는 저성과자 해고뿐만이 아니라, 사회 안전망과 근로시간 단축, 직무급화 등을 아우른 입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테크노인력개발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저성과자 해고를 유연하게 하려면 사회 안전망과 재취업 교육을 함께 강화하는 ‘패키지 딜’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과연봉제 역시 양대 지침 폐기로 제동이 걸리긴 했지만, 근속연한에 따라 동일 임금을 받는 호봉제 만이 답이어서는 곤란하다는 의견이 많다. 사실상 해고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성과에 따른 임금 격차도 인정할 수 없다면 그야말로 높은 철옹성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해고보다는 임금과 근로시간 유연성과 같은 기능적인 유연성부터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고, 권혁 교수는 “‘호봉제 회귀’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직무급제 강화 등을 포함한 임금 체계 개편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2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전국 기관장회의에서 김영주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전국 기관장회의에서 김영주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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