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친 'MS'-좌불안석 '한전', 라이선스 분쟁 격화

한국마이크로소프트(한국MS)와 한국전력(이하 한전)의 저작권 분쟁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전은 라이선스 위반 여부에 불안해 하는 반면, MS의 뒤늦은 저작권 침해가 신빙성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 한국MS, 뒤늦은 문제 제기…전략적 파트너십 포석?

현재 한국MS는 한전에 '클라이언트접속라이선스(CAL)'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한국MS에 의하면 한전은 지난 1998년 자체 배전지능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자사의 서버용 프로그램 'MS SQL'을 약 2,000여개 구입했다. 배전지능화 시스템은 전력 공급 기능을 원격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한전 측이 서버를 8만여개로 증설했음에도 나머지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다고주장했다. 현재 한국MS는 '디바이스 CAL(기기당 라이선스 계약)' 원칙에 따라 한전에 8만여개 서버 사용료 지불을 권고한 상태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한국MS가 한전에 요구하는 추가 사용료 문제가 갑작스럽다는 반응이다. 라이선스 문제를 최근에서야 밝힌 점이 어불성설이라는 것. 한전과의 파트너십을 위한 전략적 흠집내기가 아니냐는 의혹도 일었다.

실제로 한국MS는 지난 2012년에도 국방부에 CAL 계약 방식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2,000여억원의 추가 사용료를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국방부는 이를 거부했고 이듬해 양측이 '국방 IT분야 선진화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사건은 일단락 됐다.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던 한국MS는 현재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전과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사태를 완만히 풀어가겠다는 입장이다.

MS의 관계자는 "한전에 라이선스 연장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재 자발적 연장과 관련된 내용을 공문으로 보냈을 뿐 소송을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고 한발 물러섰다.

■ 불안한 한전, 수백억대 사용료 지불 놓고 고민

한전도 한국MS의 주장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배전 지능화 시스템은 정부 주도 산업에 쓰이는 만큼 보안이 철저하다. 특별한 권한이 주어진 사용자만 접근할 수 있어 한 직원이 여러 서버를 담당하는 실정이다.

한전은 이를 위해 계약 당시 '유저 CAL(사용자당 라이선스 계약)' 방식을 택했다고 전했다. 현재 관련 근무 인력과 계약 규모를 살펴볼 때 충분한 사용료를 지불했다는 입장이다.

한전의 주장대로라면 계약 기준을 어디로 보느냐가 핵심 사안이 된다. 디바이스 CAL 방식의 계약이라면 한전은 한국MS 라이선스를 무단 사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관련 제품이 갯수당 30여만원임을 감안할 때 한전이 지불해야 할 금액은 280억원이다.

문제제기를 받은 한전이 급하게 법률 자문을 구하면서 무단 사용에 대한 의혹도 증폭되는 상황.

이에 대해 한전의 관계자는 "유저 CAL 방식의 계약으로 보면 추가 사용료 지불은 부당한 일"이라면서도 "현재 법무법인에 의뢰를 구한 상태로 다음주 쯤 나오는 법률자문 결과를 보고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전의 법률 의뢰를 받은 법무법인 세종이 자문 결과를 발표할 경우 '라이선스 위반 공방'은 2라운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채성오기자 cs86@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