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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오는데 잘 곳도 없는 예멘 난민들… 외면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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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오는데 잘 곳도 없는 예멘 난민들… 외면할 수 있겠습니까”

입력
2018.07.10 04:40
수정
2018.07.10 15:27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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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까지 내주며 숙식 지원

하루 100명 이상 도움 요청해

“브로커 아니냐 항의도 받아

만나보면 순박한 사람들인데

근거 없는 편견들 안타까워요”

[저작권 한국일보]고은경 글로벌이너피스 대표. 김영헌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고은경 글로벌이너피스 대표. 김영헌 기자

“비가 내리는데 잠잘 곳도 없다고 합니다. 전쟁을 피해 고향에서 이역만리 떨어진 제주로 온 이들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지난 5일 제주 제주시에 위치한 비영리 시민사회단체인 글로벌이너피스(Global Inner Peace) 사무실에서 만난 고은경(40) 대표는 난민관련 단체가 아닌데도 제주에 체류 중인 예멘 난민신청자들을 돕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고 대표와 글로벌이너피스 회원들은 제주 예멘 난민신청자 문제가 전국적으로 알려지기 직전인 지난달 초부터 도움이 필요한 예멘 난민신청자들에게 사무실을 임시거처로 내주고 먹거리와 생활용품 등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고 대표는 “해외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제주지역 원어민 교사들 모임 관계자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수개월 전부터 제주에 입국한 예멘 난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제주에는 이들을 도울 난민관련 단체가 없어 무턱대고 우리 단체에 연락을 한 것”이라며 “사정을 들어보니 누군가는 도와야 하는 상황이었고, 해외에서 긴급구호 현장을 많이 경험해봐서 당연히 해야 할 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3년부터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을 시작으로 국제연합개발계획(UNDP) 등 10여년간 국제기구에서 활동해왔다. 또 아이티 대지진, 스리랑카 지진해일(쓰나미) 등 재난현장에서 긴급구호활동에도 참여했다.

그는 원어민 교사들과 단체 회원, 도민들이 기부한 물품과 후원금을 갖고 당장 필요한 식료품과 비누, 칫솔 등 생활용품을 구입해 예멘 난민신청자들에게 나눠줬다. 이 같은 소식이 예멘 난민신청자들에게 알려지자 사무실에는 매일 100명 넘게 찾아왔다. 제주로 입국할 때 갖고 온 돈이 떨어져 숙박시설에서 나오게 된 이들에게는 사무실을 임시숙소로 내줬다.

하지만 ‘가짜 난민’ 등 예멘 난민신청자들에 대한 근거 없는 소문이 퍼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사무실로 항의전화가 빗발치기 시작했고, 업무를 보지 못할 정도로 시달렸다. 여론이 악화되면서 도움을 주던 도민들도 하나둘씩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심지어 고 대표는 난민 신청자들을 이용해 돈을 벌고 있는 ‘난민 브로커’라는 말까지 듣게 됐다.

고 대표는 “저희 단체뿐만 아니라 상당수 도민들이 인도적 차원에서 예멘 난민신청자들을 도왔지만, 엄청난 항의가 이어지면서 마음고생이 크다”며 “좋은 일을 하면서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그들을 직접 만나보고 생활해 보면 우리와 같이 평범하고 순박한 사람들인데도 편견을 갖고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고 대표와 글로벌이너피스 회원들은 지난달 말 출범한 제주지역 종교단체,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난민 인권을 위한 범도민 위원회’에 참여해 예멘 난민신청자 지원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현재 예멘 난민신청자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대한 교육을 준비 중이다.

그는 “이번 예멘 난민신청자 문제는 제주 지역사회도 처음 겪는 일이어서 혼란스럽고 당황하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며 “예멘 난민신청자들에 대한 혐오를 거두고 우리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등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제주=글ㆍ사진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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