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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격적 북중 정상회담으로 북핵 함수 더욱 복잡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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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격적 북중 정상회담으로 북핵 함수 더욱 복잡해져

입력
2018.03.28 19:2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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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중국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중국 방문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26일부터 이틀 동안 베이징에 머물며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 북·중 관계복원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외연을 확대했다는 긍정적 측면을 무시할 수 없지만, 김 위원장이 시 주석과 나눈 말에 미뤄 북핵 담판 구도가 더욱 복잡해졌음을 간과할 수 없다.

두 정상은 이번 기회에 ‘혈맹’ 관계를 확실히 복원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회담에서 ‘중국과 전략 소통의 강화’에 언급했고 시 주석은 “북중 전통 우의는 양국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매체는 또 김 위원장이 시 주석의 북한 방문을 공식 요청했다고 보도, 경우에 따라 남북과 북미 연쇄 정상회담에 앞서 시 주석이 평양을 먼저 방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김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 추진 의지를 밝힌 것은 평가할 만하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 및 만찬회동에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주력하는 것은 우리의 시종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특사단 일행이 방북했을 때 밝혔던 비핵화 의지를 국제무대에서 공식적으로 재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비핵화 의지에 이은 김 위원장의 다음 말은 문제의 복잡성을 일깨웠다. 그는 “한미가 선의로 우리의 노력에 응해 평화 안정의 분위기를 조성해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비핵화의 조건을 제시했다. ‘단계적 조치’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비핵화 단계마다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할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의 언급은 우선 한미 양국의 비핵화 접근법과 큰 차이가 있다. 청와대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칼에 끊듯이 정상 간 합의로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를 일괄 타결하는 구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 미국 또한 곧바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로 진입하기를 원하고 있다. 반면 김 위원장의 언급은 과거 6자 회담 틀을 겉돌게 만든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을 재차 끄집어 낸 것이어서 북핵 담판을 어렵게 할 수 있다. 평창올림픽 이후 북핵 해법에서 이니셔티브를 잡았다고 판단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북·중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시진핑 국가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29일 방한한다. 정부는 양 위원을 상대로 북·중 정상 간의 논의를 세세히 살피는 한편 급작스런 북·중 관계개선이 대북제재 이완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중국에 분명한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 평화협정을 동시 추진하자는 중국의 ‘쌍궤병행(雙軌竝行)’ 주장이 우리 정부의 한반도 평화구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평가하면서, 북·중 관계개선이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에 걸림돌이 되어서 안 된다는 당부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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