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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중 ‘사드 타협’ 미봉책 되지 않도록

입력
2017.11.02 15:0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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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한중 양국 외교부는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한 ‘협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지난 정부에서 졸속 진행된 사드 관련 정책결정이 야기한 한중간의 갈등과 불신을 수습하려는 양국의 의지를 담았다. 사드 문제는 결코 한중 관계의 모든 것이 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국내 일부에서는 이를 마치 주권, 애국, 한미동맹의 상징처럼 몰고 갔고, 중국 시진핑 주석은 이 사안을 핵심이익이라고 규정했다. 양국 간 영합게임적인 기 싸움은 나날이 강화됐다. 그 대가는 양국 국민, 특히 약소국인 한국 국민이 더 톡톡히 치렀다. 향후 역사는 이를 무책임하고 근시안적 정책 결정이 얼마나 국가관계를 손상시키고 국민에게 고통과 불신을 안겨주는지의 한 예로 기록할 것이다.

이 ‘협의’의 결과에 대해 양국 국민 모두 만족해하지 않는다. 양국 지도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정도로 수습하려면 그간 왜 그리 격렬하게 갈등했냐는 것이다. 더구나 더 많은 고통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우리 국민 입장에서는 중국의 속 시원한 사과를 받아내지 못한 게 무척이나 못마땅할 것이다. 중국은 최고 지도자가 핵심이익이라고 규정한 사안에 대해 분명한 철회 약속을 받아내지 못한 것을 아쉬워할 만하다. 이에 대해 중국이 더 집착한다면 향후 한중 정상회담 준비과정이나 추가적 개선에 큰 장애를 안겨줄 수 있다.

사드 분쟁은 애당초 힘과 레버리지에서 한국에 불리한 비대칭적 갈등과 대립이었다. 그럼에도, 양국의 지도자와 협상가는 명분과 대립의 지속보다는 현실의 이익과 협력을 택했다. 한국은 실제 중국 보복에 대한 레버리지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경제 협력에 미래의 사활이 달려 있고, 북핵 문제가 더 절박한 상황에서 중국과의 공조가 필요했다. 중국은 트럼프와 김정은의 강대강 정책으로 인해 자신들이 대한반도 정책에서 레드라인이라 규정한 무력충돌과 전쟁위기에 직면했다. 중장기적으로는 19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이 제안한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이루기 위해서 한국은 전략ㆍ경제적으로 협력해야 할 대상이다.

‘협의’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는 중국과 관계 개선을 희망한다는 것을 중국 측에 주지시켰다. 중국 역시 관계개선을 희망한다는 다양한 신호를 발했다. 정부는 중국을 견제 대상으로 삼을 때의 불필요한 국력 낭비를 막고, 북핵 문제가 초점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미국은 일단, 북핵 문제가 정책우선 순위라는 점, 중국과의 공조를 중시한다는 점, 이에 따라 한국의 대중관계 개선노력을 지지한다는 것을 공표하였다.

한중 간 사드 문제에 대한 이번 타협은 북한에 상당한 경각심을 안길 것이다. 중국은 북중 동맹 이미지를 탈피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보였다. 냉전체제의 도래는 중국의 정책옵션이 아님도 드러냈다. 중국은 이제 미국과 더 협력해 대북 압박을 확대하려 할 것이다. 한미중 간의 협력 가능성이 확대된 것이다.

서로 어렵게 마련한 이 관계개선 기회를 살려야 한다. 한중 관계에 있어서 사드 이전과 이후는 확연히 다를 것이다. 사드 문제가 아직 해결된 것도 아니다. 사드갈등의 교훈을 바탕으로 한중 관계를 재정립할 전략적 지혜를 나눠야 한다. 대중 관계를 즉흥적, 인적 네트워크로 관리하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사드분쟁은 한중 간 안정적 소통의 필요성, 상대를 보다 세심하게 대하는 정책, 위기관리 능력의 강화 등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양국은 한계에 이른 기존 분업구조를 대체할 새로운 경제분업 구조의 창출, 북핵 문제에 대한 긴밀한 소통과 협력, 나아가 한반도 미래 비전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해법에서처럼 한미중 3국의 협력구도에서나 가능한 일이어서 쉽지 않다. 그러나 이에 실패한다면, 이번 사드 해법은 그 의의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는 미봉책에 불과했다는 역사적 평가가 가능해진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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