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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배우가 대타? 역할 5개도 너끈히 소화 만능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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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배우가 대타? 역할 5개도 너끈히 소화 만능배우!

입력
2018.02.06 04:4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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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무대에 설지 예측불가

주ㆍ조연보다 주로 앙상블 커버

작품 전체 연기ㆍ노래 능통해야

수차례 한국 찾은 호주배우 던

‘캣츠’ 스윙배우만 1000회 넘어

뮤지컬 무대에서 여러 배역의 언더스터디를 맡는 배우를 '스윙 배우'라고 한다. 뮤지컬 '킹키부츠'에 등장하는 여섯 명의 '엔젤'(사진 오른쪽) 역할을 커버하는 스윙 배우 2명은 언제든 무대에 오를 수 있게 6개 배역의 노래와 춤, 연기를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CJ E&M 제공
뮤지컬 무대에서 여러 배역의 언더스터디를 맡는 배우를 '스윙 배우'라고 한다. 뮤지컬 '킹키부츠'에 등장하는 여섯 명의 '엔젤'(사진 오른쪽) 역할을 커버하는 스윙 배우 2명은 언제든 무대에 오를 수 있게 6개 배역의 노래와 춤, 연기를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CJ E&M 제공

여느 서사 장르처럼 뮤지컬은 주연과 조연배우가 이끈다. 한 명이라도 빠지면 이야기의 진척이 어려울 텐데 만약 주요 배우가 무대에 오를 수 없는 불상사가 발생한다면?

한 작품이 거의 매일 온전히 막을 올리기 위해선 언제든 ‘대타’로 투입될 수 있는 배우들이 필요하다. 눈앞에 보이진 않지만 뮤지컬에선 없어서는 안 될 이런 배우들은 ‘언더스터디’로, 흔히 ‘커버’라고 불린다. 커버 배우 중에서도 많게는 5개 이상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배우가 있다. ‘스윙 배우’라 불리는 이들이다. 스윙 배우들은 여러 배역들을 대신해야 하는 특징 때문에 주연이나 조연보다는 주로 앙상블(뮤지컬의 코러스 배우)을 커버한다.

대타라고 해서 남의 역할을 대충 때우는 인력이라고 치부할 수 없다. 언제 무대에 서게 될지, 어떤 배역을 맡게 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항상 준비된 상황에서 긴장하며 대기해야 한다. 모든 앙상블 배우의 연기와 노래는 물론 춤에도 능통한 ‘능력자’여야 한다. 주요 배역을 커버하는 경우보다도 더 많은 지식과 에너지도 필요하다. 한 명의 배우가 5명 이상의 배역을 익혀야 하는 경우도 있다.

뮤지컬 '캣츠'에서 스윙 배우로 1,000회 이상 무대에 오른 호주 배우 앤드류 던이 오프닝 무대에서 춤을 추기 위해 올드 듀터러노미로 분장한 모습. 클립서비스 제공
뮤지컬 '캣츠'에서 스윙 배우로 1,000회 이상 무대에 오른 호주 배우 앤드류 던이 오프닝 무대에서 춤을 추기 위해 올드 듀터러노미로 분장한 모습. 클립서비스 제공

스윙 배우는 대규모 작품이나 앙상블의 역할이 눈에 띄는 작품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뮤지컬 ‘캣츠’에는 고양이 캐릭터가 30여개 이상 등장한다. 주ㆍ조연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모든 고양이가 주인공이나 다름없기에 ‘캣츠’에서 스윙 배우는 더욱 특별하다. 노래와 춤을 담당하는 스윙 배우가 각각 2명씩 존재한다.

호주 노장 배우 앤드류 던(56)의 경우가 ‘캣츠’ 스윙 배우의 복잡성과 중요도를 대변한다. 그는2014, 2015, 2017년 ‘캣츠’ 투어 공연으로 한국을 찾았다. 애드미터스 역으로 무대에 올랐고, 거스ㆍ그로울타이거ㆍ버스토퍼 존스(이상 1인 3역)와 올드 듀터러노미의 스윙 배우를 맡았다. 그가 스윙 배우로 ‘캣츠’ 무대에 오른 횟수만 1,000회가 넘는다. 던은 “특히 장기간의 투어 공연에서는 정기적으로 배역을 복습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며 “언제 무대에 설지 모르기 때문에 건강과 몸매를 유지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18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되는 ‘캣츠’ 앙코르에서도 스윙 배우로 무대에 오른다.

스윙 배우는 대타 역할만 하는 게 아니다. 무대 밖 코러스 부스에서 앙상블 넘버를 부르기도 한다. 무대에 오르지 않아도 늘 ‘출근’해야 하는 이유다. 던은 “부스 싱어는 작품의 여러 목소리에 기여하는 동시에 커버를 맡은 역할을 연기할 때 필요한 발성 스태미나와 역동성을 유지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스윙 배우는 보통 어떤 역할을 맡을지 미리 정해져 있지 않지만, ‘캣츠’에서는 고양이 분장이 필요하기 때문에 배우들은 각자 커버하는 배역의 의상과 가발, 신발을 준비해 놓고 있다.

6명의 앙상블 배우가 ‘엔젤’이라는 이름으로 화려한 춤을 선보이는 뮤지컬 ‘킹키부츠’에서도 스윙 배우의 역할이 중요하다. ‘킹키부츠’에는 엔젤 역할을 대신할 남자 스윙 배우 2명, 공장 직원 등 또 다른 앙상블 배우들의 커버를 담당하는 2명의 스윙 배우가 있다. 남자 스윙 배우들은 엔젤 6명의 캐릭터를 모두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노래와 춤은 물론 각 배역의 동선까지 익혀야 한다. ‘킹키부츠’ 제작사인 CJ E&M 관계자는 “엔젤은 하이힐을 신고 연기해야 하기 때문에 혹시라도 있을 다리 부상 등을 염두에 두고 어떤 캐릭터라도 소화할 수 있는 스윙 배우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윙 배우는 기본적으로 출연 배우들을 커버하는 배우이기 때문에 공연 분장을 한 캐릭터 사진을 따로 찍어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공연에서 빠지면 안 될 중요한 일을 하면서도 스포트라이트는 못 받는 셈이다. 긍정적인 면도 있다. 뮤지컬 배우들은 스윙 배우로 기본기를 닦기도 한다.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공연 중인 ‘킹키부츠’에서 감초 역할 돈을 맡은 배우 심재현도 스윙 배우 출신이다. ‘킹키부츠’ 첫 시즌 공연에서 공장 직원들의 스윙 배우였던 김연진은 이번 공연에서는 공장 직원 중 한 배역을 맡게 됐다. 직장으로 치면 승진한 셈. 스윙 배우 자체를 매력적으로 생각해 앤드류 던과 같이 스윙 배우로 일하는 베테랑 배우들이 해외에는 많다. 업계에 따르면 베테랑 스윙 배우들은 첫 데뷔하는 앙상블보다 개런티를 더 받기도 한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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