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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의법치국 비켜 가는 알리바바

입력
2015.03.15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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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5조원.

세계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지난해 11월 최고가를 기록할 당시의 시가총액(2,994억달러)에서 최근 시가총액(13일 기준 2,057억달러)을 뺀 뒤 원화로 환산한 액수다. 도무지 감이 안 잡히는 큰 돈이 100일 남짓 만에 허공으로 사라졌다. 지난해 9월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 화려하게 상장한 알리바바가 반년도 안돼 위기를 맞은 건 ‘짝퉁’논란이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발단은 올 1월 중국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의 한 보고서였다.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판매되는 제품 중 92개의 표본을 조사한 결과, 정품율이 58.7%에 불과하다는 게 보고서 골자다. 특히 92개 중 51개는 알리바바가 운영하고 있는 쇼핑몰 타오바오(淘寶)에서 뽑은 것인데, 정품율이 37%에 그쳤다. 타오바오에서 팔리는 제품은 3개 중 2개는 가짜란 얘기다. 타오바오는 곧바로 공식 웨이보(微博ㆍ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공상총국의 조사가 절차에 어긋날 뿐 아니라 비과학적이며 편파적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타오바오에서 짝퉁 물건이 많이 팔리고 있다는 것은 타오바오에 한 번만 들어가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정품의 절반 아니 10분의1 가격에 팔리는 제품이 부지기수다.

이후 공상총국과 타오바오의 추가 폭로와 신경전이 이어지며 논란이 커지자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은 결국 고개를 숙이고 공상총국을 찾아갔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정부의 가짜 상품 적발과 척결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마 회장은 이어 국가질량감독검증검역총국까지 방문, 똑 같은 노력을 다짐했다. 그가 사실상 당국에 백기를 들면서 이 사건은 수습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마 회장이 당국을 찾아간 것으로 이 문제를 마무리하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무엇보다 마 회장이 정말 찾아가 사과를 해야 하는 건 당국이 아니라 소비자다. 짝퉁인 줄 알면서도 산 일부 소비자도 있겠지만 유명세에 그냥 믿고 산 소비자도 많다. 미 증시까지 상장했다니까 그런 알리바바에서 운영하는 쇼핑몰의 물건이면 정품일 것이라고 여긴 소비자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아직 알리바바에선 소비자를 우롱한 데 대한 진정한 사과가 없었다.

마 회장이 정말 타오바오에서 팔리는 물건에 짝퉁이 많다는 것을 몰랐는지도 의문이다. 만약 몰랐다면 자신의 회사에 대해서 그 만큼 몰랐다는 얘기이니 경영 능력에 의구심이 제기될 일이고, 알았다면 알고서도 이를 방치 또는 묵인했단 이야기니 이에 대해 책임져야 할 것이다. 적어도 세계적인 기업가란 평가를 듣는 사람이면 솔직하게 밝히는 게 도리다.

더 황당한 건 중국 당국이다. 엄연히 짝퉁을 팔고 있는 업체를 적발해 놓고도 아무런 조치도 안 취하고 있는 건 직무유기이다. 당국 스스로 타오바오에서 판매되는 물품은 정품보다 짝퉁이 더 많고 타오바오 직원들이 업체들로부터 뇌물까지 받았다고 밝힌 이상 엄정하게 처리, 더 이상 이러한 행태가 재연되지 않도록 하는 게 정상일 것이다. 지난해 중국의 인터넷 구매 관련 소비자 민원은 7만7,800여건으로, 전년 대비 350% 이상 증가했다. 제조업체들과 정품만 팔아온 판매상 피해도 적잖다.

지난해 10월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에선 ‘의법치국(依法治國)의 전면적 추진에 관한 결정’이 통과됐다. 시진핑(習近平) 주석도 최근 열린 양회(兩會)에서 ‘4개 전면(全面)’의 하나로 전면 의법치국을 다시 강조했다. 짝퉁이 넘치는 쇼핑몰 하나도 법에 따라 처리하지 못한다면 중국이 외치는 의법치국은 그저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더구나 중국은 외국업체들에게는 의법치국이라면서 막대한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그러니까 중국’이란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의법치국이 공평하게 실현되길 기대한다.

박일근 베이징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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