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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피디아] 지휘료 회당 1억5000만원... 낭비인가, 투자인가

입력
2017.04.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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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거장 지휘자인 리카르도 무티의 지휘료를 두고 국내 클래식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회당 1억4,000여만원에 달하는 지휘료는 과도했을까, 장기적 관점에서 타당했을까? 경기도문화의전당 제공
세계적 거장 지휘자인 리카르도 무티의 지휘료를 두고 국내 클래식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회당 1억4,000여만원에 달하는 지휘료는 과도했을까, 장기적 관점에서 타당했을까? 경기도문화의전당 제공

● “다른 지휘자보다 비싸” 지적

서울시향 객원은 4000만원 선

한국 시장이 봉으로 비칠 수도

● “오케스트라 도약 계기” 반박

누가 협연했는지가 평가의 잣대

연주회 상황따라 금액 다를 수도

지난해 거장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76)가 경기도에서 ‘리카르도 무티 아카데미’를 연다고 했을 때 국내 클래식계는 흥분했다.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에서 20년 가까이 음악감독으로 일했고, 지금은 미국 시카고 심포니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무티이니 그럴 만도 했다. 이탈리아의 전설적인 대가 아르투로 토스카니니의 적통 제자인 무티는 베르디 해석에 있어 누구와 비교될 수 없는 권위를 지닌 지휘자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이 야심 차게 준비했던 무티의 오페라 아카데미는 세계에서 두 번째, 아시아에선 최초로 유치됐다.

무티는 올해도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경기필)와 만났다. 지난 6,7일 경기 수원시 경기도문화의전당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무티 베르디 콘서트’에서다. 그런데 지난해와 달리 올해 무티의 내한은 논란에 휩싸였다. 무티에게 지급된 지휘료가 문제였다. 업계 관행보다 세 배 가까운 지휘료를 지급해 혈세 낭비라는 지적과 한국 클래식 문화 발전을 위한 장기적 투자라는 관점이 부딪혀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해외 초청 지휘자(단체) 얼마나 줬나

특A급 지휘자가 돈만 보고 지역악단 오지는 않아

17일 경기도문화의전당과 클래식 업계에 따르면 항공료와 숙박비 등을 제외한 무티의 지휘료는 24만유로(약2억9,000만원)다. 1회당 출연료가 1억4,000만원을 뛰어넘는다. 과도한 지출이었다는 지적은 다른 지휘자들과 비교했을 때 설득력을 얻는다. 베를린 필하모닉의 지휘자 사이먼 래틀의 회당 지휘료는 2009년 기준 3만5,000유로(약5,000만원) 정도로 알려졌다.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의 객원지휘자 초청비용이 2,000만~4,000만원, KBS교향악단은 1,000만~2,000만원 선인 것과 비교해도 같은 공공기관인 경기도문화의전당의 지출이 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은 지난해 무티 아카데미를 비롯한 3개의 ‘무티 프로젝트’ 사업에 총 11억4,752억원을 지출했다.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경기도문화의전당 측은 세계적 거장과 함께 연주한 경험은 경제적 비용으로 산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기도문화의전당은 논란이 불거진 직후 “거장의 손길아래 경기필은 연주실력 향상은 물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로 거듭나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클래식 유망주들에게 미래의 발판을 만든 것도 비용으로 환산 할 수 없는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클래식 업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입장에 대체로 동의한다. 한 클래식 관계자는 “무티 급의 지휘자는 돈만으로 부를 수 있는 것도 아니다”며 “오케스트라는 누구와 협연했는지 만으로도 이름을 높일 수 있고, 그 오케스트라의 수준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국내 관객들에게 수준 높은 연주를 접할 기회를 준다는 면도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한 클래식 기획사 관계자는 “민간에서도 수익을 내기 보다 좋은 공연을 한국에서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유명 오케스트라를 데려온다”며 “서울시향이 정명훈 지휘자로 인해 도약의 기회를 마련했듯 지방 교향악단에 무티가 와서 지휘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지휘자와 연주자들의 출연료를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연주회 상황과 기획 환경에 따라 계약세부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해외 오케스트라와 지휘자가 함께 초청되는 경우 오케스트라 전체와 계약을 맺어 지휘자의 출연료만 따로 공개되지 않기도 한다. 지난해 1월 무티와 함께 한국을 찾은 시카고심포니 공연은 “2회 공연에 10억원 이상 들었다”고 공연기획사 빈체로는 밝혔다.

클래식 저변 확대를 위해 세심한 기획 필요

국내 클래식 문화 발전을 고려해서라도 회당 1억5,000만원 수준의 지휘료는 과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한 클래식평론가는 “한국 클래식 시장이 서구 음악가들에게 만만하게 비치게 하거나, 다른 연주자들의 출연료도 같이 상승하게 만들 수 있는 위험요인이 된다”고 꼬집었다. 제아무리 무티라 할지라도 다른 나라에서 비슷한 수준의 공연을 할 경우 이 정도 금액을 받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 평론가는 “단순히 이름만 보고 음악을 듣는 게 아니라 관객 수준부터 높여 해외 연주자들이 수준 높은 연주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끔 했어야 했다”며 “그런 면에서 무티에게 지급된 출연료는 과도했다”고 덧붙였다.

공공재단인 경기도문화의전당의 공공성에 대한 견해도 엇갈린다. 서울시향은 2003년 지휘자로린 마젤을 초청하며 10만달러(당시 1억2,000만원)를 지급했다.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예산으로 더 좋은 사람을 데려와 시민, 도민에게 좋은 공연을 선사하고 오케스트라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일”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이 같은 초청은 결국 티켓 가격 상승 등으로 이어져 공연계 진입 벽을 높이는 반작용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노승림 음악칼럼니스트는 “관객 입장에서는 굉장히 훌륭한 공연이었지만 공공성을 생각해야 하는 공공재단 입장에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무티 수준의 예술가를 데려오기 위해 지불할 수밖에 없는 비용이지만 빈부격차가 심해진 상황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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