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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의 ‘천재 소녀’ 리디아 고, 환상적인 이글로 부활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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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의 ‘천재 소녀’ 리디아 고, 환상적인 이글로 부활 선언

입력
2018.04.30 19: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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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 고가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레이크 머서드 골프장에서 열린 LPGA투어 메디힐 챔피언십 연장 첫 번째 홀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뒤 감격에 겨워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AP 연합뉴스
리디아 고가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레이크 머서드 골프장에서 열린 LPGA투어 메디힐 챔피언십 연장 첫 번째 홀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뒤 감격에 겨워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AP 연합뉴스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21)는 웬만한 선수들은 꿈도 못 꾸는 업적을 10대에 다 이뤘다. 2012년 14세 10개월 나이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커네이디언 위민스 오픈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뒤 다음 해 같은 대회에서 아마추어로 2연패를 달성했다. 2014년에는 미국 투어 사상 최연소로 상금액 100만달러를 돌파, 2015년에는 박인비를 밀어내고 최연소 세계 랭킹 1위가 됐다. 그 해에는 18세 나이로 메이저 2승을 올려 이 부분 최연소 기록도 세웠다. 채 20세가 되기도 전에 세계랭킹 1위를 104주간 지키고 메이저 포함 통산 14승을 쌓아 올린 그에게 ‘천재 소녀’ 외에 달리 붙일 별명도 없었다.

천재에게도 시련은 찾아왔다. 2016년 7월 마라톤 클래식 이후 오랜 기간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지난 해에는 프로전향 이후 처음으로 한 번도 우승을 맛보지 못 한 채 시즌을 마쳤다. 부진이 길어지자 골프계에서는 앞다퉈 분석을 쏟아냈다. 너무 일찍 정상에 오른 탓에 동기부여가 사라졌다는 평가가 대세였다. 2017년 시즌을 앞두고 싹 갈아 치운 캐디, 코치, 클럽과의 호흡이 맞지 않았다는 지적도 심심찮게 나왔다. 부모의 간섭이 지나친 탓에 경기에 집중을 못 한다는 말도 나왔다.

빛을 잃어버린 천재 리디아 고는 평범한 선수로 전락하고 있었다. 지난해 6월까지 지켰던 세계랭킹 1위는 지난주 18위까지 떨어졌다. 지난 대회까지 이번 시즌 8번 출전해 톱10에 한 차례 입상한 것을 제외하곤 대부분 20~30위권에 머물렀다. 3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레이크 머서드 골프클럽에서 열린 LPGA투어 메디힐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 21개월만의 우승으로 부활을 선언한 그는 그간의 설움에 감정이 북받쳤다는 듯 펑펑 울음을 쏟아냈다.

21개월 만의 우승을 낚아 올리는 장면은 영락없는 ‘천재 소녀’의 모습 그대로였다.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를 기록한 뒤 호주 교포 이민지(22)와 연장전에 돌입한 그는 연장 첫 번째 18번 홀(파5)에서 친 두 번째 샷이 알바트로스가 될 뻔할 정도로 가까운 약 80㎝ 거리에 떨어졌다. 챔피언 퍼트를 이글로 작성한 그는 한 동안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서 있었고 이내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예전 14번의 우승 때도 안 울었던 것 같다. 언니, 엄마, 코치를 보니 울음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우승은 ‘텃밭’에서 거둬 올린 것이라 의미를 더했다. 레이크 머서드 골프클럽은 2014년과 2015년 스윙잉스커츠 클래식에서 연속 우승을 달성한 곳이다. 이곳에서 열린 4번의 대회에서 3번 우승을 차지한 그에게는 ‘약속의 땅’인 셈이다. 지난 24일 21번째 생일을 맞이한 리디아 고에게는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맞는 우승이기도 한다. 그는 “이제 술 마시며 축하할 수가 있게 됐으니 잊지 말고 신분증을 가져가야겠다”며 크게 웃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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