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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10억 들어도 청약"... 디에이치자이 개포 '로또 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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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10억 들어도 청약"... 디에이치자이 개포 '로또 라인'

입력
2018.03.16 16:5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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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서초구 양재화물터미널 부지에 위치한 디에이치자이 개포 아파트 견본주택을 둘러보기 위해 모여든 시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16일 서울 서초구 양재화물터미널 부지에 위치한 디에이치자이 개포 아파트 견본주택을 둘러보기 위해 모여든 시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지인들로부터 어떻게든 돈을 끌어 모아 10억원을 만들 생각이다. 당장 시세차익이 3억원 이상이니 무조건 남는 장사다. 정부가 아무리 막아도 강남은 강남이다. 청약하지 않는 게 이상한 것 아니냐.”

16일 아침 7시부터 서울 서초구 양재 화물터미널 안 ‘디에이치자이 개포’ 아파트 견본주택 앞에 줄을 선 신모(47)씨는 확신에 차 이렇게 말했다. 청약가점이 당첨권에 가까운 60점 초반인 신씨는 이날 연차까지 냈다. 그의 뒤에 선 최모(64)씨는 전날 경남 양산에서 올라왔다. 최씨는 “청약가점은 50점이 좀 안 되지만 중도금 대출이 막혔다니 미계약분이 나 같은 지방사람에게도 올 수 있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대구에 사는 김모(67)씨는 “일단 시도는 해 보기 위해 투자 동호회 사람들과 함께 전날 버스를 타고 올라왔다”고 밝혔다.

아이를 등에 업은 30대부터 은퇴한 노년 부부까지 이날 디에이치자이 개포 견본주택을 찾은 이들은 “이번 기회를 놓치면 강남 진입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세 시간 이상 줄을 서야 하는 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와 대출 제한, 세무조사 동원 등도 ‘로또 중의 로또’로 불리는 디에치자이 개포에 입주하겠다는 의지를 꺾을 순 없었다. 이날 견본주택에는 무려 1만3,000여명이 다녀 갔다. 시민들의 줄은 낮12시엔 무려 1km 이상 이어지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시공사인 현대건설 컨소시엄 관계자도 “중도금 대출이 안 돼 평균 10억원의 중도금을 자력으로 마련해야 하는데도 이렇게 많은 이가 왔다는 게 놀라울 뿐”이라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날 견본주택에 구름 인파가 몰린 것은 무엇보다 시세차익이 크기 때문이다.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4,160만원으로 결정됐다. 고분양가가 또 다시 주변 집값을 자극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정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분양가 인하를 유도한 결과다. 그러나 이로 인해 디에이치자이는 당첨만 되면 로또나 마찬가지인 아파트가 됐다. 주변 아파트가 이미 3.3㎡당 5,000만원을 웃도는 것을 감안하면 평형에 따라 곧 바로 2억~4억원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더구나 일반분양 물량이 1,690가구나 돼 당첨 확률도 상대적으로 높다. 일원ㆍ영희ㆍ양전초등학교와 개원중, 중동중ㆍ고등학교 등이 도보권에 자리잡고 있고 대치동 학원가와도 멀지 않다.

유일한 걸림돌은 중도금 대출이 안 된다는 데에 있다.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9억원이 넘는 주택의 중도금 집단 대출을 차단했다. 잔금 40%를 제외한 분양가의 60%는 자력으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103㎡의 분양가가 16억원 안팎임을 감안하면 10억원 정도는 현금으로 동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또한 현금 부자들에게는 장애가 안 된다.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한 취지의 중도금 대출 억제가 오히려 현금 부자들에겐 더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줬다. 현장에선 거액의 현금에 대한 부담감도 크지 않은 눈치였다. 강남구 신사동 빌라에 거주 중인 진모(42)씨는 “웬만한 강남 전셋값은 이미 10억원을 넘지 않았느냐”며 “단기 자금 변제 여력만 되면 ‘일단 넣고 보자’는 게 주변 분위기”라고 말했다.

시공사는 이날 위장전입 직권조사 안내 등 불법 투자를 경고하는 문구를 곳곳에 비치했다. 디에이치자이 개포는 19일 특별공급, 21일 청약 1순위 청약을 받는다. 당첨자는 29일 발표된다. 국토교통부와 강남구청은 23일부터 특별공급 당첨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들어가고, 국세청도 세무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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