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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는 평등하다… 누구라도 늘씬하게 ‘오프숄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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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는 평등하다… 누구라도 늘씬하게 ‘오프숄더’

입력
2016.07.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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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를 시원하게 드러낸 오프숄더 스타일은 더 이상 바캉스 패션만은 아니다. 비즈니스 캐주얼의 오피스룩으로도 손색없다. 보브 제공
어깨를 시원하게 드러낸 오프숄더 스타일은 더 이상 바캉스 패션만은 아니다. 비즈니스 캐주얼의 오피스룩으로도 손색없다. 보브 제공

어깨는 평등하다. 다리나 허리, 가슴이나 배처럼 개인간 광대한 편차가 존재하지 않는다. 어깨에 출렁일 만큼 살이 찐 사람은 없다. 미세한 차이까지 분별하려 들면 찾아내기야 하겠지만, 어깨가 우리 몸에서 가장 가녀리고 날씬한 곳인 건 사실이다. 어깨는 민주주의다.

더군다나 어깨는 늙지도 않는다. 팔뚝과 아랫배와 허벅지와 가슴이 셀룰라이트의 습격과 중력의 가혹한 작용으로 하방(下方)을 면치 못할 때, 어깨는 홀로 꼿꼿하다. 쇄골과 어깨는 여성 신체 중 노화의 징조가 가장 늦게 나타나는 곳. 다시 한 번, 어깨는 민주주의다.

여성스러움이 돋보이는 오프숄더 드레스. 지컷 제공
여성스러움이 돋보이는 오프숄더 드레스. 지컷 제공

거리마다 섹시한 어깨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란 단어가 돌아왔다. 누구나 따라야 할 유행 같은 건 이미 멸종됐다는 듯 거시적 트렌드는 사라진 지 오래. 하지만 패션지와 외신의 스타일면마다 ‘머스트 해브’가 출몰하고 있으니, 바로 ‘오프숄더’ 스타일이다. 올 봄 서서히 거리에 등장하기 시작한 오프숄더는 여름을 맞아 바야흐로 만화방창(萬化方暢)이다. 상의의 네크라인이 호수의 물결 번지듯 넓어지고 넓어지다가 어깨까지 모두 드러내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네크라인이 아니다. 바로 오프숄더다.

여름철 바캉스 의류로나 간혹 등장하던 오프숄더 스타일이 블라우스와 티셔츠, 원피스와 점프수트까지 광범위하게 석권하면서 거대한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지난해까지는 어깨 부분에 절개를 넣어 소매가 흘러내리게 하는 ‘컷 오프’ 형태였으나, 올해는 네크라인 부분을 밴드로 처리해 고정하고, 목과 어깨를 모두 드러내는 과감한 스타일이 강타했다.

빈티지 에스닉 무드를 바탕으로 캐주얼함과 여성스러운 감성을 더한 오프숄더 원피스. 지컷 제공
빈티지 에스닉 무드를 바탕으로 캐주얼함과 여성스러운 감성을 더한 오프숄더 원피스. 지컷 제공

오프숄더는 소녀풍의 귀여움을 발산하며 여름의 흥취를 한껏 돋울 뿐 아니라 섹시하고 여성스러운 분위기까지 자아낸다. 집시풍의 헐렁한 블라우스부터 장식 없이 단정하고 슬림한 오피스룩까지 모두 오프숄더의 강력한 자장 아래 있다. 여성 의류 브랜드 보브의 김주현 마케팅 담당 과장은 “오프숄더는 어떤 스타일로 코디하느냐에 따라 청순함과 발랄함, 가녀린 여성스러움과 섹시함까지 모두 연출할 수 있다”며 “양쪽 어깨가 모두 드러나는 노출이 부담스럽다면 한쪽 어깨만 드러내거나 어깨 부분에 두꺼운 스트랩이 있는 스타일을 고르면 좋다”고 조언했다. 끈이나 절개를 통해 어깨의 일부만 노출하는 스타일은 오프숄더와 구분하기 위해 콜드숄더라고 부른다.

신체부위로서의 어깨는 사실 그 자체로는 섹슈얼한 곳이 아니다. 하지만 평소 거의 드러낼 일 없는 곳이라는 점에서 그 의외성은 더 없이 섹시한 느낌을 준다. 목선과 어깨, 쇄골이 드러나며 모종의 긴장감을 부여하는 한편 여성 신체 중 가장 살이 잘 붙고 노화의 징조가 빠르게 나타나는 곳 중 하나인 팔뚝은 영리하게 감춘다. 매끈한 어깨가 시원하게 드러나면서 시선은 자연스레 위쪽으로 향하고, 어깨 이하는 자연스레 은폐된다.

끈이나 절개 장식을 통해 어깨의 일부만 드러내는 브랜드 '순수'의 콜드숄더 스타일. 위즈위드, W컨셉 제공
끈이나 절개 장식을 통해 어깨의 일부만 드러내는 브랜드 '순수'의 콜드숄더 스타일. 위즈위드, W컨셉 제공

워싱턴포스트의 8일자 기사 ‘왜 갑자기 어디에나 오프숄더 톱인가’에 따르면, 올 일사분기 오프숄더 스타일 의류의 전년 대비 온라인 입고율은 110%, 콜드숄더는 218% 증가했다. 블루밍데일 백화점의 여성복 담당 디렉터인 브룩 자페는 “자기 어깨를 혐오하는 여성은 본 적이 없다”며 “배꼽 위로 깡총하게 올라오는 크롭톱이나 치마처럼 보이는 통바지 퀼로트처럼 최근의 유행들은 특정 체형에만 어필하는 한정적 트렌드였던 반면 오프숄더는 다양한 범위의 체형을 만족시킬 수 있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트렌드로서는 매우 드물게 10대와 밀레니얼세대 같은 젊은 층뿐 아니라 좀더 나이 들고 전통적인 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까지 모든 스펙트럼의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오프숄더 스타일은 반짝 유행으로 그치지 않고 기본적이고 고전적인 스타일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계절의 변화에 맞춰 소재와 패턴, 실루엣을 변주하며 지속될 트렌드”라고 내다봤다.

LF의 편집형 브랜드 앳코너가 선보인 오프숄더 스트라이프 블라우스. 앳코너 제공
LF의 편집형 브랜드 앳코너가 선보인 오프숄더 스트라이프 블라우스. 앳코너 제공

오프숄더의 다양한 변주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오프숄더는 스타일이 광범위하다는 게 매력이다. 흰 바탕에 푸른색 계열의 줄무늬를 넣은 스트라이프 오프숄더는 시원하고 경쾌한 느낌을 주며, 스키니 진이나 화이트 팬츠에 코디하면 도시적인 매력이 넘치는 ‘마린 룩’을 연출할 수 있다. 구김 없이 뻣뻣한 소재에 솔리드 컬러를 사용하면 비즈니스 캐주얼로 손색이 없고, 원피스에 구현하면 격식 있으면서도 드레시한 파티복이 된다. 빈티지 에스닉 무드로 히피 감성을 강조하며 자유로운 영혼에 날개를 달아줄 수도 있다. 하늘하늘한 시폰 소재를 사용해 A라인으로 짧게 쳐낸 오프숄더는 소녀 감성의 패턴과 결합해 사랑스러운 데이트룩을 연출한다. 해외 브랜드들이 기본 실루엣에 플라워, 스트라이프 등의 패턴으로 섹시미를 강조했다면, 국내에서는 리본 소매, 숄더 스트랩, 버튼 장식 등의 디테일을 가미해 청순한 느낌을 주는 아이템들이 많다.

사랑스러운 소녀 분위기의 오프숄더 원피스. 에잇세컨즈 제공
사랑스러운 소녀 분위기의 오프숄더 원피스. 에잇세컨즈 제공

오프숄더를 입을 때 하의는 단순하고 깔끔하게 입는 게 좋다. 시선은 어깨가 독점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봄 이래 두 다리를 옥죄던 스키니 진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켜준 와이드 팬츠는 오프숄더의 도래를 학수고대하고 있었음이 틀림없다. 군더더기를 최소화한 네이비 오프숄더 블라우스에 하이웨이스트 라인의 와이드 팬츠를 매치하면 구조적 조형미가 돋보이는 시크하면서도 세련된 스타일이 완성된다. 반면 스키니 진이나 미니스커트와 결합한 오프숄더는 신체의 실루엣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며 여성미를 극대화할 수 있다.

어깨를 드러내는 것이 너무 어색하고 허전하게 느껴진다면, 장신구를 이용해도 멋스럽다. 개 목걸이처럼 목에 딱 붙는 ‘초커 네클리스’나 큰 목걸이, 스카프 등을 활용하면 된다. 가방도 어깨에 메는 숄더백 대신 자국이 남지 않도록 끈이 없는 클러치 백을 드는 게 좋다.

센존의 오프숄더 블라우스. 센존 제공
센존의 오프숄더 블라우스. 센존 제공

흘러내리지 않는 오프숄더를 위해

오프숄더가 자아내는 섹시함의 기저에는 어쩌면 흘러내릴지도 모른다는 아슬아슬한 긴장감이 작동하고 있다. 실제 팔을 움직일 때마다 자꾸 흘러내리는 게 오프숄더 최대의 단점이다. 어깨를 드러내는 만큼 속옷의 기능이 중요하지만, 끈 없는 속옷이란 게 기본적으로 기능에 한계치가 존재한다.

오프숄더를 안정적이고 편안하게 입는 데는 반컵(2분의 1컵) 브래지어가 좋다. 일반적인 4분의 3컵 브라와 달리 컵이 조개모양으로 동그랗게 되어 있어 윗가슴으로 올라오는 부분이 없다. 덕분에 어깨끈을 떼어냈을 때 컵 모양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비비안 강지영 디자인팀장은 “오프숄더 룩은 어깨선을 아름답게 드러내는 것만큼이나 편안하고 안정감 있는 활동성도 중요하다”며 “최근 출시된 반컵 브라는 어깨끈 없이도 흘러내리지 않도록 날개 안쪽에 실리콘 띠를 두르거나 일반 브래지어보다 쫀쫀한 밴드를 사용하고 있어 한층 당당하고 편안한 오프숄더 룩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룩캐스트'의 오프숄더 톱. 하의는 심플한 스타일로 매치하는 게 좋다. 위즈위드, W컨셉 제공
'룩캐스트'의 오프숄더 톱. 하의는 심플한 스타일로 매치하는 게 좋다. 위즈위드, W컨셉 제공

흔히 누드브라라고 하는 접착식 브래지어는 등과 어깨끈 없이 컵만 있어 보다 깔끔한 연출을 할 수 있긴 하지만, 더운 여름에는 땀으로 접착력이 떨어지고 피부 트러블을 유발하는 등의 단점이 있다. 탱크톱처럼 짱짱한 소재로 가슴을 넓게 감싸는 브라탑을 입거나 아예 자연스럽게 어깨끈을 노출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시폰이나 스톤 장식, 레이스, 자수 등으로 꾸며진 어깨끈은 속옷의 일부로 보이지 않고 멋스러운 코디의 일부로 오인되기 좋아 추천할 만하다. 다만 너무 튀는 색상이나 화려한 장식은 시선을 분산시키고 난삽해 보여 피하는 것이 좋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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