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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청부 살해’ 잠정 결론… 과거 사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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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청부 살해’ 잠정 결론… 과거 사례도 있다

입력
2017.02.1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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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김포공항 폭발물 테러

아랍계가 500만 달러 받고 저질러

일각에선 “원한ㆍ이권 청부 가능성도”

‘86서울아시안게임’을 일주일 앞둔 1986년 9월 14일에 발생한 김포공항 폭발물 테러 당시 모습. 경향신문.
‘86서울아시안게임’을 일주일 앞둔 1986년 9월 14일에 발생한 김포공항 폭발물 테러 당시 모습. 경향신문.

말레이시아 경찰이 김정남 피살 사건의 유력 용의자 6명을 살인 청부를 받은 암살단으로 잠정 결론 내리면서, 1986년 김포공항 폭발물 테러 사건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제3국 국적의 외국인을 동원한 청부 살인으로, 당시에는 사건이 미궁으로 빠졌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김정남 피살은 북한의 통상적인 테러 방식과는 다르다. 북한은 대남ㆍ해외 공작을 시도할 때 주로 정예 공작원을 파견해 임무를 수행했다. 1997년 이한영 암살 사건 당시 우리 정부는 결국 범인 검거에 실패했는데, 사회문화부 소속 테러 전문요원인 일명 ‘최순호 조’가 암살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했다. 2010년에는 정찰총국 소속 요원 2명이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암살을 위해 남파됐다가 붙잡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체포된 용의자들은 숙련된 공작원이라고 하기에는 어색한 구석이 많다. 폐쇄회로(CC)TV에 흔적을 남기고 택시를 타고 도망갔을 뿐만 아니라, 한 명은 범행 이틀 만에 경계가 삼엄한 공항에서 체포되기도 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용의자들의 행적이 북한 정찰총국 소속 공작원으로 보기에는 어설프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북한이 자신들의 소행을 감추기 위해 중간단계로 청부업자를 고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범행수법으로 봤을 때 이번에 체포된 여성들은 전문 공작원이 아니라 동남아에서 김정남 살해에 동원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드물긴 하지만, 북한이 테러를 사주한 전례가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북한이 제3국을 동원해 청부 테러를 저지른 대표적 사례가 김포국제공항 폭발물 테러사건이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을 일주일 앞둔 9월 14일 김포국제공항 1층에서 시한폭탄이 터져 5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다. 당시 안전기획부는 폭발물의 종류를 근거로 북한 소행으로 추정했으나 범인을 잡지 못해 미제 사건이 됐다.

시간이 흘러 20여 년이 지난 2009년 동독 정보기관 슈타지(STASI)의 비밀 보고서가 공개된 이후에야 아랍계 테러리스트 아부 니달이 북한으로부터 500만 달러를 받고 테러를 했다고 자백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이번 사건의 경우 김포국제공항 테러 사건과 달리 청부업자들이 쉽게 꼬리를 잡혔다는 점에서 개인적 원한이나 이권을 둘러싼 청부 살인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지금까지 드러난 피살 정황상 북한의 지시라고 보기에는 아마추어적이다”라며 “김정남의 개인적 이권을 두고 벌어진 청부살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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