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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구조개혁도 영점조준이 필요하다

입력
2014.11.0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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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개혁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팀 출범 이래 재정 금융 세제를 망라한 대대적 단기 경기부양책의 파도가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끝자락에서다. ‘초이노믹스’라는, 왠지 조악한 조어까지 등장시킨 최경환 경제팀의 경기부양책은 구조개혁도 좋지만 당장 급하니 일단 경기회복의 마중물부터 들이붓자는 식이었다. 하지만 ‘돈 풀기’ 부양책의 효과는 여전히 미미한 가운데 강력한 엔저 파도까지 덮쳐 우리 경제의 마지막 보루나 다름없는 수출의 근간이 흔들리자 돈만 풀어선 안 되겠다, 뭔가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구조개혁이 시급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최 부총리가 경기부양 드라이브를 시동할 때도 구조개혁론이 없었던 건 아니다. 부양책은 기껏해야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니 장기 저성장구조를 타개하려면 구조개혁이 절실하다는 얘기였다. 그 때만 해도 ‘공자님 말씀’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가 없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최 부총리는 기획재정부 간부들에게 “경제 회복세가 미약한 가운데 대외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경제)체질 강화를 위한 구조개혁을 (부양책과)병행해 추진해야 할 상황이니 지혜를 모아 달라”고 나섰다.

최 부총리뿐만 아니다. 우리 경제가 직면한 상황이 일시적 경기 문제만은 아니라는 심각한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그제만 해도 국제금융센터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분석을 토대로 “엔저의 지속 가능성을 감안할 때 향후 한국의 강한 수출 회복세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엔저 지속 시기가 2018년까지든 더 가든, 우리 수출이 환율에 무임승차해 가격경쟁력으로 먹고 살던 시절은 끝났다는 진단에 다름 아니다. 최 부총리의 몰아치기 식 부양책과 금리인하 압박에 다소 시큰둥했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앞서 “통화정책만으론 부족하다”며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기까지 했다.

하지만 말이 쉽지, 경제 구조개혁만큼 막연한 얘기도 드물다. 누구나 입만 열면 구조개혁이라지만 언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늘 혼란스럽다. 아마 개혁을 입에 달고 사는 관료들조차 아득하기 짝이 없는 얘기가 구조개혁일 것이다.

구조개혁 타이밍과 관련해 ‘목욕탕 수리론’과 ‘외과수술론’이 회자된 적이 있었다. 김영삼 정부 초기 일시적 불황이 닥쳤을 때다. 당시 경제기획원을 중심으로 정통 경제관료들은 목욕탕도 손님이 뜸한 여름에 수리를 하는 것처럼, 구조개혁도 불황에 하는 게 효율적이니 저성장을 감내하면서 구조개혁에 치중하자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사상 첫 지방선거가 닥친 상황에서 당장 불황이 부담스러웠던 청와대 측에선 큰 수술을 감당하려면 기초체력이 필요하다며 일단 경기부터 살리자는 ‘외과수술론’을 들고 나왔다. 그 결과 초강력 경기부양책인 ‘신경제 100일 계획’이 채택됐고, 그 여파로 경기과열이 이어져 97년 외환위기의 원인(遠因)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구조개혁 타이밍을 둘러싼 당시의 혼란상은 부분적으로 최 부총리와 이 총재 사이에서도 되풀이 됐지만, 어쨌든 부양책 못지 않게 구조개혁도 병행돼야 한다는 쪽으로 입장이 수렴된 만큼 그나마 다행이다.

문제는 구조개혁에 나선다 해도, 무엇을 어떻게 개혁할지는 여전히 막연한 상태라는 점이다. 이 총재는 효율성과 생산성 제고를 주문했지만, 자칫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식 구조조정으로 치닫다가는 몇몇 기업의 수익성은 제고될지 몰라도 국가적 성장잠재력과 일자리는 오히려 훼손되기 십상이다. 따라서 향후 구조개혁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국내 제조업 전반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되, 고용보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서비스업 육성책이 강력히 맞물려야 한다. 아울러 성장잠재력 확대를 위해서라도 대기업-중소기업 간 공정한 생태계 조성이 절실하며, 내수 기반을 위한 소득재분배 정책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

정부는 이미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추진 중이지만, 일관된 전략 없이는 중구난방으로 흐르기 십상이다. 기왕 구조개혁의 즉각적 필요성에 공감이 이루어진 만큼, 정확한 탄착군 형성을 위한 영점조준을 통해 실현 가능한 정책과제부터 다시 추려 내는 작업이 절실하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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