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림
푸드라이터

등록 : 2018.07.14 04:00

[푸드스토리] 꿀맛 여름이 왔다! 탱글탱글 옥수수 납시오~

강원 토속 찰강냉이vs제주 힙스터 초당 옥수수

등록 : 2018.07.1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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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호스로 떠오른 초당옥수수

대부분 과일보다 당도 높고

식감 아삭해 생으로 먹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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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옥수수-단옥수수

쫄깃한 식감, 은근한 단맛에

여름 간식 스테디셀러로

제주 초당 옥수수가 옥수수계의 아이돌로 급부상했다. 강태훈 포토그래퍼

JTBC의 예능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 최고 히트 아이템은 무엇일까? 지드래곤의 트러플 등을 꼽는 사람도 많겠지만 방송 초기 배우 김나영의 냉장고에서 발견된 ‘사탕 옥수수’만한 것이 없다. 2015년 방송되자마자 전국적인 사탕 옥수수 열풍을 일으켰고, 사탕 옥수수는 매해 여름 꾸준한 팬층을 유지하며 인기를 확산시키고 있다. 사탕 옥수수는 초당 옥수수가 덜 알려졌을 때 불리던 별칭이다. 당시 별명은 사탕 옥수수 외에도 ‘설탕 옥수수’, ‘마약 옥수수’, ‘노란 옥수수’ 등 많았지만 이제 초당 옥수수로 정리됐다.

‘제주도에서 여름 한때 잠깐 나는 희귀한 옥수수’라는 프리미엄이 붙어 초당 옥수수가 새삼 옥수수 시장의 다크호스가 됐다. 가수 이효리가 제주도에 입도하며 쏘아 올린 제주 열풍을 제주 마니아 김나영이 이어 받았고, 실속은 초당 옥수수가 두둑이 챙긴 셈이다. 초당 옥수수는 김나영의 냉장고에서 냉동 상태로 발견되기 이전에도 이미 존재하던 옥수수다. 1980년대부터 농촌진흥청에서 육종한 ‘초당옥1호’ 등이 존재했지만 왠지 쭉 인기가 없어 초당 옥수수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다.

수분 가득한 옥수수계 아이돌, 초당 옥수수.

이제 초당 옥수수는 확고한 팬덤을 가진 인기 옥수수로 자리매김했다. 초당 옥수수 팬들은 농가를 부지런히 찾아내어 저마다 ‘단골 농가’를 갖고 매해 여름을 기다리고 있다. 어떤 인기 농가에선 봄 파종 때부터 이미 그 해치 초당 옥수수 예약 판매를 내걸고 순식간에 ‘완판’하기도 한다. 18브릭스(1브릭스는 100g 당 당분 1g) 정도는 훌쩍 넘는 화려한 단맛(대부분의 과일보다 당도가 높다)과 치아만 닿아도 과즙이 튈 정도로 수분 가득(수분 함량이 무려 90%선) 아삭아삭한 식감은 분명 이목을 끄는 면이 있다. 샛노란 색도 매력 만점이다.

실제로 옥수수 농사에 무심해 2013년 8헥타르, 2014년 63헥타르, 2015년 33헥타르에 불과했던 제주도의 노지 옥수수 재배 면적은 ‘김나영 효과’ 이후인 2016년 101헥타르로 껑충 뛰어올랐다. 2017년에도 181헥타르로 또 두 배 가까운 성장을 했다. 초당 옥수수는 온도에 민감해서 폭염 전, 그리고 장마 전에 수확해야 한다. 기후가 온난해 초당 옥수수와 생태가 잘 맞는 제주도가 초당 옥수수 주산지로 단숨에 자리 잡았다.

초당 옥수수가 아이돌 그룹 같은 인기를 누리는 동안, 한국의 익숙하고 흔한 기존 옥수수, 찰옥수수와 단옥수수는 어떻게 되었는가. 한마디로 태평성대, 발전도 퇴보도 없이 건재하다. 옥수수 전체 재배 면적이 급감한 2000년대 이후 큰 변화가 없다. 2017년 통계에 따르면 강원도가 5,498헥타르로 옥수수의 절대 아이콘 위치를 지키고 있고 그 뒤로 3,138헥타르를 경작하는 충북이 안정적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전남, 경기, 경북 순으로 옥수수를 꾸준히 키운다.

기후가 온난해 초당 옥수수와 생태가 잘 맞는 제주도가 초당 옥수수 주산지로 자리 잡았다. 강태훈 포토그래퍼

초당 옥수수 팬들에 비하면 찰옥수수 팬들은 수줍은 보수다. 묵묵히 의리를 지키지만, 결집력은 약하다. 찰옥수수야 워낙 철 되면 알아서 어디서나 팔기 때문에 나오면 나오는가 보다, 하는 정도랄까. 찰옥수수 중에서도 더 맛있는 옥수수가 무엇인지, 어느 지역의 어느 농가가 옥수수 농사를 더 잘 짓는지 별 관심이 없다. 그때그때 유통 라인을 타고 집 앞 슈퍼마켓에서 손에 넣은 찰옥수수의 은근한 구수함과 옅은 단맛에 만족하며 여름 정취를 즐기고 말 뿐이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초당 옥수수만큼 요란한 화제성은 없지만 치아 한 번 스칠 때마다 매끈하게 쏙쏙 빠지는 그 탱글거리는 질감, 찰떡처럼 쫄깃하게 씹히는 그 물성이 여전히 여름마다 동심의 ‘옥수수 하모니카’를 불게 한다. 수십 년을 먹어도 질리지 않는 여름의 스테디 셀러다.

그런데 잠깐. 사실 찰옥수수도 전 세계를 놓고 보면 초당 옥수수 못지 않게 희귀한 존재다. 한국과 북한, 중국, 일본 정도만 찰옥수수를 먹고, 이외 지역은 모두가 단옥수수를 길러 먹는다. 우리에겐 찰옥수수가 지겹도록 당연하지만, 밖에 나가면 평양냉면처럼 어디에도 없어 고국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한국의 맛’인 것이다.

찰옥수수, 단옥수수, 그리고 초당 옥수수는 옥수수의 종류다. 다 같은 옥수수라고 하기엔 서로 너무나 다른 특징을 가진다. 찰옥수수는 찰밥의 찰진 맛을 내는 아밀로펙틴이 90% 가량을 차지하는 옥수수다. 껍질이 얇을수록 좋고, 속이 단단하게 차있다. 왁시 콘(Waxy Corn)이라고 하고, 옥수수 알이 둥글고 단단한 모양을 하고 있다. 찰옥4호, 일미찰, 미백2호, 연농1호(대학찰) 등 흰색 찰옥수수 품종과 흑점찰, 얼룩찰1호, 흑점2호 품종 등 국내 육성 품종이 주로 재배된다. 색에 따른 맛 차이는 없다.

단옥수수는 한 마디로 통조림 옥수수, 스위트 콘(Sweet Corn)이다. 단 맛이 있고, 채소처럼 사용하기도 한다. 수확 후 수분을 잃으면 볼품 없이 홀쭉해지는데, 이는 통조림 옥수수에 항상 물이 채워져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1970년대 이후 미국 품종들이 한국에 소개됐지만 우수한 찰옥수수 품종이 개발되면서 점차 시장 중심에서 밀려났다. 농촌진흥청 식량과학원 손범영 박사가 제공한 통계에 따르면 2012년엔 찰옥수수가 1만6,828헥타르 재배된 데 비해 단옥수수는 고작 173헥타르 재배된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 품종으로는 구슬옥, 고당옥, 고당옥1호 등이 있는데 구슬옥은 흰색과 노란색 알이 섞여 있어 예쁘다.

초당 옥수수는 단옥수수가 열성 변이를 일으켜 생겨난 돌연변이다. 덜 익었을 때 옥수수가 가진 당이 전분화되며 옥수수다운 옥수수가 되는 것인데 초당 옥수수는 딱하게도 이 대사작용을 잘 하지 못해 당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고, 덕분에 달고 맛있다. 앞서 말했듯 수분이 하도 많아서 수확 후 반나절만 지나도 바람 빠진 풍성처럼 쭈글쭈글하게 쪼그라든다. 강릉의 초당 두부와는 전혀 관계 없고, 超糖, 즉 ‘매우 달다(Super Sweet)’는 뜻의 초당이다.

냉장 보관된 시원한 옥수수 골라야

옥수수를 살 때는 사진 왼쪽의 것처럼 대까지 껍질 안에 감싸져 있는 것이 좋다. 강태훈 포토그래퍼

그런데 우리가 사먹는 옥수수는 종류 불문하고 일부러 맛 없게 파는 것처럼 보인다. 옥수수는 줄기에서 떨어진 순간부터 노화에 박차를 가한다. 수분이 날아가고, 당이 부지런히 전분화되며, 그 결과 맛이 없어진다. 경매와 도매 등 유통 단계를 다 따르자면 마트나 백화점 등 소매 단위에 이르러선 사나흘이 흘러 있고, 맛이 다 빠진 상태가 된다. 특히 초당 옥수수는 조금만 더워도 푹 쉬어버리기도 한다. 경남 고령의 옥수수 전문 농업회사법인 대가야 김영화 대표이사는 “초당옥수수는 먹을 만한 한계가 3일이고, 단옥수수는 5일에 불과하다”며 “농가에서 수확 후 저녁에 바로 택배를 발송해 다음날 도착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소매로 어디서나 구매하는 찰옥수수와 달리 대개는 농가와 직거래로 먹는 초당 옥수수가 유독 맛있는 것은 수확 직후 택배로 보낸 것을 바로 쪄서, 또는 생으로 먹는 것도 큰 몫을 한다. 찰옥수수도 택배로 농가 주문한 것이 한층 달고 맛있다.

농가와 직거래하지 않고 편안하게 집 근처 마트에서 맛있는 옥수수를 고르려면 어떤 요령이 필요할까. 우선 시원한 매대, 또는 냉장고에 보관된 옥수수를 고른다. 푹푹 찌는 야외에 방치된 옥수수는 절대 금물. 또 껍질과 수염을 말끔하게 정리해 팩에 포장해둔 옥수수도 피해야 한다. 음식물쓰레기가 나오지 않아 편할지는 몰라도 맛이 떨어진다. 옥수수가 껍질에 감싸여 있어야 수분도 유지되고 온도 변화에도 덜 영향 받는다. 껍질은 두텁게 싸여있을수록 좋다.

옥수수는 펭귄의 다리처럼 대(줄기)가 껍질 안에 감싸여 있는 모양을 하고 있는데, 대개는 대 부분을 꺾어 내고 대에 붙은 껍질을 벗겨 알맹이만 감싼 형태로 유통된다. 기왕이면 이 작업을 하지 않은 채 유통한 옥수수가 낫다. 유통되는 동안에도 대로부터 수분과 영양을 조금이나마 공급받아 맛이 유지된다. 해외 수퍼마켓에선 옥수수 코너 옆에 쓰레기통을 두어 대와 껍질, 수염이 모두 제거되지 않은 옥수수를 그 자리에서 직접 정리해 알맹이만 가져가도록 해놨다. 수퍼마켓 입장에서도, 소비자 입장에서도 번거로운 일이지만 이래야 맛이 좋기 때문이다.

아니면 아예 쪄서 냉동한 제품의 맛이 나을 때가 많다. 집에서 옥수수를 먹을 때도 바로 쪄서 냉동시켜 두면 맛을 보존한 채로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조리할 때는 되도록 삶지 않고 찌는 것이 좋은데, 특히 초당 옥수수는 꼭 쪄먹어야 한다.

이해림 객원기자(herimthefoodwriter@gmail.com)

강태훈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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