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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 불리고, 장비 빌리고...'원윤종-서영우'가 쓴 신데렐라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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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 불리고, 장비 빌리고...'원윤종-서영우'가 쓴 신데렐라 스토리

입력
2018.02.20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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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우-원윤종(오른쪽)./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체육교사를 꿈꾸던 한 청년은 2010년 학교 게시판에 올라온 봅슬레이 대표팀 선발 공고문을 보고 호기심에 지원을 했다. 그런데 덜컥 합격했다. 훗날 체육교사가 돼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도전했던 일이 직업이 됐다. 그것도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국가대표가 된 것이다.

‘인생은 우연한 기회에 바뀐다’는 말이 있다. 봅슬레이 국가대표 원윤종(33ㆍ강원도청)의 인생도 한 순간에 바뀌었다. 2013년 만나게 된 그의 파트너 역시 이력이 남다르다. 대학교 과 후배 서영우(27ㆍ경기BS경기연맹)는 육상선수 생활을 그만두고 방황하던 중 TV 예능프로그램에서 봅슬레이가 다뤄지는 것을 유심히 보고 이후 도전해 국가대표가 됐다.

이들은 몇 년 후 한국 봅슬레이 역사를 새로 썼다.

원윤종-서영우는 18∼19일 이틀에 걸쳐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펼쳐진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봅슬레이 2인승 경기에서 1∼4차 시기 합계 3분17초40의 기록으로 전체 30개 출전팀 중 6위를 차지했다.

공동 금메달을 따낸 캐나다의 저스틴 크립스-알렉산더 코파치, 독일의 프란체스코 프리드리히-토르스텐 마르기스(이상 3분16초86)와는 0.54초 차이였다. 동메달을 목에 건 라트비아의 오스카스 멜바디스-제니스 스트렝아(3분16초91)와는 0.49초 격차를 보였다.

원윤종-서영우는 첫날 1차 시기에서 11위(49초50)에 그쳤다. 2차 시기에서는 3위(49초39)로 순위를 끌어올렸고 둘째 날 3차 시기 5위(49초15), 4차 시기 5위(49초36)로 선전했지만, 1차 시기의 부진을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물론 6위는 한국 봅슬레이가 역대 올림픽에서 거둔 최고 성적이다. 둘은 2014 소치올림픽에서 18위를 기록했다.

4차 시기가 있었던 19일 밤 10시 40분쯤. 밤 늦은 시각이었지만, 대회장에는 원윤종-서영우를 응원하는 팬들이 많았다. 관중은 봅슬레이 도착 지점에 몰려 있었는데 상당수는 원윤종-서영우의 이름이 적힌 플래카드나 태극기를 들고 있었다. 도착 지점이라 최고 시속 130~150km에 달하는 속도감은 느끼지 못했지만, 둔탁한 마찰 소리에 “쌩”하고 바람을 가르며 도착하는 봅슬레이의 모습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레이스 때 신이 난 관중은 간간이 괴성을 질렀는데 약 40~50m 떨어져 있는 미디어센터 내부에서도 그 소리가 들릴 정도로 컸다. 한 아이돌 가수 역시 현장을 찾아 원윤종-서영우를 응원했다.

이렇게 많은 응원을 받기까지는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대표팀 선발 당시 몸무게가 84㎏으로 선수로서 다소 왜소했던 원윤종은 하루에 6~8끼를 먹으며 체중을 불렸다. 썰매 종목에서는 중량이 커야 가속이 붙기 때문에 체중이 기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근육량도 함께 늘렸다. 체중을 늘리면서 혹독한 웨이트트레이닝을 병행한 결과 순발력과 근력을 유지해 스타트에서도 한층 탄력이 붙었다. 서영우 역시 육상선수 시절 다소 호리호리한 몸매였지만, 식단 조절과 강도 높은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체중과 근육을 늘렸다.

둘에게는 장비 문제도 있었다. 한국은 ‘썰매 불모지’라 마땅한 시설이 없었다. 바퀴가 달린 썰매를 타고 아스팔트 위에서 연습을 하기도 했다. 해외에 전진훈련을 갈 때는 비용이 부담스러워 외국 선수들에게 장비를 대여했다.

이후 다행히 정부와 기업의 지원으로 훈련 환경이 갖춰졌고, 그러면서 성적이 나기 시작했다. 이들은 2015-2016시즌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생애 2번째 나선 올림픽 2인승에서 바라던 금빛 질주를 하지는 못했지만, 이들의 우정과 팀워크는 여전했다. 원윤종이 "(서)영우는 나를 믿고 피눈물을 흘려가며 훈련하고 견뎌내고 참아왔다. 나로 인해 순위가 떨어진 것 같아 미안하다"고 하자 서영우는 "좋은 경기를 보여줘 감사하게 생각한다. 4인승에서는 더 좋은 경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위로해 취재진을 훈훈하게 했다. 이들은 24~25일 열리는 4인승 경기에서의 선전을 다짐했다. 이용(40) 총감독도 “남은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원윤종-서영우는 김동현(31), 전정린(29ㆍ이상 강원도청)과 팀을 이뤄 4인승 경기에 출전한다.

평창=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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