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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희생 한국인 명부, 日 70대가 책으로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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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희생 한국인 명부, 日 70대가 책으로 만들어

입력
2017.08.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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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舊)일본군한반도출신군인ㆍ군속사망자명부’의 표지 모습. 일본출판사 신간사(新幹社)에서 펴냈다.
‘구(舊)일본군한반도출신군인ㆍ군속사망자명부’의 표지 모습. 일본출판사 신간사(新幹社)에서 펴냈다.

일본의 한 70대 민간인이 일제강점기 한반도에서 강제징병을 당했다가 희생된 군인과 군속의 명부를 20여년간 정리해 책으로 펴냈다. 한반도 출신 징병자의 명부가 책으로 출판된 것은 처음이어서 이들이 어떻게 전쟁에 동원됐는지를 전하는 귀중한 자료가 될 전망이다.

저자는 학원강사 출신인 기쿠치 히데아키(菊池英昭ㆍ75)씨다. 9일 출간된 ‘구(舊)일본군한반도출신군인ㆍ군속사망자명부’에는 제국주의 일본에 의해 징병당한 군인 또는 군속으로 전쟁에서 숨진 한반도 출신자 명부가 정리돼 있다. 책에 적힌 사람들은 일본 내에선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교섭 과정에서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에 전달한 한반도 출신 전사자 명단 속의 2만2,000명이라고 도쿄신문이 전했다.

기쿠치씨는 한국 시민단체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의 일본 소송을 돕다가 이 명단의 존재 사실을 알게 됐다. 1993년부터 일하는 중간중간 짬을 내 각 인물별로 자세한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군부대 기록 등 다양한 과거자료를 찾아내 생년월일, 소속부대, 사망이유, 본적지 등 14개 항목으로 책에 적어 넣었다. 창씨개명 탓에 모두 일본 이름이다.

일례로 1945년 3월 10일 해군 시바우라(芝浦)시설부 후카가와(深川)숙소에선 113명이 사망했다. 기쿠치씨는 이날 있었던 도쿄대공습의 희생자로 판단하면서 대부분 경상도 출신자들이었다고 했다.

역사학자인 우쓰미 아이코(內海愛子) 케이센가쿠인대(惠泉學園大) 명예교수는 “기쿠치씨의 집념으로 한반도 출신자들이 어떻게 끌려왔고 어떻게 죽었는지 알 수 있게 됐다”며 “책을 보면 일본의 전후 처리가 얼마나 불충분했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쿠치씨는 “겨우 완성을 해서 다행이다. 책을 들고 전몰지(戰歿地)를 방문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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