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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진
패션 칼럼니스트

등록 : 2017.05.03 04:40
수정 : 2017.07.17 11:13

[박세진의 입기, 읽기] 제대로 된 옷을 만드는 데는 돈이 든다

등록 : 2017.05.03 04:40
수정 : 2017.07.17 11:13

2013년 4월 24일 방글라데시의 다카에 있는 ‘라나 플라자’라는 8층 건물이 붕괴했다.

1,129명이 사망했고 2,5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사고의 원인은 부실한 건물 관리로, 전형적인 인재였다. 패션 쪽에서 특히 문제가 됐다. 당시 이 건물에 있던 5,000여명의 노동자가 ‘베네통’ ‘조 프레시’ ‘망고’ ‘프리마크’ ‘월마트’ 등 널리 알려진 글로벌 패션 기업에서 판매하는 의류를 생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낮은 임금을 받으며 긴 시간 취약한 노동 환경에서 일하는 것을 ‘스웨트숍(sweatshop)’이라고 하는데 보통 의류 산업에서 많이 사용한다. 의류 산업이 매우 노동 집약적이기 때문이다. 스웨트숍의 문제는 역사가 상당한데 1800년대 말부터 1900년대 초 영국, 미국, 호주 등에서 벌어진 수많은 노동 분쟁과 대규모 파업이 의류 산업에서 시작됐다. 이런 싸움을 통해 노동법 등이 개정됐고 이제 선진국의 해당 산업 종사자는 어느 정도 보호를 받고 있다.

하지만 브랜드들이 국제화하고 저렴한 비용과 대량 생산의 효과를 위해 공장을 외국으로 보내면서 이 문제가 다시 등장하기 시작했다. 2013의 방글라데시 사고 이전에도 ‘나이키’나 ‘갭’ 등 거대 브랜드의 제품을 어디서 누가, 어떤 환경에서 얼마나 급여를 받으며 만들고 있는지에 대해 비정부기구(NGO) 등이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었다. 그리고 ‘H&M’이나 ‘유니클로’ ‘자라’ 등의 패스트 패션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성장하고 초거대 기업이 되면서 문제는 점점 더 커졌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러다가 방글라데시 사고로 인해 보다 많은 이가 관심을 갖게 됐다. 자신이 별 생각 없이 입고 있는 옷이 알고 보니 TV 화면에 보이는 대참사 속 무너진 건물에서 만들어진 거라는 사실은 이런 문제에 무관심한 이에게도 충격적일 수 있는 법이다.

방글라데시 참사 이후로 사고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패션 브랜드들이 관련 NGO와 회담을 통해 여러 대책을 내놓았다. 사고에 얽히진 않았지만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고 인도, 베트남, 중국 등에 있는 거의 비슷한 환경의 공장에 외주를 주고 있는 글로벌 브랜드와 패스트 패션 브랜드도 동참했다.

공장의 안전 문제 관련 대책들이 주로 논의됐다. 예컨대 방글라데시 ‘라나 플라자’를 비우라는 공고가 사고 전날 내려졌음에도 노동자들이 출근을 해야 했던 건 납부 기일 때문이었다. 패션 브랜드들은 물건만 받으면 그만이지 그런 사정에 대해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 이에 대한 감시의 책임을 외주 생산에 의한 이익을 누리고 있는 브랜드가 함께 지도록 제도화하지 않으면 이 문제는 개선되기 어렵다.

방글라데시 사고 이후 매년 4월이 되면 세계 곳곳에서 여러 행사와 캠페인이 열린다. 그 중 하나가 영국의 한 NGO가 개최하는 ‘패션 레볼루션 위크’다. 패션 위크라는 말이 들어있지만 패션쇼가 열리는 건 아니고 스웨트숍 문제에 관심을 촉구하는 캠페인이 중심이다. 올해 캠페인은 각 브랜드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식 계정에 자신의 옷에 붙은 라벨 사진을 올리고 “내 옷을 누가 만들었나요"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더 중요한 점이 있다. 사실 스웨트숍 문제는 더 높은 이윤을 확보하려는 악덕 브랜드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장 안전 문제와 임금 문제 등이 이슈가 돼 개선된다면 그 만큼 비용이 더 들게 된다. 지금 우리가 입고 있는 옷이나 신발의 가격도 오른다는 뜻이다. 특히 이런 외주 생산은 대체로 중ㆍ저가의 대중적 브랜드가 많이 하고 있고 그런 만큼 소비자도 가격 변화에 민감한 사람이 많다. 결국 소비자들이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더 올라갈 수 있는 가격을 감수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

가격이 오를지도 모르는데 이 문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있다. 우선 기본적 인권 보호는 소비자만 누릴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 때문이다. 타인을 보호할 수 있을 때 나 자신도 보호받을 수 있다는 공감을 바탕으로 제도는 만들어진다. 또 하나는 보다 현실적 이유인데 이렇게 개선해서 가격이 올라도 미국, 유럽 혹은 한국에서 만드는 것보다는 저렴하다는 점이다. 이런 식으로 글로벌한 공존은 지속될 수 있다.

패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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