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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교통 범칙금 못 내 700만명 면허 정지... 미국 저소득층 발이 묶였다

입력
2018.05.20 15:01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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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 예산 확보 위해

무리한 교통단속 일삼아

미국의 지방 정부가 재정 확보를 위해 무리하게 교통 범칙금을 부과해 서민들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의 지방 정부가 재정 확보를 위해 무리하게 교통 범칙금을 부과해 서민들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시의 한 흑인여성은 2007년 불법 주차 단속에 걸려 범칙금 151달러를 부과 받았다. 하지만 생활고에 시달리던 이 여성은 기한 내에 돈을 납부하지 못해 추가 벌금이 지속적으로 쌓여갔다. 이후 7년간 이 여성에겐 부과된 돈은 약 1,100달러였다. 반 정도는 조금씩 지불해 갚았지만, 반은 내지 못해 6일간 옥살이도 했다. 단 한번의 불법 주차에 대한 대가였다.

2014년 경찰 당국의 인종 차별로 소요 사태가 벌어졌던 미주리주 퍼거슨시의 교통 단속은 인종 차별적 요소만 있었던 게 아니었다. 당시 법무부 조사에서 경찰 당국이 시 재정 수입을 끌어올리기 위해 교통 범칙금을 무차별적으로 부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공중 안전에 초점을 맞춘 법 집행을 하는 게 아니라, ‘미수금 처리 대행사’ 같이 시민들의 주머니를 노려 ‘중세 시대의 강도 국가’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이처럼 지방 정부가 예산 확보를 위해 무리하게 교통 단속을 벌여 범칙금을 부과하는 관행이 미 전역에 걸쳐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각 주의 운전면허 정지 기록을 분석한 결과, 미 전역에서 교통 범칙금을 내지 못해 운전 면허가 정지된 사람이 700만명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관련 자료가 없거나 이를 제공하지 않은 주들을 감안하면 그 숫자가 훨씬 더 높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운전 면허는 출퇴근, 업무, 자녀 등하교, 장보기 등 일상 생활에서 필수적인데 무리한 범칙금 부과로 저소득층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뜻이다.

인구 840만 명인 미 동부 버지니아주의 경우 2016년 말 기준으로 교통 범칙금을 내지 못해 운전 면허가 정지된 이가 64만7,517명(7.7%)이었다. 범칙금 미납으로 면허 정지가 가장 많은 곳은 텍사스 주로 140만 명이었다.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알래스카주는 법정 벌금 미납을 이유로 면허 정지를 할 수 없도록 했고, 캘리포니아주도 6월부터 범칙금 미납 때문에 면허를 박탈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버지니아주 시민단체인 법률지원정의센터는 지난해 버지니아주가 반헌법적 제도로 운전 면허를 정지했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해 현재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이 단체의 안젤라 시오피 법률국장은 WP에 “가난한 사람들이 빚을 갚고 면허증을 되찾는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엄격하다”며 “이는 단순히 운전이 아니라, 생존과 가족을 돌볼 권리에 대한 문제다”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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