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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미 통상 갈등, 명분보다 실리를 앞장세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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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미 통상 갈등, 명분보다 실리를 앞장세워라

입력
2018.02.20 20: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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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정부의 통상압박에 맞서 강력한 정면 대응 의지를 천명, 속 시원하다는 반응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한미관계는 통상뿐 아니라 안보문제가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어 어느 한쪽을 앞세우거나 소홀히 하면 균형을 잡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여부 검토 등 당당하고 결연히 대응하고, FTA 개정협상을 통해서도 부당함을 적극 주장하라”고 주문했다. 안보와 통상 논리는 서로 다르다는 시각에서 통상 문제만큼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막무가내식 압박에 계속 밀리다가는 우리의 수출전선이 크게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강력한 발언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효과는 크지 않을 듯하다. WTO 제소는 수년이 걸리는 데다 막상 승소를 하더라도 직접적 보상은 주어지지 않는다. 한미 FTA 개정협상도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서 비롯한 것으로 최종적으로 우리에게 득보다는 실이 많기 십상이다. 최악의 경우 FTA가 폐기되면 우리 손실이 더 크다. 그런 면에서 대통령의 발언은 원론적 차원에 그친 것으로 비친다.

더욱이 안보와 통상 문제를 확실히 분리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당장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정상회담 등에 관해 미국과의 조율이 긴요한 상황에서 미국의 통상압박은 끊이지 않고 있다. 두 문제는 우리 경제나 한반도 정세에 매우 중요하다는 점에서 청와대는 안보와 통상 문제를 나누는 ‘투 트랙’ 전략으로 난관을 돌파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이 우리 뜻대로 응해 줄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미국은 안보와 통상을 사실상 하나로 보는 듯하다. 방위비분담금 인상 요구가 좋은 예다. 미국은 한국을 지켜 주는데 돈까지 내야 하느냐는 입장과 함께 미국산 무기구입 요구를 감추지 않는다. “이른바 동맹국도 무역에 관해서는 동맹국이 아니다”라는 트럼프의 언급은 미국 우선주의이거나 편의주의일 뿐 온전한 투 트랙과는 거리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미 외교의 핵심은 명분이 아닌 실리다. 가령 일본의 대미 무역흑자 규모는 우리나라의 3배에 이른다. 그런데도 일본은 미국의 각종 통상압박에서 벗어나 실리를 챙기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미국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저자세를 취해 온 까닭을 짐작할 만하다. 미국은 주먹과 돈을 동시에 가졌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는 한계를 인식, 미국의 신뢰를 살 수 있는 지혜를 짜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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