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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그룹 통합감독 시행…순환출자 복잡한 삼성 자본비율 328%→118%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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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그룹 통합감독 시행…순환출자 복잡한 삼성 자본비율 328%→118% 급감

입력
2018.07.01 12:58
수정
2018.07.01 22:0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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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그룹 통합감독 스타트

삼성ㆍ한화ㆍ교보 등 7개 그룹 대상

금융위, 모범규준 확정 시범 운영

삼성, 달라진 새 기준 적용 땐

작년의 1/3, 기준선 간신히 턱걸이

적정자본 줄고 필요자본 급증해

지배구조 개편 압박 더 커질 듯

정부가 여러 금융사를 거느리고 있는 삼성, 미래에셋 등 7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이전보다 자본적정성을 훨씬 깐깐하게 따지는 금융그룹 통합감독 제도를 도입해 시범 운영한다. 정부가 제도 도입을 추진한 지 근 2년 만이다. 새 제도가 도입돼도 7개 대기업 모두 당장 추가로 자본을 쌓을 필요는 없지만 지금보다 자본비율이 상당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그룹 중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는 삼성은 경우에 따라선 자본비율이 200%포인트 넘게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기준선인 100%는 살짝 웃돌지만 삼성으로선 자본 관리에 비상이 걸릴 수 밖에 없다.

금융위원회는 1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을 확정하고 7월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통합감독 대상은 삼성, 한화, 현대차, 교보생명, 미래에셋, 롯데, DB 등 7개 금융그룹이다. 지금까진 각각의 금융사별로 감독해 왔지만 앞으로는 대기업에 속한 금융회사를 하나로 묶어 금융그룹 전체가 적정한 자본수준을 유지하고 있는지, 불법적인 내부거래는 없는지 등을 따져보겠다는 게 제도의 취지다.

핵심은 7개 금융그룹을 상대로 이전보다 훨씬 까다로운 자본 규제를 적용하는 데 있다. 쉽게 말해 계열사간 복잡한 출자 과정에서 가공의 자본은 인정하지 않아, 실제보다 자본이 부풀려져 건실한 회사인 것처럼 보이는 착시를 막기 위한 것이다.

금융계열사간 자본의 합(적격자본)이 필요자본(금융업권별 최소요구자본)을 웃돌면 자본 규제를 갖춘 것으로 보는 것은 지금과 같다. 하지만 앞으론 적격자본을 계산할 때 상호출자로 중복된 자본은 빼고 필요자본에 가산하는 항목은 늘어나 금융그룹으로선 이전보다 적정자본을 유지하는 게 더 어려워진다. 필요자본에 반영해야 하는 항목은 두 가지다. 계열사별로 따로 보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룹 전체로 합하면 위험이 과도하게 한 군데로 집중되는 경우(집중위험)와 다른 계열사까지 동반 부실화될 수 있는 경우(전이위험)를 계산해 필요자본에 가산하도록 하는 식이다. 다만 정부는 자본적정성 산정기준은 초안만 마련했고, 모범규준을 시범운영하는 동안엔 필요자본 가산항목을 적용하지 않을 계획이어서 당장 7개 금융그룹의 자본비율엔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 금융위 관계자는 “하반기 중 통합감독법을 만들고 이르면 내년 하반기 시행될 예정인 만큼 그룹들이 미리 준비하라는 게 모범규준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바뀌는 제도를 바탕으로 7개 대기업의 자본비율이 어떻게 바뀌는지 시뮬레이션 해봤더니 삼성그룹의 자본비율이 가장 많이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2017년말 기준 삼성의 적격자본은 57조원, 필요자본은 17조원으로 자본비율이 328.9%로 기준선(100%)을 무난히 넘겼다. 하지만 적격자본에서 상호 출자론 중복 적용된 자본(6조3,000억원)을 빼고, 필요자본 항목을 더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삼성그룹은 전체 자본의 83%가 삼성전자 지분으로 구성된 삼성생명 탓에 집중위험 크기가 상당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분석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집중위험 크기는 20조원 수준이고, 이 중 얼마를 추가로 자본을 쌓도록 하는지에 대한 산정기준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만약 100% 다 쌓도록 하면 삼성생명의 필요자본은 37조원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전이위험의 경우 정부는 중간등급으로 단순 가정했는데 삼성의 경우 이를 적용하면 필요자본이 6조원 정도 더 늘어난다. 이를 모두 다 감안해 계산하면 삼성의 적격자본은 51조원으로 줄고, 필요자본은 기존 17조원에서 43조원으로 늘어 자본비율이 188%로 떨어진다. 정부 관계자는 “집중위험 산정방식이 정해지지 않아 필요자본 크기는 달라질 것”이라며 “다만 삼성은 그만큼 순환 출자 등으로 자본이 그간 부풀려졌는데 앞으로는 조정될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된다”고 말했다.

삼성 다음으로는 미래에셋의 자본비율이 기존 307.3%에서 150.7%로 절반 넘게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됐다. 교보생명은 299.1%에서 200.7%, 롯데는 241.2%에서 176%, 한화는 210.4%에서 152.9%, DB는 221.8%에서 168.7%, 현대차는 171.8%에서 127%로 각각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하반기 중 금융그룹 통합감독법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정부는 계획대로 올해 중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관련 법이 국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단 모범규준이 도입된 만큼 금융사 스스로 법 통과를 예상하고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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