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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ㆍ2대책 이후] “아파트 잔금 치러야 하는데 대출 한도 줄어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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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ㆍ2대책 이후] “아파트 잔금 치러야 하는데 대출 한도 줄어 어쩌나…”

입력
2017.08.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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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출로는 도저히 어려워

정부가 집 구입 포기 강요하나”

일부는 계약 취소할 판

은행마다 고객 문의 빗발쳐

강남 등 LTV 40% 바로 적용

유예기간 없어 혼란 더 키워

중소기업 차장인 김모(43)씨는 3일 부랴부랴 은행 점포로 달려갔다. 지난 6월초 서울 마포구의 A아파트를 7억원에 구입하기로 하고 계약서를 썼는데 마포구가 전날 정부가 지정한 12개 투기지역(서울 11개구+세종시)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정부의 조치로 마포구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이날부터 40%까지로 쪼그라들었다. 계약 당시만해도 김씨가 받을 수 있었던 대출 규모는 LTV의 70%인 4억9,000만원이었다. 그런데 6ㆍ19 대책 후 4억2,000만원(LTV 60% 적용)으로 줄어든 데 이어 이번 조치로 다시 2억8,000만원까지 낮아진 것이다. 김씨는 “불과 40여일만에 대출 가능액이 2억1,000만원이나 줄었다“며 ”신용대출로는 도저히 메울 수 없는데, 사실상 정부가 집 구매 포기를 강요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가 8ㆍ2 대책을 발표한 지 하루가 지난 이날 시중은행 창구에는 김씨처럼 이미 주택구입 계약을 체결한 실수요자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이날부터 투기 지역 6억원 이상 아파트의 담보대출액이 대폭 줄어든 사실을 확인한 이들은 할 말을 잊은 채 망연자실했다. 정부의 대출규제 세부사항이 전달되지 않은 탓에 은행들도 고객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못하는 등 혼란도 빚어졌다.

정부가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묶고, 대출 규제를 강화한 8·2 부동산대책 시행을 앞둔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 은행 창구 직원들이 고객들과 상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묶고, 대출 규제를 강화한 8·2 부동산대책 시행을 앞둔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 은행 창구 직원들이 고객들과 상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오전 서울 강남에 위치한 A은행 프라이빗뱅크(PB) 코너에는 고객들 문의가 20여건이나 쏟아졌다. 대부분은 “잔금을 치르고 이사할 때까지 한 두 달의 시간이 남았는데 대출 규모가 얼마나 줄어드느냐”는 것이었다. 전날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곳에는 이날부터 곧바로 LTV 40%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은 고객들은 하나같이 “그럼 나머지 금액은 어디서 구하라는 것이냐”고 토로했다.

주택 매매계약 당시 곧바로 은행을 찾아 대출을 신청한 수요자들이라면 기존처럼 60~70% 의 LTV를 적용 받는다. 문제는 계약 시점부터 입주까지 보통 2~3개월 여유를 갖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아직 대출 신청을 하지 않은 경우 대폭 강화된 규제의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는 데에 있다. B은행 관계자는 “문의해온 고객 중 일부는 계약 취소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또 C은행 관계자는 “송파구 아파트를 구입해서 이달 말 잔금을 치러야 하는 한 고객의 경우 앞서 받은 주택담보대출이 있어 LTV 30%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다고 했더니 말을 잇지 못했다”고 전했다.

유예기간 없이 대출 규제가 곧바로 시행된 것도 혼란을 가중시켰다. 은행 창구에선 강화된 대출 규제가 당초 이달 중순부터 시작된다고 설명했다가 다시 이날부터 시행된다고 번복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D은행 관계자는 “전날 금융위원회도 은행업 감독규정 개정이 필요해 강화된 규제가 시행되기까지 최소 2주 이상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며 “그런데 갑자기 곧바로 시행된다는 본점의 지시가 내려와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창구에선 1인당 2건까지 가능했던 중도금 보증이 세대당 2건으로 강화되는 시점이 이날부터인지 등을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투기과열지구에서 주택 거래 시 자금조달계획ㆍ입주계획 신고를 의무화한 것과 관련,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신고하는지 등 세부 내용에 대한 문의도 많았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하는 은행 직원은 드물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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