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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영 기자

등록 : 2018.05.10 04:40

‘삼시세끼’인 줄 알았는데… 판박이 ‘농촌예능’ 줄줄이

등록 : 2018.05.10 04:40

KBS ‘나물 캐는아저씨’ 뿐 아니라

삼시세끼 만든 tvN도

‘식량일기’ ‘풀 뜯어먹는 소리’ 등 자기복제

지난 4일 첫 방송한 KBS2 예능프로그램 ‘나물 캐는 아저씨’의 한 장면. 방송화면 캡처

‘이 나물을 캐서 이 밥을 해 드셔야 합니다’ 쑥부쟁이 나물을 이용한 요리들이 클로즈업 돼 화면을 채운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느낌이 밀려온다. 누런 화면 안에 쑥부쟁이를 그려 넣고, 왼편에는 초록색과 갈색 자막이 쓰였다. 그러고 보니 프로그램 제목의 글씨체나 색감, 자막 등이 매우 익숙하다. 방송 중간에 겨울 땅이 녹아 꽃이 피고 나물이 땅을 뚫고 나오는 영상까지도 닮았다. 영락없이 tvN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다. 하지만 지난 4일 방영된 KBS2 예능프로그램 ‘나물 캐는 아저씨’의 방송 모습이다.

빡빡하고 답답한 도시생활을 탈출해 시골로 눈을 돌리는 방송이 앞다퉈 나오고 있다. 시시껄렁한 말 장난을 앞세우거나 치열한 요리 대결 등으로 승부를 가리는 프로그램들은 힘을 잃은 반면 힐링을 주제로 한 ‘농촌 예능’이 대세가 됐다. 하지만 판에 박은 듯 똑 같은 모습의 아류 프로그램들이 줄을 잇고 있다.

‘나물 캐는 아저씨’뿐만 아니다. 판박이 농촌 예능의 방송이 줄줄이 예약돼 있다. tvN은 오는 30일 ‘식량일기’를 첫 방송하고, 내달에는 ‘풀 뜯어 먹는 소리’를 안방에 소개한다. 두 프로그램 모두 출연자들이 자급자족하는 ‘농촌 생활기’를 담았다.

방송의 ‘자기복제’는 오래된 일이다. 하지만 ‘그 밥에 그 나물’ 식 예능프로그램을 특정 회사에서 지속적으로 내보내는 건 정도가 심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tvN을 운영하는 CJ E&M은 자사의 킬러 콘텐츠를 복제하고 파생하는 작업을 반복해 “장삿속만 채운다”는 비판을 들어왔다. 2014년 첫 선을 보인 ‘삼시세끼’는 CJ E&M이 운영하는 또 다른 채널 올리브의 ‘섬총사’로 파생됐고, tvN ‘윤식당’은 tvN ‘현지에서 먹힐까’와 올리브 ‘달팽이 호텔’로 이어졌다. 성공이 검증된 ‘되는 장사’에 공을 들인 결과다. CJ E&M의 예능은 ‘삼시세끼’나 ‘윤식당’의 그늘 아래 머물러 있는 셈이다.

한 때 예능프로그램을 선도하기도 했던 KBS는 최근 새로운 포맷조차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나영석, 신원호 PD 등 스타 PD들이 떠나면서 생긴 공백이 크다. 4년 가량 이렇다 할 킬러 콘텐츠를 발굴하지 못했다. 30년 넘게 방송되고 있는 KBS1 ‘가요무대’와 ‘전국노래자랑’이 시청률 10%를 넘기며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KBS2 예능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가 시청률 10%대로 선전 중이지만 전파를 탄지 6년이나 된 ‘나이든 콘텐츠’다.

그러니 잘 나가는 케이블채널이나 종합편성채널(종편)의 예능을 벤치마킹 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지난 2월과 3월 출격한 KBS2 예능 ‘1%의 우정’과 ‘하룻밤만 재워줘’, ‘건반 위의 하이에나’는 방영 전부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예능”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들 프로그램은 2~3%의 저조한 시청률을 보이며 결국 젊은 타깃층 확보에 실패했다.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살리는 게 시급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경남 대중문화평론가는 “KBS의 경우 중장년 고정 시청층이 상대적으로 즐길 만한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점을 인지해 공영성을 살릴 차별화된 시도가 답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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