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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기머리 산골 소년 서울대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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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기머리 산골 소년 서울대합격

입력
2016.12.26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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댕기머리를 한 류옥하다(왼쪽) 군이 고교에 입학하기 전인 2012년 10월 전남 신안군 우이도 여행길에서 우연히 시인 이생진씨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어머니 옥영경씨 제공.
댕기머리를 한 류옥하다(왼쪽) 군이 고교에 입학하기 전인 2012년 10월 전남 신안군 우이도 여행길에서 우연히 시인 이생진씨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어머니 옥영경씨 제공.

두메 마을에서 집안일을 도맡던 산골 소년이 고등학교 3년만 다니고 서울대에 합격했다.

2017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에서 생명과학부에 합격한 류옥하다(18ㆍ충북 영동고 3)군은 한때 학교에서 ‘댕기머리 소년’으로 통했다. 입학식 날 허리까지 내려오는 댕기머리에 고무신을 신고 나타난 류옥군의 모습에 놀란 친구들이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다.

충북 영동군 상촌면 대해리 민주지산 자락에 사는 류옥군은 영동고에 입학하기 전 학교에 다닌 적이 없다. 집안에서 부모님 일을 도우며 혼자 지내다 뒤늦게 검정고시를 통해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여섯 살 때 부모님을 따라 충북 영동으로 이주했다. 자연속 생태공동체 학교를 추구하던 어머니 옥영경(48)씨가 전국을 돌다 첩첩산중의 옛 대해분교에 자리를 잡았다.

류옥군은 자연스럽게 밭일과 청소, 군불 때기, 지붕 고치기 등 온갖 집안일을 도우며 지냈다. ‘학교에 다니지 않아도 사람 노릇을 할 수 있다’는 부모의 교육관 때문에 학교엔 다니지 않았다. 대신 매일 밤 어머니와 함께 많은 책을 읽었다. 또 자기 생각을 매일 노트에 정리하면서 사고력과 글쓰기 능력도 키웠다.

그러다 뇌과학자가 되겠다는 뚜렷한 목표가 생기면서 대학 진학을 결심, 1년간 준비 끝에 고입 검정고시를 거쳐 영동고에 입학했다. 한 번도 단체생활을 해보지 않은 학교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혼자 자유롭게 지내다가 각종 학교 규율에 맞추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선생님과 친구들의 도움으로 서서히 학교생활에 적응하면서 성적도 일취월장하기 시작, 2학년부터는 전교 수석을 거의 놓치지 않았다.

2, 3학년 류옥군의 담임을 맡은 서민수 교사는 “하다는 대학에 가서 인간의 뇌를 연구하겠다는 목표 의식이 뚜렷했다”며 “서울대는 최종목표가 아니라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징검다리일 뿐”이라고 말했다.

류옥군이 뇌과학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열 살 때쯤 어머니와 함께 장애아동 재활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생명에 관한 강연을 듣고부터다. 그 강연에서 “뇌 신경에 자극을 받고 깨어난 환자의 입에서 ‘신을 보았다’는 말이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인간의 뇌에 호기심을 갖기 시작했다.

부모는 류옥군이 농부의 길을 가기를 원했다. 그래서 마을에서 유기농을 하는 농부에게 아들을 보내 농사 기술을 배우도록 한 적도 있다.

어머니 옥씨는 “하다가 유년기부터 힘든 일을 혼자 해내면서 건강한 몸과 함께 강인한 정신까지 키운 것 같다”며 “하다가 이 세상을 건강하게 만드는 정의롭고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환하게 웃었다.

류옥군은 “산속에서 심심할 때 독서를 많이 했던 것이 대학입시에 큰 도움이 된 것 같다”며 “앞으로 인간의 뇌를 연구해 노벨의학상을 타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영동=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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