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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전직 소방관’이 운전하는 이 택시가 특별한 이유

입력
2017.10.27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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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시에는 조금 이상한 택시가 도로를 달립니다. 하루에 한 명씩 학생이나 임신부, 거동이 힘든 노인들을 무료로 태워드리는 택시지요. 이 사연의 주인공은 퇴직 소방공무원 출신 이상설씨입니다.

이 택시는 '행복택시'로 불리며 용인 시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습니다. 과연 이상설씨가 무료로 승객들을 태워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국일보가 카드뉴스로 정리했습니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고가혜 인턴기자

트렁크에 꽉 차 있는 심장충격기와 소화기?

조수석에는 용인소방서로 바로 연결된다는 무전기까지?

혹시 트랜스포머는 아닌가 싶을 정도로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출동할 것 같은 심상치 않은 택시.

“이 택시는 작은 소방차나 다름 없어요. 퇴직 소방 공무원 출신이라 내 안전 감각이 좀 남다르긴 하지!”

이 택시를 모는 분은 1년 차 새내기 택시기사 이상설씨입니다.

기사님은 30년간 소방공무원으로 일하다 지난해 퇴직 후 택시를 몰기 시작했는데요.

이 택시가 더 특별한 건 ‘행복택시’로 불리며 용인시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해졌기 때문입니다.

기사님의 택시는 왜 ‘행복택시’가 되었을까요?

‘하루에 한 번’ 이상설씨는 꼭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돈을 받지 않고 택시를 태워줍니다.

무료승객 선정 기준 1순위는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학생.

아이를 데리고 나온 엄마나 임신부, 거동이 힘든 노인도 행복택시의 단골 손님입니다.

“노인들이 주머니에서 꼬깃꼬깃 구겨진 1만원 짜리 지폐를 꺼낼 때면 도무지 그걸 받기가 쉽지 않더라고…”

이렇게 행복택시를 거쳐간 사람만 지난 1년 동안 100여명,

“이 택시를 타면 행복해질 것 같아요!” 한 승객이 건넨 이 한마디가 ‘행복택시’라는 이름의 시초라고 합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이 택시는 완전히 ‘공짜’는 아닙니다.

무료로 택시를 탄 손님에게는 반드시 방명록을 쓰게끔 하기 때문이죠.

“아픈 아빠가 보고 싶어 가는 길이었는데… 기사님 같은 분이 있어서 한국이 참 살기 좋은 나라 같네요.”

세상이 흉흉해 모르는 차에 타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행복택시는 예외입니다.

“만약 다른 차가 태워준다고 하면 무서워서 절대 타지 않겠지만, ‘행복택시’라는 걸 알고 안심했죠.” - 용인대 최진경(21)씨와 문부미(20)씨

간혹 “이 차 공짜죠?”라며 타려는 사람들도 있지만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에게만 이동 봉사를 한다”고 설명하면 다들 기꺼이 요금을 냅니다.

그렇다면 기사님은 왜 이러한 선행을 시작했을까요?

용인시가 지난해 퇴직 공무원을 대상으로 발급한 택시 면허는 단 하나.

그 기회를 기사님이 거머쥐게 된 겁니다.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라고 시에서 택시를 내준 건 아닐 테니까, 감사한 마음에 봉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죠.”

기사님의 삶에서 ‘봉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키워드.

30여 년간 장애인과 불우이웃을 돕는 비영리 봉사단체를 만들어 운영해왔으며

지금도 늦은 저녁엔 청소년 안전귀가를 돕는 방범순찰대원으로 변신합니다.

오후 10시, 이씨가 택시를 몰고 치안 취약지역을 순찰합니다.

오후 10시부터 귀가하는 손님들이 몰려드는데 ‘빈 차' 등을 끄고서 말입니다.

화려한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밖은 택시를 잡으려는 손짓이 넘치지만 기사님은 개의치 않습니다.

“늦은 밤이 택시기사들에겐 가장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시간대지만 나는 그보다 더 값진 일을 하러 가는 것이니 아깝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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