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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오면 냉면 100그릇 먹여주겠다’ 약속하고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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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오면 냉면 100그릇 먹여주겠다’ 약속하고 이별”

입력
2018.03.19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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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총련 기관지, 평창 단일팀 北선수 추억담 실어

“갈수록 南선수와 차이보다 통하는 것 더 많아져”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난 지 하루가 지난달 26일 강원 강릉시 올림픽 선수촌에서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선수들이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난 지 하루가 지난달 26일 강원 강릉시 올림픽 선수촌에서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선수들이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에서 뛰었던 북한 선수들의 추억담이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에 19일 실렸다. 이들은 “시간이 갈수록 남측 선수와 차이보다 통하는 게 더 많아졌다”고 회고했다.

조선신보는 이날 평창 올림픽에서 단일팀 일원으로 뛰었던 북측 려송희ㆍ김향미ㆍ황충금 선수와의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려 선수는 방남 기간 추억과 관련, “우리는 남측에 경기하러 두 번씩이나 나갔는데 남측 선수들은 평양에 한 번도 못 왔다. 그래서 남측 선수들이 평양에 막 오고파 하면서 ‘평양에 꼭 가겠으니 옥류관과 청류관에서 평양냉면을 무조건 먹여달라’고 했다”며 “그래서 우리가 꼭 해주겠다고 했는데 ‘몇 그릇 해주겠나’고 해서 ‘100그릇 먹여주겠다’고 말해줬다”고 했다.

김 선수는 “평양 이야기도 많이 해주었는데 우리 (남측) 동생들이 멋있다고, 특히 개선청년공원(놀이공원)에 제일 가보고 싶다고 했다”며 “그래서 평양에 꼭 와서 함께 놀자고 약속했다”고 했다. 황 선수는 “이별의 날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데 앞으로 얼마 안 있어 헤어진다고 생각하니까 남측 선수들을 보는 순간에 저도 모르게 섭섭하기도 했다”며 “특히 헤어지는 순간은 생생히 기억한다. 다시 만나자고 울면서 부둥켜안고 가려고 하는데 서로 손을 굳게 잡으니까 한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처음에는 서먹했다. 이들은 단일팀 훈련 초기 아이스하키 용어에 외래어가 많아 어려웠고, 남측 선수들도 북한식 용어를 알아듣지 못해 어려워했다고 했다. 하지만 가까워지는 건 금세였다. 이구동성으로 “그런 어려움을 겪는 것은 단 며칠간이었다. 인차(금방) 익숙해서 서로 의사소통하게 되었다. (남측 선수와) 차이보다도 통하는 것이 더 많았다”고 했다.

이들은 “관람석에서 하나 된 모습, 하나 된 목소리로 응원하는 우리 응원단, 남녘 동포들을 보면서 그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경기를 잘해야 하겠다는 자각을 더 가지게 되었다”며 “우리 민족이 하나가 된 우렁찬 박수 소리, 환호, 그런 체험은 난생처음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우리가 함께 지낸 시간은 결코 길지 않았지만 그사이에 맺은 정을 잊지 말고 앞으로도 조국통일을 위해서, 우리 서로 만날 그 날을 위해서 힘껏 노력한다면 앞으로 다시 만날 그 날이 꼭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31일부터 슬로베니아에서 열리는 2018년 세계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권대회 2부류 A조 출전을 앞두고 현재 맹훈련 중이라고 전한 이들은 “올림픽경기대회에 출전한 12명의 선수와 다른 선수들을 합친 팀으로 나간다. 올림픽에 나갔다 온 직후이기도 하니까 지금 팀의 기세가 매우 좋다”고 근황을 소개하기도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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