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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복 방수 소재, 자연 해치고 인간 위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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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복 방수 소재, 자연 해치고 인간 위협한다

입력
2015.10.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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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낭·신발에도 쓰는 과불화 화합물

그린피스가 10개국 오지서 찾아내

"비바람에 씻겨 생태계 곳곳 확산"

미국·EU는 감축·사용금지 추진

그린피스가 올해 5월부터 두 달간 슬로바키아, 스위스, 노르웨이 등 전세계 곳곳의 청정지역을 탐사한 결과 깊은 산속 눈과 호수 등에서 과불화 화합물이 검출됐다. 등산복 방수막에 쓰이는 과불화 화합물은 자연상태에서 존재하지 않는 물질로, 등산복에서 유출된 화학 물질들이 바람이나 물을 통해 전 지구적으로 이동해 생태계 먹이사슬 속에 축적되고 있다고 그린피스는 설명한다. 그린피스 탐사동영상 캡쳐
그린피스가 올해 5월부터 두 달간 슬로바키아, 스위스, 노르웨이 등 전세계 곳곳의 청정지역을 탐사한 결과 깊은 산속 눈과 호수 등에서 과불화 화합물이 검출됐다. 등산복 방수막에 쓰이는 과불화 화합물은 자연상태에서 존재하지 않는 물질로, 등산복에서 유출된 화학 물질들이 바람이나 물을 통해 전 지구적으로 이동해 생태계 먹이사슬 속에 축적되고 있다고 그린피스는 설명한다. 그린피스 탐사동영상 캡쳐

24일 오전 서울 성북구 정릉동 북한산국립공원 탐방안내소 앞. 주말을 맞아 산에 오르려는 등산객들이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울긋불긋 물든 가을 산 만큼이나 이들의 등산복도 형형색색이었다. 색깔은 제 각각이었지만 공통점도 있었다. 이들 대부분이 방수ㆍ바람막이 기능성등산복을 입고 있는 것. 어림짐작으로 산행객 10명 중 6,7명은 이런 차림새였다. 10년째 산에 오르고 있다는 김철민(61)씨는 “방수, 방풍이 되는 고어텍스 재킷만 있으면 산에서 비나 추위를 만나도 안심이 된다”며 “활동에 편한 것도 있지만 몇 년 전부터 유행처럼 돼 버렸다”고 말했다. 이런 기능성 등산복들은 등산객들의 필수품목이 됐지만, 최근 환경단체들이 이 등산복의 소재인 ‘과불화 화합물(Perfluorinated compoundsㆍPFC)’이 인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물질로 지목하면서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린피스 “등산복의 과불화 화합물 생태계에 확산돼”

25일 아웃도어용품 업계 등에 따르면 방수기능 등산복은 크게 ‘소프트쉘’과 ‘하드쉘’로 나뉜다. 두 종류 모두 외피에 방수코팅을 했다는 점은 같지만, 하드쉘은 외부 바람과 비는 막아주면서 내부의 땀은 배출하는‘방수막’을 포함하고 있다. 방수막은 수많은 미세 구멍이 뚫린 인조 화합물로 생산되는데, 여기에 과불화 화합물의 일종인 ‘PFOA(과불화옥탄산)’이 주로 쓰인다. PFOA는 등산복뿐만 아니라 등산화, 침낭 등 아웃도어 용품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린피스는 사람들이 등산복을 입고 산을 다니는 동안 과불화 화합물이 바람에 날리거나 물에 씻겨 생태계 곳곳으로 퍼져 나간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5월 그린피스가 낸 보고서 ‘눈 속에서 찾은 화학 발자국’에 따르면 스위스, 슬로바키아 등 10개국에서 사람의 발이 닿지 않은 산이나 호수에서 과불화 화합물이 검출됐다.

과불화 화합물 동물 실험에서 위험성 확인

수백 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과불화 화합물은 10여 년 전부터 해외에서 위험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2006년 과불화 화합물의 발암 가능성이 크다고 공식 발표했다. 인체 유해성이 뚜렷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이미 동물실험 등에서 내분비계 교란과 면역기능 악화, 암 유발 사례 등이 확인됐기 때문이었다. 미국은 올해까지 자국내 과불화합물 사용을 95% 이상 감축하기로 하고 기업들에게 자발적인 규제를 권고했다. 유럽연합은 올해 4월 과불화 화합물의 독성을 이유로 유럽 내 단계적 사용금지를 검토하기도 했다. 임종한 인하대 의대 교수는“한국은 화학물질 사용이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아직 과불화 화합물에 노출된 국내 인구가 몇 명인지, 발병률이 어떤지 연구가 부족하다”면서도 “의학적으로 다른 환경호르몬처럼 당뇨나 고혈압 등 지병을 악화시키고 기형아 출산 등 위험성을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7년째 등산을 즐기고 있다는 직장여성 이모(27)씨는 “등산복, 등산용품 등을 합하면 100만원이 넘게 들어가는 데 인체에 위험하다면 파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 “상황 지켜보고 있다”

독일과 노르웨이 등 이미 일부 선진국에서는 자체적으로 과불화 화합물 규제 기준을 마련한 것과 달리 한국은 등산복에 쓰이는 PFOA에 대한 규제가 없다. 한국이 가입한 국제 환경유해물질 규제 기구 ‘스톡홀름협약’에서 사용금지 물질로 지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위험성이 계속 지적되는 만큼 정부도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국제적인 동향에 맞춰 후속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피스의 하보미 활동가는 “폴리우리텐이나 실리콘 등 과불화학물의 대체 물질은 얼마든지 있다”며 “아웃도어 업체들은 제품에 사용되는 물질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과불화 화합물 사용 근절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피스는 국내 유통 중인 과불화합물 사용 아웃도어 업체는 10여 곳으로 보고 있다. 해당 기업으로 지목된 한 업체 관계자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최대한 주의를 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재진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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