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베네수엘라 “가상화폐 발행” 궁여지책

알림

베네수엘라 “가상화폐 발행” 궁여지책

입력
2017.12.04 15:37
16면
0 0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3일 매주 일요일에 진행하는 대국민 홍보방송 ‘마두로와의 일요일’에 출연해 연설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대통령실 트위터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3일 매주 일요일에 진행하는 대국민 홍보방송 ‘마두로와의 일요일’에 출연해 연설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대통령실 트위터

베네수엘라가 석유 수입 감소와 국제사회 제재, 자국 화폐의 가치 하락으로 국가 부도위기에 몰린 가운데 새로운 가상화폐(Cryptocurrencyㆍ암호화폐) 발행을 돌파구로 제시했다. 베네수엘라처럼 경제위기에 몰린 국가부터, 미국처럼 최고 선진시장국가에 이르기까지 각국 정부들이 비트코인 열풍을 지켜보며 자체 가상화폐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자신의 주간 방송 ‘마두로와의 일요일’에 출연해 ‘페트로’라는 새 가상화폐를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마두로 대통령에 따르면 페트로는 베네수엘라의 석유와 가스, 금과 다이아몬드 등 천연자원에 기반을 두고 거래된다. 그는 페트로의 발행을 통해 “베네수엘라가 금융 주권을 지키고 (미국의) 봉쇄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페트로의 발행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자국 집권세력에 가한 경제제재를 우회, 마치 신생 정보기술(IT) 기업처럼 새 화폐 공개로 자금을 끌어모으겠다는 발상으로 해석된다. 기존의 베네수엘라 화폐인 볼리바르화(貨)의 가치가 암거래시장에서 지난달에만 57% 폭락할 정도로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궁여지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마두로 정권이 구체적으로 페트로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발행할지도 공개하지 않은 데다 천문학적인 나랏빚을 갚을 만한 자금이 모일 가능성은 낮다. 마두로 대통령이 페트로를 공개하며 “21세기가 도래했다”고 선언하자 지지자들은 환호했지만 반대파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맹폭을 가했다. 경제학자 출신인 야당연합 소속 앙겔 알바라도 의원은 로이터통신에 “마두로가 또 광대놀음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베네수엘라처럼 화폐가치가 급락한 국가에서 가상화폐는 역설적으로 ‘안전자산’이 돼 투자자들의 관심을 끈 지 오래다. 아르헨티나에서는 2012년 급속한 외화유출의 여파로 정부가 외환거래를 중지하자 이를 우회하기 위해 비트코인이 적극 활용됐다. ‘역대급’ 인플레이션으로 자국화폐가 아예 쓰이지 않는 짐바브웨는 비트코인이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가치로 거래되는 국가다. 군부 쿠데타를 계기로 정정불안이 깊어지자 비트코인 가치는 국제 평균보다 훨씬 높은 1비트코인당 1만8,000달러선에서 거래되기도 했다.

비트코인 열풍이 거세지면서 선진국들도 훨씬 보수적이기는 하지만 가상화폐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스웨덴국립은행이 지난해 가상화폐 발행을 위한 연구에 착수했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내에서도 발행이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기존 중앙은행이 순수 가상화폐를 발행하더라도 이는 기존 화폐의 대체가 아닌 보완재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랜들 퀄스 연준 규제담당이사는 지난달 29일 “비트코인 열풍이 기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이 우려된다”면서도 “제한된 목적으로 사용하는 가상화폐라면 연준이 발행을 검토해볼 만하다”라고 말했다.

중국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지난 9월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령을 내린 중국의 판공셩 중앙인민은행 부행장은 3일 “비트코인을 규제하지 않았으면 전세계 거래의 80%가 중국에서 일어났을 뻔했다”며 자국의 통제 정책을 옹호했다. 그러나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역시 비트코인과 무관한 국가 주도 가상화폐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