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박지연 기자

등록 : 2018.01.11 18:24
수정 : 2018.01.11 23:08

법무부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에 靑 "확정 아냐" 갈팡질팡

정부 종일 혼선

등록 : 2018.01.11 18:24
수정 : 2018.01.11 23:08

박상기 장관 “부처간 이견 없어

특별법안 마련 언제든지 제출”

김동연 부총리는 언급 피해

경제수장 ‘패싱’ 논란까지

여당에도 비판 분위기 감돌아

수시간 뒤 윤영찬 청와대 수석

“법무부 안일뿐…조율 거쳐야”

비트코인. 한국일보 자료사진.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전 정부가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한 거래 금지를 위한 특별법안을 마련했으며 언제든지 제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곧바로 청와대는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고 물러서면서 정부 내 혼선 분위기가 감지됐다.

가상화폐 거래 폐지와 관련해 청와대와 관계부처, 금융당국간 조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사안이 확정적으로 발표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박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위원회 등 관계 부처와 수 차례 회의를 통해 강력한 규제방안을 논의했다”며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법안을 마련하는 데 부처간 이견이 없으며 정부입법 또는 의원입법 중 신속한 방법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지난달 28일 가상통화 투기 근절을 위한 추가 특별대책을 마련하고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를 위한 특별법 제정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는 정부 차원에서 가상화폐 거래 금지를 위한 법안 마련에 최대한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박 장관 발언이 보도된 뒤 가상화폐 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경제ㆍ금융규제 수장 반응이 엇갈려 의구심을 자아냈다.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박 전 장관의 가상화폐 거래금지 추진 발언에 대한 기자들 질문에 “세종으로 내려가야 한다”며 언급을 피했다. 반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국회 4차 산업혁명 특별위원회에서 “금융위와 법무부 등 여러 부처가 지나친 과열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며 박 장관 발언을 뒷받침했다. 가상화폐 거래 금지와 관련해 규제당국에 힘이 실리면서 경제 수장이 이른바 ‘패싱’당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더욱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외 자금 유출 블록체인 기술발달 저해 등 여러 우려를 들어 “이게 답이 아닌데”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는 등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조차 비판적인 분위기가 감돌았다.

결국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박 장관의 기자간담회 뒤 수시간만인 이날 오후 “박 장관 발언은 법무부가 준비해 온 방안 중 하나로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 각 부처 논의와 조율 과정을 거쳐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정부 내 조율 부재 상황이 여실히 드러났다. “부처간 이견이 없다”는 박 장관 발언을 사실상 부인한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11일의 청와대ㆍ부처간 혼선을 박 장관 발언으로 인한 가상화폐 시장이 요동치는 등 파장이 커지자 이를 진정ㆍ완화시키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가상화폐가 투기 광풍과 함께 마약ㆍ해킹거래 등 범법행위 수단으로 이용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한 상황에서 이에 대한 제동을 걸겠다는 규제당국의 준비와 별개로 청와대의 부처 조율 필요 발언은 당장의 시장 혼란을 고려한 속도조절용이라는 것이다.

물론 어떤 경우이든 투기광풍이 불고 있는 가상화폐 시장 상황에서 규제 추진에 따른 파장까지 감안해야 할 정부가 혼선을 노출하는 게 정책 신뢰도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조기자단 간담회에서 가상화폐 논란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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