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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 파고드는 정치 예능 ‘양날의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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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 파고드는 정치 예능 ‘양날의 칼’

입력
2017.02.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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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들 정책 토론회 아닌

TVㆍSNS 예능프로 경쟁적 출연

유권자와 거리 좁혀 인지도 상승

“재미만 추구… 검증 뒷전”비판도

9일 JTBC '썰전'에 출연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화면 캡처
9일 JTBC '썰전'에 출연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화면 캡처

정치도 예능이 대세인 시대가 왔다. 지상파나 종편은 물론 SNS를 기반으로 한 예능 프로그램에 대선주자들이 너도나도 출연하면서다. 하지만 ‘정치의 안방화’라는 긍정적인 면과 함께 검증은 뒷전으로 밀린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조기대선이 가시화하고 있는 가운데 대선 주자들의 예능 TV 출연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일각에선 주자들이 토론회가 아닌 정치 예능 프로그램에서 먼저 얼굴을 맞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등 진보와 보수 진영의 잠룡들이 KBS의 대표 예능프로인 ‘해피투게더 3’ 섭외를 받고 출연을 검토 중이다.

예능 출연에는 인지도가 낮은 ‘2위 주자’들이 특히 적극적이다. 안희정 지사와 유승민 의원의 경우, 최근 종편이나 SNS 예능에 출연한 이후 소위 ‘대박’을 쳤다. 안 지사는 ‘양세형의 숏터뷰’에서 개그맨 양세형씨 덕분에 예능감이 분출하면서 추상적이고 철학적이라는 기존의 이미지도 덮어졌다. 공교롭게 지지율도 19%까지 치솟았다. 유 의원도 예능 출연에 부담감을 씻고 적극 출연 중이다. 유 의원은 최근 한국일보의 SNS 콘텐츠 ‘대선주자 악플을 읽어봤다’ 출연 영상이 SNS에 퍼지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정치인의 예능 출연은 정치를 밥상머리 화제로 만든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에선 대선 판을 토크쇼가 흔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케이블채널의 대표적인 정치풍자 토크쇼인 ‘데일리 쇼’만 해도, 평균 시청자가 350만명에 달해 여론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1992년 대선을 앞두고 TV 토크쇼에 출연, 색소폰을 연주해 지지층을 넓힌 건 유명한 사례다. 문화평론가인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정치 예능은 신비ㆍ권위주의를 깨고 정치인과 유권자의 거리를 좁힌다”며 “선거 이슈를 여론으로 만들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 예능은 양날의 칼이다. 예능 프로라는 성격 탓에 진행자들이 출연한 정치인을 띄워주는 게 일반적이라 홍보의 수단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어서다. 검증을 하겠다며 질문을 해도 출연 정치인의 일방적인 해명을 듣는 수준에 그치기도 한다. 문 전 대표는 9일 JTBC의 ‘썰전’에 출연해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의 회고록 논란과 관련해 “송 전 장관이 내가 회의를 주재한 것처럼 썼지만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이 주재했다”,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기권하기로 결정한 뒤에도 송 전 장관이 ‘북한도 반발하지 않을 것’이라며 찬성을 주장해 국정원을 통해 (북한의 입장을) 확인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방송 뒤 송 전 장관은 “사실이 아닌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안 전 대표도 2009년 MBC ‘황금어장-무릎팍 도사’에서 “가족에게 군대 간다는 말도 안하고 나왔다”고 했던 말이 진위 논란을 불렀다. 방송된 지 4년 뒤인 2013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객관성 위반을 지적하며 행정지도성 조치인 ‘권고’를 의결하기도 했다. 안 전 대표가 정치를 시작하자 보수진영에서 정파적인 이유로 문제를 제기해 뒤늦게 심의가 이뤄진 것이기는 하나, ‘정치 예능’의 허점이 드러난 계기였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예능은 출연자가 거짓을 얘기해도 검증할 길이 없고, 재미를 추구하다 보면 ‘추앙 스토리’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며 “미국처럼 각본 없는 진짜 검증 토론 프로도 함께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최근 한국일보 SNS 콘텐츠인 '대선주자, 악플을 읽어봤다'에 출연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화면 캡처
최근 한국일보 SNS 콘텐츠인 '대선주자, 악플을 읽어봤다'에 출연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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