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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정읍에 소싸움 경기장을 꼭 지어야 하나요?

입력
2017.06.1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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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억 들이는 축산테마파크 논란 일어

가축 사육 금지구역인 정읍천변에 건립

동물단체들 “소싸움은 동물학대” 지적

경북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 청도소싸움경기장에서 소 두마리가 힘겹게 싸움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북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 청도소싸움경기장에서 소 두마리가 힘겹게 싸움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전북 정읍시가 추진하고 있는 축산테마파크 건립을 두고 녹색당과 동물단체들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정읍시는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해 113억원을 들여 토끼, 다람쥐 등 소동물 체험장과 반려동물공원, 과수체험장, 소싸움 경기장으로 구성된 축산테마파크를 내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한다는 계획인데요. 전체 면적 6만여㎡ 가운데 소싸움 경기장 등이 들어서는 규모는 1만여㎡에 달합니다.

녹색당과 동물단체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먼저 축산테마파크가 위치할 정읍천변이 정읍시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조례 제4조 제5항에 따라 개 3마리 이하만 사육 가능한 가축 사육 절대 금지구역이라는 점입니다. 권대선 정읍 녹색당 운영위원장은 “소싸움을 위한 단기 계류장 설치는 물론이고 토끼 등 동물먹이 체험 자체가 불가한 천변지역”이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정읍시는 “소, 돼지 등 가축을 상시적으로 키우면서 경제적 이익을 취하는 게 아니라 다람쥐, 토끼, 얼룩송아지 등을 소규모로 키우면서 체험학습장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라며 “이미 계류사는 가축사육시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환경부의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설명합니다. 그렇다 해도 가축을 사육하지 못하는 곳에서 소동물을 전시하면서 ‘축산테마파크’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 자체가 그렇게 어울리지는 않는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습니다.

동물학대 논란이 있는 소싸움 경기장을 새로 지어야 하는 것도 논란입니다. 현행 동물보호법 제8조(동물학대 등의 금지)에 따르면 도박·광고·오락·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명백히 동물학대로 규정 처벌하고 있는데요, 다만 소싸움경기에 관한 법률에 의한 소싸움의 경우는 ‘처벌’을 면제하고 있습니다. 정읍시 축산과 관계자는 “동물학대와 도박을 방지하기 위해 11개 시군에 한정해 소싸움 경기나 축제를 하고 있다”며 “7월말에 약 1주일간 소싸움 경기를 하는데 이에 대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경기장을 짓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또 현실적인 여건상 경북 청도의 소싸움 경기장처럼 상시적으로 소싸움 경기를 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전진경 카라 이사는 “소싸움이 동물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동물학대가 맞다”며 “다만 기존 한국 소싸움이 갖고 있었던 문화적 요소를 고려해 동물복지 증진을 향한 점진적 변화의 시기를 두고자 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실제 소싸움을 위해 소들은 타이어를 끄는 등 가혹한 훈련을 받고, 700㎏ 무게까지 길러지기 위한 비육과정 탓에 소화기능장애 질병인 고창증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카라와 녹색당은 앞으로 소싸움을 예외로 두는 동물보호법 제8조 개정을 목표로 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권대선 위원장은 또 “정읍시 말대로 소싸움 도박장을 추진하는 게 아니라면 소싸움 도박장(우권 발매 경기시행) 허가권을 반납하면 된다”고 주장합니다.

지역사회 기여에 대해서도 동물단체와 시의 의견은 다릅니다. 정읍의 사계절 관광지화에 기여하고 주민의 소득과 고용 창출 효과가 클 것이라는 입장과 이미 청도의 사례에서 보듯 수익화하기 힘들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청도군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전통소싸움을 목적으로 한 청도공영사업공사를 설치하고 우권을 발행해 1만 2,000석 규모의 소싸움 전용 경기장과 청도소싸움테마파크를 운영하고 있으나, 청도공영사업공사의 부채만 27억 2,300만원에 달하고 있습니다. 녹색당은 “소싸움뿐 아니라 소동물 체험 전시하는 것만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겠느냐”면서 “재정건전성이 좋지 않은 정읍시가 113억원을 들이는 건설을 강행하는 것은 시민들에게 재정부담을 배가하는 것일 뿐”이라고 얘기합니다.

정읍시는 테마파크 건립을 위한 행정절차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역의 특성을 살린 경제 활성화는 당연히 장려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축산테마파크라고 하면서 정작 가축들은 사육하지 못하는 곳에서 동물학대 논란이 있는 소싸움을 주요 테마로 대규모의 시설을 건립하는 것에 대한 지역사회 시민들의 우려에 대해서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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