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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로공사 불법 담합…건설사ㆍ공무원 대거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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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로공사 불법 담합…건설사ㆍ공무원 대거 적발

입력
2017.11.1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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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325개 업체 담합해 공사 따내

낙찰업체가 다른 업체에게 돈 받고 공사 넘겨주기도

불법 담합ㆍ공사 눈 감아준 공무원들은 뇌물 받아

자료 5년치 밖에 없지만 “25년 동안 해왔다”는 진술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서울시가 발주한 도로포장 공사 입찰을 담합한 중소업자들과 이들에게 뇌물을 받고 불법행위를 눈 감아준 공무원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입찰방해ㆍ상호대여시공) 및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팀장업체 대표 박모(45)씨 등 3명과 뇌물수수 및 직무유기 혐의를 받는 공무원 김모(50)씨 등 총 4명을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입찰담합에 가담한 업자 93명과 서울시청 공무원 4명을 포함한 광진구청ㆍ송파구청ㆍ은평구청 등 소속 공무원 24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2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서울시와 시내 구청이 발주한 총 6,935억원 규모의 도로공사에 입찰하면서 담합으로 4,888억원 상당의 공사를 따낸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는 ‘팀장업체’ 8곳이 담합을 지휘한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팀장업체는 담합업자들이 사용하던 일종의 은어로, 서울시를 8개 권역으로 나눠 관리하면서 각 권역 공사에 참여할 시공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을 정리하는 역할을 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이 유료회원만 활동할 수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만들어 입찰금액 예상 프로그램을 공유하는 식으로 담합을 했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공사마다 최적 입찰가를 산출해낸 뒤, 실제 이 가격 위주로 325개 업체가 모두 입찰에 참여했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 도로포장공사 면허를 가진 410개 업체 중 325개가 입찰에 참여했기 때문에 공사 대부분을 담합업체 중 한 곳이 따낼 수 있었다”고 했다. 또 담합에 가담한 업체 중 실제로 도로포장 공사를 한 업체는 55개 업체에 불과했고, 나머지 270여개 업체는 면허만 빌려주거나 유령업체로 사실상 ‘입찰 참여용 업체’들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방식으로 낙찰 받은 업체는 직접 공사를 하거나 다른 시공업체에게 공사대금 중 평균 8%정도를 받고 공사를 넘겨주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팀장업체들은 시공하는 관내업체로부터 5~10% 정도의 수수료를 받아 많게는 12억원까지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낙찰 받지 않은 시공업체가 공사를 할 경우에는, 팀장업체와 낙찰업체에게 수수료로 공사비의 18% 정도를 상납하고 나머지 80%만으로 공사를 진행한 셈이다.

공무원들은 이를 묵인해왔다. 시청과 구청 공무원들은 불법 담합행위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골프접대를 받거나 뇌물을 받아왔다. 이들이 업자들에게 받은 돈은 조사로 드러난 것만 6,805만원에 이른다. 심지어 325개 업체에 소속되지 않은 업체가 낙찰 받을 경우 노골적으로 공사를 방해하는 등 방법으로 공사를 포기하게 만들기도 했다.

경찰은 공소시효와 장부보존 기간 등 한계로 최근 5년간 비리에 대해서만 수사를 진행했지만, 담합업자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볼 때 이 같은 불법 행위가 1993년부터 25년간 이어져 온 것으로 보고 있다. 1990년대에는 100여개 업체로 시작한 담합이 후발주자들이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가담하면서 현재에 이르렀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공사 면허대여 행위는 면허취소 사유다. 서울시에 통보해 적발된 325개 업체에 대한 행정처분을 통보할 예정”이라며 “다른 관급공사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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