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그러했을 거예요. 곱디고운 가루를 체에 넣고 한 번 더 고르는 동작처럼. 서로서로. 조심조심. 친밀감이라는 단어는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달콤함 같지요. 외로움이 켜드는 촛불 같지요. 친밀감은 다정을 떠올리게 해요. 친밀감이 다정을 만드는 동안, 엉겨 붙는 흉물스러움도 생겨나요. 서로의 질감을 우리는 대화로부터 분리해낼 수 있을까, 자꾸 혼잣말을 하게 되지요.
경계가 없다면 형태도 없지요. 형태는 다른 것과의 구분인 동시에 닮은 것과의 연대이지요. “하나의 형태를 이루려는”의 방향이 대화라면, 서로의 질감은 “경계”이지요. 대책 없는 조화에서 친밀감은 나타나지만, 쌓거나 뭉친 얼굴을 친밀감이라고도 부르지만, 엉키면 구분이 되지 않아요.
우두커니 웅크리고 있는 소파와 언제까지나 녹지 않을 뼈 같은 눈물과 매일매일 알 수 없음으로 도착하는 아침. 고독한 이 뒤척임들이 친밀감을 견고하게 하는 재료들임은 틀림없지만요. 서로의 질감이 구분될 만큼의 간격은 필요해요. 간격은 서로의 얼굴이 정확히 보일 만큼, 그 정도의 거리이지요. 친밀하다고 가까이만 가면 얼굴이 흐리게 보여요.
생크림 속에 점점 묻히고 있는 힌트. 그러나 저항은 희고 순수하니까, 우선 거리를 확보해봐요. 닿을 듯 말 듯 사이에서 기분 좋은 바람도 불고 별도 뜨고 벽이 아니라 신뢰도 생겨나요.
이원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