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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포적금 아시나요] “카드사 부가서비스만 앞세우다 소비자 역공에 당해”

입력
2017.09.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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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까지 등장한 시대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 한계 맞아

“본연의 기능인 결제에 집중해야”

“신용카드사들이 카드를 오래 쓰게 할 고민은 없이 갖가지 부가서비스를 앞세워 가입자 늘리기 경쟁에만 몰두했죠. 그러는 사이 고객들은 똑똑해졌고 이제 카드사들이 역공을 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가 "신용카드사들이 과거처럼 고객들에게 일단 카드를 만들게만 하자는 식으로 접근했다가 똑똑해진 소비자들에게 역공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가 "신용카드사들이 과거처럼 고객들에게 일단 카드를 만들게만 하자는 식으로 접근했다가 똑똑해진 소비자들에게 역공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21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카드사들이 고객 비난을 무릅쓰고 부가서비스를 축소하는 등 영업에 애를 먹는 것은 스스로 무덤을 판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1989년부터 18년 동안 신한은행과 신한종합연구소에서 근무했던 조 대표는 2012년 금융 상품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주고, 금융기관이나 금융상품으로부터 받은 피해를 구제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금융전문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을 설립했다.

조 대표는 카드사들이 2000년대 초반 카드대란 전까지 가입자만 확보하면 큰 이익이 나던 시절의 향수에 젖어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과거에는 대부업체가 많지 않아 신용카드가 급할 때 돈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주요 통로였다”며 “월급 70만원인 직장인이 현금서비스를 70만원까지 받을 수 있는 구조였으니 카드사들은 현금서비스 수수료로 큰 수익을 남겼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지금은 ‘신용카드 유효기간 5년, 부가서비스 의무 유지 기간 3년’이라는 규정이 있지만 전에는 별다른 제한도 없었고 이를 어겼을 때 규제도 없어 카드사들이 상품 설계, 부가서비스 유지 등을 마음대로 했다”며 “카드 하나를 출시하고 나서 제휴사를 교체하거나 부가서비스를 살짝 바꾸는 식으로 금방 새 카드를 내놓고 영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부업체가 늘고 정부의 수수료 규제로 현금서비스 수수료 수익이 예전 같지 않고, 소비자들은 최소 결제한도만 쓰면서 제공되는 혜택을 모두 찾아 쓰면서, 카드사의 마케팅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몇몇 회사는 신용 대출을 해 준 뒤 고객들이 갚지 못한 금액을 충당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을 마구 늘리다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쓰러지기도 했다.

카드 부가서비스를 놓고 똑똑해진 소비자와 카드사들의 신경전은 이어지고 있다. 게티이미지
카드 부가서비스를 놓고 똑똑해진 소비자와 카드사들의 신경전은 이어지고 있다. 게티이미지

카드사들은 시장 변화의 흐름과 정책 변화 방향도 제대로 읽지 못했다. 모바일 기술의 빠른 발전에 힘입어 카카오뱅크 같은 인터넷전문은행까지 등장하는 등 결제 방식의 패러다임은 급속히 바뀌고 있다. 정부가 소상공인, 자영업자 보호를 통한 서민 경제 살리기를 위한다며 카드사의 짭짤한 수익원이었던 가맹점 수수료도 3,4%대에서 계속 낮추고 있다. 당장 정부는 지난달부터 카드가맹점 우대 수수료율 0.8%를 적용받는 영세가맹점 기준을 연 매출 2억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로, 중소가맹점(1.3%)은 3억원 이하에서 5억원 이하로 완화했다. 카드업계는 이 때문에 연간 약 5,000억원의 카드 수수료 이익이 줄어들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국민 정서는 카드업계의 입장에 공감하지 않는 분위기다. 조 대표는 “카드사들이 현금서비스 등 대출 이자와 가맹점 수수료 같은 거저 얻는 통행료에 의존하다가 이런 사업 모델로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대표는 “카드사들은 이제라도 카드 본연의 기능인 결제 영역에 더 집중해야 한다”며 “부가서비스를 앞세운 경쟁은 제 살 깎아 먹기라 한계가 뚜렷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카드사들이 카드 한 장으로 여러 분야의 서비스를 한꺼번에 제공하던 데서 벗어나 여행, 쇼핑, 자동차 하는 식으로 특정 분야의 부가 서비스에 집중하는 상품 위주로 마케팅을 하고 있는데, 이 역시 근시안적 해법이라는 게 조 대표의 주장이다.

조 대표는 정부 역시 정책을 만들 때 서민을 상대로 한 비즈니스는 무조건 규제 대상으로 삼으려는 자세는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수료를 낮출 경우 전체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보다는 신용카드사들이 수수료 수익에 의존해서는 더 이상 업계에서 버티기 어려워지는 요즘 추세에 적응할 수 있게 정책적으로 뒷받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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