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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무료 접종… 백신 선택에 엄마는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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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무료 접종… 백신 선택에 엄마는 뒷전

입력
2014.09.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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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제품 갖춘 병원 찾기 힘들고 의사가 권한 제품 뿌리치기도 어려워

백신 선택권 사실상 병원에 집중, 제조사 다른 백신 교차접종 사고 우려

서울 강서구 염창동에 사는 한 주부는 최근 아이에게 디프테리아와 파상풍, 백일해, 소아마비를 함께 예방할 수 있는 ‘혼합백신’을 맞히려고 이 병원 저 병원 다녔지만, 원하는 백신을 구비해 놓은 곳을 찾지 못했다. 마지막 대안으로 인터넷 육아 사이트에 혹시 아는 사람이 있을까 하고 질문을 올렸다. 며칠 기다려 보다 답이 없으면 다른 백신으로 접종시킬 수밖에 없다.

영ㆍ유아 예방접종의 상당수가 나라에서 비용을 지원하는 무료 접종 대상에 포함되면서 백신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이 늘고 있다. 하지만 부모들이 원하는 백신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제약사들이 경쟁적으로 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소비자에게는 사실상 선택의 자유가 주어지지 않는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2015년 예산안에 만1세 A형간염 예방접종 비용 지원이 포함되면서 백신이 무료(영ㆍ유아 대상)인 병은 14가지로 늘었다. 이들 정부 지원 백신 제품 대부분이 둘 이상이다. 가령 2012년부터 지원 대상에 포함된 혼합백신(DTaP-IPV)은 두 가지 제품이 나와 있다. 백일해 예방 성분이 추가로 들어 있느냐 없느냐는 차이가 있다. 또 과거엔 모든 아이가 디프테리아ㆍ파상풍ㆍ백일해(DTaP) 백신과 소아마비 백신을 따로 맞았지만, 요즘 부모들은 따로 맞힐지 혼합백신을 맞힐지, 혼합백신을 맞힌다면 어떤 제품을 맞힐지 선택해야 한다.

문제는 그 이후다. 고민 끝에 마음을 정했는데 집 근처 병원에 원하는 제품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럴 때 의사가 다른 제품을 권하면 뿌리치고 다른 병원으로 옮기기 쉽지 않다. 원하는 제품이 어느 병원에 있는지 알아보려면 일일이 병원에 전화하는 수밖에 없다. 육아 관련 사이트에서는 “혼합백신 접종을 요청했는데, 의사가 일반 백신을 권유했다”거나 “예방접종 할 때마다 스트레스”라는 엄마들의 하소연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사실상 백신 선택권이 소비자가 아니라 병원에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제약사들의 마케팅 활동도 소비자가 아닌 의사에게 집중된다. 의료계에 영향력이 크거나 환자가 많이 찾는 의사가 있는 병원에 자사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무료 접종으로 열린 대규모 국가 입찰시장이 제약사에겐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만큼 관련 마케팅 경쟁도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그 만큼 소비자인 유아 부모들은 백신 관련 정보에서 소외된 상태다.

특정 제품을 선호하는 의사들 간에 약효를 놓고 견해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올 상반기 무료 접종이 시작된 폐렴구균 백신 두 제품의 예방 효과를 놓고 전문의들이 치열한 공방을 벌여 접종을 앞둔 부모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게다가 제품이 점점 다양해지면서 ‘교차접종’에 주의해야 하는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B형간염이나 뇌수막염 백신은 각 접종 회차마다 서로 다른 회사의 제품을 맞아도 괜찮지만, 일본뇌염은 안 된다. 제조사마다 성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DTaP-IPV 역시 일반 DTaP와 교차접종이 허용되지 않는다. 이런 경우 효과와 안전성, 편의성 등을 위해 기존에 맞은 백신과 같은 회사의 제품이 구비된 병원에 가는 게 좋다.

이런 상황에서 원하는 백신을 못 맞히는 소비자들은 점점 더 불안해진다. 어느 병원에 어떤 제품이 있다는 최소한의 정보 정도는 쉽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높아지는 이유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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