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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용의” 대화 문 앞에 선 북… 미, 문 열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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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용의” 대화 문 앞에 선 북… 미, 문 열어줄까

입력
2018.03.06 21:5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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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북미대화 재개 美에 공 넘겨

남북관계 개선ㆍ비핵화 단초 마련

특사단 예상 뛰어넘는 성과에

문 대통령, 한반도 운전석 앉을 기회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단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만나 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확정하고, 비핵화 북미대화의 단초까지 마련하는 깜짝 성과를 들고 왔다. 비핵화와 남북관계 진전이라는, 한반도 명운을 건 수레의 두 바퀴를 제대로 굴려볼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특히 김 위원장의 육성으로 조건부 핵ㆍ미사일 시험 중단을 보장 받고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는 점을 확인 받는 동시에 4월 한미 연합군사훈련 재개에 대한 유연한 입장까지 끌어내면서 북미대화 재개의 공은 미국에 넘어가게 됐다.

수석특사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방북 후 6일 공개한 특사 방북 결과 언론발표문 6개 항은 크게 두 축이다. 한 축은 4월 말 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이고 다른 한 축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 및 북미대화 의사 확인이다.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정책의 최대 목표였던 남북관계 진전과 한반도 비핵화의 선순환 구도 형성이 가시권에 들어선 것이다.

사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핵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생각이었다. 지난해 베를린 선언부터 시작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에 비핵화를 촉구하며 남북대화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해 9월 6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잇따라 발사하며 도발을 멈추지 않았다. 이에 미국의 대북 군사적 위협이 고조되며 한반도의 긴장 지수는 급상승 중이었다.

다행히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긴장 완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한국 미국 중국 등의 대북 제재와 대화 병행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북한은 지난해 말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 새해 들어 대화로 돌아섰다.

북한은 평창올림픽 개회식 참석차 방남했던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통해 지난달 10일 3차 정상회담을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키자”며 유보적 답변을 내놓았다.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문제 해결은 따로 갈 수 없기 때문에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서라도 북핵 대화의 물꼬부터 트자는 의미였다.

이후 한 달 가까운 시간 북미 고위급 회동 추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방남 계기 집중 협의, 1일 한미 정상 전화통화 등을 거치면서 북핵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분위기 조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이 5일 전격적인 대북특사단 파견 카드를 조기에 쓰면서 꽉 막혔던 남북관계는 불과 두 달여 만에 정상회담 합의라는 대반전을 맞았다.

일단 판은 한국이 주도적으로 끌고 가게 된 상황이다. 4월 말 3차 정상회담 개최까지 남북이 긴밀히 협의하는 과정에서 북미 간 비핵화 의견 차이를 중재ㆍ조율할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다. 또 정상회담에선 북한 핵ㆍ미사일 고도화 관련 국제사회의 우려와 남측 여론을 전달하며 직접 김 위원장을 설득할 수도 있다.

다만 비핵화 협의의 경우 단시일 내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의제라는 점이 문제다. 정 실장이 공개한 언론발표문에서 김 위원장은 ‘대화 중 핵ㆍ미사일 도발은 안 한다. 비핵화 의지도 있고 비핵화 협의를 위한 대화 의지도 있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핵ㆍ미사일 시험 중단이라는 협상 ‘입구’에는 들어섰지만 핵폐기라는 ‘출구’까지는 난관도 많다. 이미 25년 이상 북핵 협상이 이어졌지만 지지부진했던 이유도 핵폐기에 따른 보상, 단계적 핵폐기 해법에 대한 각국의 이해관계 차이 때문이었다. 북미가 대화테이블에 앉는다 해도 1, 2년 내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특사단 방북은 평창 이후 한반도 정세 변화의 시작 단계일 뿐”이라며 “구체적 성과 자체보다 성과를 만들어가는 앞으로의 과정이 더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정의용(오른쪽) 수석 대북특사가 5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정의용(오른쪽) 수석 대북특사가 5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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