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 브렉시트’를 선포해 유럽연합(EU)과 자유시장질서에 도전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신자유주의의 총본산’격인 세계경제포럼(WEF)이 열리고 있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엘리트들이 반세계화 유행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정치 엘리트와 다국적기업을 직접 겨냥했다.
메이 총리는 19일(현지시간) ‘하드 브렉시트’를 택한 영국의 입장을 해명하기 위해 다보스 연단에 섰지만, 연설의 핵심은 ‘세계화’와 그로 인한 ‘불평등’으로 향했다. 메이 총리는 “세계화로 인해 세계는 유례 없이 부유해졌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부가 그들에게 돌아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일부 분열주의적인 정치인들이 이를 이용해 ‘분열의 정치’를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메이 총리는 엘리트들이 반세계화론의 확산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면서 ‘공정한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너무 많은 기업주들이 자기들만 유리한 규정을 누리고 있다”며 “기업들은 제대로 세금을 납부하고, 사회적 책임을 짊어지고, 성장으로 인한 이득을 재분배해야 한다”고 말했다.
브렉시트에 대해서는 “영국은 일시적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낼 것”이라면서도 “브렉시트 이후 영국이 강력한 리더십으로 자유시장과 자유무역을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뒤이어 그는 “특권층 소수”만이 아닌 모든 이들에게 이득이 돌아갈 것이며, 이를 위해 경제의 구조적 약점을 손보는 산업전략을 구상해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영국 여론은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계획에 대체로 긍정적이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 조사에 따르면 영국인 55%가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계획이 영국에 이득이 될 것이라고 봤다. 부정적인 응답은 19%에 그쳤다. 하지만 응답자의 20%만이 EU가 영국의 협상안에 응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EU 지도자들은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계획이 ‘체리피킹(이득만 골라 취하려는 것)’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일부 금융기업은 사업부 일부를 영국 런던에서 대륙으로 이전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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