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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칼럼] 조국과 우병우, 민정수석의 차이

입력
2017.11.27 17:0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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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헌 수사 보고 안한 檢, 받아들인 靑

검찰 목줄 쥔 ‘우병우 시절’엔 상상 못해

권력-검찰 멀어지는 지금이 ‘개혁 적기’

조국(왼쪽) 청와대 민정수석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연합뉴스, 한국일보
조국(왼쪽) 청와대 민정수석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연합뉴스, 한국일보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비리 의혹 사건은 청와대와 검찰의 현 관계를 상징하는 장면이다. 검찰이 전병헌 수사 착수를 사전에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다. 정권 편의 차원에서 이뤄져 온 잘못된 관행이 사라진 것이지만 대통령 핵심 참모의 수사 사실을 뉴스를 통해 알게 된 청와대로서는 당혹스럽지 않을 수 없다. 검찰 사무를 관장하는 민정수석실로서도 난처한 입장에 처할 만한 상황이다.

우병우 민정수석 체제였다면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엘리트주의와 권위의식에 사로잡힌 우 전 수석에게 검찰이 청와대를 ‘물 먹인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검찰 수뇌부와도 수시로 통화할 만큼 위세가 대단했으니 웬만한 수사정보는 꿰뚫고 있었을 것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요직마다 포진한 ‘우병우 라인’ 검사들이 자발적 ‘부역’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검찰의 목줄을 죈 ‘우병우 청와대’와 권력에 목마른 검찰은 철저한 공생관계였다.

학자 출신인 조국 민정수석은 검찰과 연이 없다. 서울대 법대라는 학연이 있다 해도 사시 기수문화를 뛰어넘지는 못한다. 애초에 검찰 수사와 인사에 개입할 처지가 안 되는 셈이다. “검찰에 전화해 감 놔라 배 놔라 할 생각이 없다”고 했던 그의 말은 허튼소리가 아니다. 검찰로서도 자신들을 개혁하겠다고 작심하고 온 사람을 고분고분하게 대할 리 만무하다. 조 수석과 검찰은 가까울래야 가까울 수 없는 관계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검찰의 결정에 “괘씸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조 수석 등 민정수석실에 섭섭함을 나타내는 이들도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주요 수사 사건 보고라는 특권이 사라진 것을 아쉬워하거나 검찰을 책망하는 것은 단견이다. 검찰과의 불법적 거래에 의존하다 보면 검찰개혁이라는 당면 과제의 실현은 또다시 물건너가기 십상이다. 검찰의 정치화와 권력지향성이라는 독소를 키우는 우를 범하게 된다.

검찰개혁 의지가 확고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장 꺼려했던 게 검찰과 손을 잡는 것이었다. “검찰에 의지하다 보면 뭔가 특별한 권력을 주어야 하고 그렇게 되면 검찰은 국민 위에 군림하게 된다”고 그는 믿었다. 검찰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통치에 활용하지 않겠다는 그의 소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이가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이 비검찰 출신인 조 수석에게 검찰개혁을 맡긴 것도 그런 까닭이다. 검찰과의 부적절한 관계와 거래를 청산하지 않으면 검찰을 바로 세울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 문 대통령이 민정수석실이 검찰수사에 관여하도록 용납할 리가 없다. 전 전 수석이 억울하다고 하는데도 면직부터 시킬 만큼 지금 청와대는 결벽증이 있다.

검찰의 적폐청산 수사가 국정운영에 도움을 주고 있으니 개혁에 소홀할 것이라는 주장은 그래서 터무니없다. 적폐청산과 검찰개혁은 결코 동전의 앞 뒷면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청와대에 강하게 퍼져 있다.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조 수석이 고위공직자수사처 당정청 회의에 참석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자유한국당 반대로 이번에 공수처 법안 통과가 안되면 다음 총선 때 단독 과반을 확보해서라도 반드시 성사시키겠다고 할 정도다.

청와대 사전 보고 중단은 문무일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력의 ‘충견’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정권에 협조하고 굴종한 결과가 얼마나 참담했는가를 똑똑히 지켜본 대다수 검사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 등 과도한 권한을 일정 부분 내려놓아야 한다는 데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청와대와 검찰이 서로 손잡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진 지금이야말로 검찰개혁의 적기다. 청와대는 검찰을 장악하려 하지 않고 검찰은 그 대가로 민주적 통제를 자처하는 것이 서로가 사는 길이다.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잃는 것은 검찰의 불행이자 우리 사회의 불행이기도 하다. 청와대와 검찰은 각기 제 갈 길을 가면 된다.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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