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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아! 선생님” 신영복 추도메시지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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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아! 선생님” 신영복 추도메시지 물결

입력
2016.01.16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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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제자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 및 지인들이 16일 새벽 고인이 안치되어 있는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에서 슬픔에 빠져있다. 고인의 장례는 성공회대 학교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뉴시스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제자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 및 지인들이 16일 새벽 고인이 안치되어 있는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장례식장에서 슬픔에 빠져있다. 고인의 장례는 성공회대 학교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뉴시스

군사독재시절 반공이데올로기의 희생양으로 20년여 옥생활을 했지만 이를 정갈하고도 깊은 사색으로 승화시켜 큰 울림을 남기고 떠난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에 대한 추도 메시지가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에서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가 떠난 15일 밤부터 저서 구절을 인용하며 “명복을 빕니다”는 애도 글은 헤아릴 수도 없다. 책이나 강연에서, 직접 고인과의 만남을 통해 특별한 기억으로 고인을 기리는 이들의 메시지를 모았다.

피아니스트 조은아

“‘피아노의 흑과 백은 半音의 의미를 가르칩니다. 對立보다는 同伴을 가르칩니다. 和音과 調和의 방법을 이야기해줍니다. -쇠귀 신영복’

선생님, 감사합니다. 끈 떨어진 연처럼 방황하던 날, 선생님의 따뜻하고 냉철한 말씀이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모두가 가는 길 가시는 거라 생각하며 그닥 슬프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글씨를 접어 넣으면서는 왈칵 쏟아지네요. 종이를 꾹꾹 눌러 접으셨던 선생님의 손길을 느끼자니, 감사했던 마음을 다 전하지 못한 것 같아 억울합니다. 조화로운 화음을 늘 품고 행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심상정 정의당 대표

“선생님! 끝 모를 서러움이 차오르는 밤입니다. 사람이 '끝'이라고 말씀하셨지요. 뵐 때마다, 늘 그 깊고 따뜻한 눈으로 부족한 저 자신을 비추어 주시곤 했지요. 혼돈과 좌절의 시대에 선생님의 고요하고 엄숙한 가르침이 더욱 절실해 질 것입니다. 신영복 선생님, 편히 가소서.”

박원순 서울시장

“우리 시대의 스승 신영복 선생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써 주신 "서울"이라는 글씨가 마치 북한산과 한강같이 준엄하고 유려합니다. 참 슬픕니다. 영면하소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신영복 선생님은 대선패배에 누구보다 아파하시고, 다 함께 정권교체 꼭 해내자고 격려해주셨던 분입니다. 선생님이 제게 써주신 '처음처럼'과 노무현 대통령에게 써주신 '우공이산'은 저의 정신이 되고 마음가짐이 됐습니다. 선생님께 소주 한잔 올립니다.”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

“유독 아쉬움이 큰 이별이 있습니다. 신영복선생의 영면이 그런 것 같습니다. 20년 억울한 옥살이를 통해 연마되고 정제된 그분의 말과 글이 많은 이들을 위로했습니다. 20년은 우리 곁에 더 계셨어야 할 분이셨습니다. 신영복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주강현 제주대 석좌교수

“선생에게서 다음의 하나를 정확히 본 것 같습니다. ‘인간의 품격’. 인간의 품격이 사라지는 시대, 선생은 인간이 그 극한 상황을 견뎌내면서도 어떻게 그 품격을 끌어올리는가하는 그 어떤 전형을 보여주었습니다. 더불어 숲ㅡ누군 노추의 향연을 연출하고 더불어 사람들은 소풍왔듯이 훌쩍 먼저 돌아가네요. 선생이라 부르고 싶은 그 선생 자체가 드문 시대에…. 쇠귀선생님, 존재 자체가 힘이었음을 잘 기억합니다. 한국의 지성ㅡ아 그런 소리가 덕분에 가능했지요. 빈자리 쉽게 채워지지 않을 겁니다. 엄혹한 나라에서 인간의 품격,예의, 존엄을 지켜내고 잘 보여주셨습니다…. 이제 영면하소서.”

안희정 충남도지사

“신영복 선생님으로부터 “이 땅의 역사를, 사람 사는 세상의 이치를, 땅 위의 사람들”에 대해..깊이 깨우치게 되었습니다...우리 모두 언젠가는 헤어집니다만 막상 이별 앞에 서고 보니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선생님..존경하고 사랑합니다.”

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

“그들은 신영복 선생을 빨갱이라고 부르고 감옥에 가두었다. 선생의 명복을 빈다.”

노회찬 전 의원

“신영복선생님! 더이상 가망이 없다는 소식을 듣고 8일전 하직인사 드리러 갔을 때 제게 말씀하셨죠. “걱정마세요. 더 건강해질께요” 그날 이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막상 비보를 접하니 억장이 무너집니다. 선생님!”

“성공회대학교에 마련된 신영복선생님 빈소에 조문하고 나오는 길에 만난 청년 신영복입니다. 선생님의 뜻과 정신은 낡은 역사의 한 페이지가 아니라 우리가 가야 할 진보의 미래입니다.”

조국 서울대 교수

“통일혁명당 사건 연루 정도에 비하여 무기징역이라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면서, 그는 인간, 사회, 자연에 대한 고독한 성찰로 들어갔다. 그가 구축한 넓고 깊은 인문의 세계에 우리 모두는 빚지고 있다. 선생님, 영면하십시오.”

주진오 상명대 교수

“월요일 아침에 있었던 회의에서 많이 안 좋으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리 빨리 가실 줄은 몰랐습니다.(…)개인적으로도 존경했고 주변에 선생님과 친분이 깊은 이들이 많았지만, 이상하게도 기회가 별로 없었습니다. 함께 근무하는 성공회대 교수들이 부러웠던 적도 있었습니다.(…)고통과 증오를 승화시킨 사랑과 관용의 미덕을 기억합니다. 이제 슬픔을 넘어서 산 자들이 선생님의 참된 가르침을 이어가야 하겠지요. 누가 과연 선생님의 빈 자리를 채울 수 있을지 걱정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만. 신영복 선생님, 하늘나라에서 편안히 안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방송인 김미화

“슬픔이 강물처럼 밀려옵니다. 신영복 선생님.. 천국에선 아프지 마세요. 비가 내리면 함

께비를 맞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선생님 말씀처럼요. 사랑합니다.”

출판기획자 안중찬

“내 인생의 등대는 별이 되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신영복 선생님의 영면을 빕니다. 신영복 선생님께서 이 추운 겨울날 겨울보다 더 추운 이 세상을 떠나셨다. 우리 시대의 위대한 스승을 잃어버렸다. 밤새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 슬픔을 어떻게 이겨낼까, 막막함이 앞선다. 그를 그렇게 가까이서 뵐 수 있었던 건 내게 큰 행운이었다. 성공회대에 교수가 너댓명 뿐이던 시절, 선생님과 세상일과 대학일에 대해 배우고 토론하던 시절이 가슴 시리게 그립다.

'북극을 가리키는 / 지남철은 무엇이 두려운지 / 항상 바늘 끝을 떨고 있다. / 여윈 바늘 끝이 떨고 있는 한 / 우리는 그 바늘이 / 가리키는 방향을 / 믿어도 좋다. / 만일 그 바늘 끝이 / 불안한 전율을 멈추고 / 어느 한쪽에 고정될 때 / 우리는 그것을 / 버려야 한다. / 이미 지남철이 /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7월1일 서울시교육감으로 취임하면서 나는 민영규 선생님의 글이자 신영복 선생님이 서화로 써서 유명해진 글 <지남철>을 액자에 넣어 함께 가지고 왔다. 이 글을 처음 읽었을 때의 전율을 간직하기 위해서였다. 시계는 속도를 부추기지만, 지남철은 방향을 중시한다. 속도 경쟁보다 올바른 방향을 잊지 않겠노라는 다짐이었다.

생각해보면 선생님은 평생을 <지남철>의 말씀처럼 사셨다. 20년을 차가운 옥중에서 보내시면서도 끊임없이 삶과 세상에 대해 사색하고 탐색하셨다. 그 불안한 전율이 선생님의 삶과 말씀을 빚어내었다. 그의 언어와 메시지에 우리가 감동하고 옷깃을 여몄던 것은, 그것이 머리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가슴에서, 삶의 깊은 성찰에서, 그리고 사회의 축소판 처럼 살아낸 고난의 감옥생활에서 나온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절망의 시대에, 그 절망이 증오와 혐오로까지 표현되는 시대에, 그는 '더불어 숲'을 이루는 함께 사는 따뜻한 사회에 대한 희망을 잃지 말 것을 깨우쳐주었다.

선생님은 그 희망을 대변하는 이야기로 "석과불식(碩果不食)"이란 말씀도 자주 하셨다. "씨과실은 먹지 않습니다. 새로운 시작이고 희망입니다." 석과불식(碩果不食)은 《주역(周易)》 <박괘(剝卦)>에 나오는 말이다. <박괘>는 소인배들이 득세하여 군자들이 깎이고 또 깎이는 상황이지만, 마지막 장에 "석과불식"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남겨둔다. 소인배가 비록 득세하더라도 큰 과일은 먹히지 않는다. 거기에 우리 시대의 희망이 있다는 말씀이다. 씨과실이 땅에 떨어져 썩어지지만 그것은 죽음이 아니다. 새로운 시작이고 희망이다. 돌이켜보니 선생님이야말로 석과불식의 씨과실이셨다. 하필이면 한파 속에 선생님은 먼 길을 떠나셨지만, 소중한 씨과실을 남기고 가셨다. 이 씨과실을 보듬으며 선생님의 영면을 빕니다.”

정리=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사진=페이스북ㆍ트위터 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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