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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북핵 협조 진전…美ㆍ中 ’살얼음판 밀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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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북핵 협조 진전…美ㆍ中 ’살얼음판 밀월’

입력
2017.09.3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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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북한과 합작회사 폐쇄’ 조치에

美 “대북정책 바뀌고 있다” 긍정 평가

트럼프 “시진핑과 끈끈한 관계 때문”

최근 들어 세 차례나 감사의 뜻 표시

북핵ㆍ무역 얽혀 대결 피하고 공조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4월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만나 만찬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팜비치(플로리다)=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4월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만나 만찬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팜비치(플로리다)=AP 연합뉴스

미국의 압박 속에서 중국이 북핵 제재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미중간 유화적 기류가 부쩍 도드라지고 있다. 북핵과 무역 문제를 두고 팽팽한 긴장관계를 보였던 미중이 정면 대결 시 서로 상당한 내상을 입을 수 있다는 부담으로 조심스럽게 공조 관계에 초점을 맞추는 모양새다. 하지만 고질적 대중(對中) 무역 적자에 대한 미국 내 부글거리는 불만 때문에 양국의 마찰이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는 살얼음판 밀월 관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이 28일 북한과의 합작 회사를 120일 내에 폐쇄하라는 조치를 취한 데 대해 미국에선 “중국의 대북 정책이 바뀌고 있다”(수전 손턴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 등 국무부와 재무부를 중심으로 긍정적 평가가 잇따랐다. 최근 중국 인민은행이 시중 은행에 북한과의 거래를 중단토록 지시한 데 이은 이번 조치로 대북 제재의 실효성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26일(현지시간) 공화당 고액 기부자들과의 만찬에서 중국이 북한의 돈줄을 죄는 것은 시진핑(習近平) 주석과의 끈끈한 관계 때문이라고 만족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내가 요청해서 (시 주석이) 그렇게 한 것”이라며 “관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유엔 연설에서도 대북 제재 결의에 협조한 시 주석에 감사의 뜻을 표시하는 등 최근 들어 공개 석상에서만 세 차례나 “시 주석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중국으로 출국한 29일 중국 관영매체들도 일제히 미중 공조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서, 양국이 주거니 받거니 ‘밀월 분위기’를 띄우는 양상이다.

이 같은 미중의 공조 기류는 우선 미국의 계속된 중국 압박이 주요하게 작용한 탓이 커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을 칭찬하는 와중에도 21일 중국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권한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닷새 만에 제재 명단을 발표하며 발 빠르게 움직였다. 한 손은 ‘압박’, 다른 손은 ‘칭찬’을 병행하는 전형적인 양면 전략이다.

중국으로서도 심각한 북핵 문제를 계속 방치할 수 없는데다 내달 18일 시 주석의 집권 2기 구도를 가르는 제19차 공산당 대회를 앞두고 있어 상황 관리를 위해 미국의 압박에 맞서기 보다는 ‘칭찬’의 손길에 손을 맞잡는 모습이다. 특히 이들 조치가 북한의 돈줄을 직접 죄는 것이란 점은 주목할 만하다. 석탄에 이은 북한의 2대 수출품목인 섬유제품 수입 전면금지, 북한 노동자 신규취업 금지에 이어 식당ㆍ호텔 등을 포함한 북한 기업 폐쇄명령 등은 북한의 외화벌이를 크게 위축시키는 것이어서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북한과의 관계 악화를 감수하고 있는 셈이다.

눈 여겨 볼 것은 미국이 외견상 중국 압박 카드를 흔들고 있지만, 미국 역시도 정면충돌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스스로 한발 물러선 측면이 없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은 대북 경제 제재의 가장 강력한 카드로 꼽히는 원유 공급 중단 등을 담은 유엔 대북 제재 결의 초안을 밀어붙이지 않은 채 중국과 타협했고, 무역 분야에서도 중국의 지적 재산권 침해 조사 및 중국의 철강ㆍ알루미늄 수입에 관한 국가안보 조사 발표 등을 미뤄 두고 있는 상태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과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 등은 실제 중국 제재 조치를 취할 경우 미국에도 피해를 끼칠 수 있는 무역 전쟁을 촉발시킬 수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트럼프 정부의 속사정을 전했다. 대북 제재가 성과를 내기 위해선 중국과 협력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국무부 등 외교 안보 라인의 현실적 판단도 공조 기류에 한 몫 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북핵 공조가 미중의 신 밀월 시대를 여는 청신호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미국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으름장만 놓을 뿐 실제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한 게 없다는 불만의 기류도 여전하다. 백악관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언하는 것으로 알려진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포함해 대중 강경파인 윌버 로스 상무 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을 방문해 통상 의제를 조율한 로스 장관은 이날 귀국길에 “주요국 중 보호주의 관행이 가장 많은 나라가 중국”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 방중 전에 중국의 시장 접근성 개선ㆍ지적 재산권 보장ㆍ보호주의 약화 등 과제가 해결돼야 한다며 중국에 대한 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3,470억달러에 달하는 등 양국간 무역 불균형과 지적 재산권 문제는 언제 터질지 모를 화약고다.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온건파 쪽에 힘을 싣는 모양새지만, 11월 미중 정상회담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북핵 문제가 더욱 악화하면 강경파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온라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이날 “행정부 내 대중 접근이 갈라져 있는 상황에서 백악관이 대중 정책의 일관성을 확립하기 위해 외교통상정책 전반을 재점검하고 있다”면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사이 첫 정상회담 이후 밀월을 유지하던 양국 관계가 얼마 지나지 않아 긴장국면에 접어든 점을 감안하면 최근 형성된 신 밀월 분위기가 얼마나 지속될지 주목된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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