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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공화국, 불행한 가정, 정치인의 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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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공화국, 불행한 가정, 정치인의 기만

입력
2017.01.05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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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혜중공업의 배너작품 '삼성의 뜻은 죽음을 말하는 것이다'와 '머리를 검게 물들이는 정치인은 무엇을 감추나?'가 아트선재센터 외관에 걸려 있다. 아트선재센터 제공
장영혜중공업의 배너작품 '삼성의 뜻은 죽음을 말하는 것이다'와 '머리를 검게 물들이는 정치인은 무엇을 감추나?'가 아트선재센터 외관에 걸려 있다. 아트선재센터 제공

‘삼성의 뜻은 죽음을 말하는 것이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가운데 위치한 아트선재센터 외벽에 걸린 현수막에 쓰인 문구다. 당장 집회나 시위에 들고 나가도 될 것 같은 현수막은 웹 아티스트 그룹 장영혜중공업(장영혜ㆍ마크)의 배너 작품이다.

내부에 설치된 동명의 비디오 설치 작업은 한국의 재벌기업 삼성이 우리 일상 속에 얼마나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지를 사운드 작업과 함께 텍스트로 보여준다. 삼성병원에서 태어나 삼성휴대폰과 노트북, 가전제품에 둘러 쌓여 살다가 나이가 들어 다시 삼성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한다는 내용이다.

장영혜중공업은 그룹을 결성한 1999년부터 줄곧 삼성에 대해 작업했다. 주부가 삼성을 생각할 때에만 오직 성적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다는 내용의 ‘삼성의 뜻은 쾌락을 맛보게 하는 것이다’ 등의 전작이 있다. 장영혜중공업은 “삼성이 사회에 제공하는 모든 것, 모든 제품들이나 서비스는 우리를 행복으로 이끄는 것들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아기 요람에서부터 무덤까지 삼성이 우리 손을 잡아준다고 소개하는 저희의 작업을 삼성은 무척 뿌듯하게 느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삼성을 쾌락과 행복을 주는 존재로 비유하는 것이 혹시 여느 작가들이 그렇듯 재벌기업이나 자본주의를 비판하기 위한 반어법은 아닐까. 답은 알 수 없다. 스스로를 ‘무책임한 사람들’이라 정의하는 작가들은 전시 개막일을 하루 앞둔 5일 아트선재센터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관람객 스스로가 무엇일까 추측해내는 걸 선호한다”는 이들이다. 작가들의 말은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관장과의 사전인터뷰에서 발췌했다.

1층에 전시된 '불행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다'의 설치 전경. 아트선재센터 제공
1층에 전시된 '불행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다'의 설치 전경. 아트선재센터 제공
텍스트와 음악이 결합된 애니메이션 작업 '머리를 검게 물들이는 정치인들, 무엇을 감추나'(2016) 중 일부. 전시장에서는 한국어와 영어로 된 비디오 설치 작업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아트선재센터 제공
텍스트와 음악이 결합된 애니메이션 작업 '머리를 검게 물들이는 정치인들, 무엇을 감추나'(2016) 중 일부. 전시장에서는 한국어와 영어로 된 비디오 설치 작업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아트선재센터 제공

아트선재센터는 6일부터 3월 12일까지 장영혜중공업의 개인전 ‘세 개의 쉬운 비디오 자습서로 보는 삶’을 개최한다. 작가 본인들은 “상업화랑에서의 전시를 개인전으로 포함하지 않는다”지만 2010년 갤러리현대에서의 개인전 이후 7년 만의 국내 개인전이다. 한국사회를 알기 쉽게 보여주겠다는 취지에서 약 1년 동안 만든 작품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가정ㆍ경제ㆍ정치 3개 파트로 이뤄진 영상 작업은 각각 전시장 1~3층에 설치돼 있다. 한국어와 영어로 이뤄진 2채널 비디오 설치 작업으로 두 개 화면이 동시에 진행된다. 그러나 정확히 같은 뜻의 단어를 사용하거나 비슷한 수위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전시장 2층에 설치된 ‘삼성의 뜻은 죽음을 말하는 것이다’가 느린 속도로 진행되며 시적인 느낌을 주는 것과 달리 1층의 ‘불행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다’와 3층의 ‘머리를 검게 물들이는 정치인들—무엇을 감추나?’는 빠른 비트의 사운드에 맞춰 진행된다. 1층에서는 가족 식사 자리에서의 언쟁을 다루고 3층에서는 정치인들의 기만적 태도를 머리를 검게 물들이는 행위에 빗대 표현한다. 텍스트로만 이뤄져 있으나 사운드작업과 어우러져 몰입도가 강한 것이 특징이다.

전시는 비디오 설치 작품과 외부에 설치된 배너 외에도 리플렛 형식으로 배포되는 인쇄물 작업, 아트선재센터 홈페이지(www.artsonje.org)에서 볼 수 있는 웹 작업으로 구성됐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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