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폐경기, 그냥 넘기기도 건강식품 먹기도… 호르몬 보충이 대안

알림

폐경기, 그냥 넘기기도 건강식품 먹기도… 호르몬 보충이 대안

입력
2015.07.03 16:09
0 0

안면홍조·우울증 등 증후군, 민간요법 의존 땐 되레 부작용

에스트로겐 결핍으로 체중 증가… 골다공증·치매 등 만성질환 위험

유방암·난소암 논란 호르몬 요법 "사실상 관련성 없어" 밝혀져

여성 호르몬이 부족해지는 폐경기가 되면 얼굴이 붉어지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는 증상 등 신체적 증상뿐만 아니라 우울증과 불안감 등 정신적 증상 등 다양한 질환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학계에서는 여성 호르몬 보충요법을 폐경기 극복에 최선책은 아니지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결론 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여성 호르몬이 부족해지는 폐경기가 되면 얼굴이 붉어지고,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는 증상 등 신체적 증상뿐만 아니라 우울증과 불안감 등 정신적 증상 등 다양한 질환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학계에서는 여성 호르몬 보충요법을 폐경기 극복에 최선책은 아니지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결론 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가짜 백수오’ 사건은 백수오가 폐경기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수요가 급증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엽우피소라는 가짜 재료까지 사용할 정도로 백수오가 불티나게 팔린 것은 폐경기 치료에 대한 요구가 그만큼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 백수오도 폐경기 증상 완화에 도움되는지 불분명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게 전문의들의 지적이다. 전문의들은 오히려 “폐경기 증상을 극복하려면 효과와 부작용이 비교적 명백히 밝혀진 여성 호르몬제를 먹는 것이 훨씬 낫다”고 입을 모은다. 여성 호르몬 보충요법은 폐경기 극복에 최선책은 아니지만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게 관련 학계의 입장이다. 여성 호르몬 보충요법이 유방암이나 관상동맥질환 등의 위험을 급격히 높인다는 2002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연구로 인해 여성 호르몬 요법을 꺼린 적도 있지만 다양한 연구 결과 여성 호르몬 요법이 유익하다고 이미 결론이 난 상태다.

폐경되면 심장병, 골다공증, 치매 등 위험

우리나라 여성은 평균 49.7세가 되면 여성 호르몬을 분비해 생리 주기를 조절하는 난소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생리가 중단된다. 평균 수명이 83.8세인 점을 감안하면 30년 넘게 폐경으로 인한 다양한 문제를 안고 살아야 한다.

폐경이 되면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이 결핍돼 얼굴이 붉어지고 후끈거리는 안면홍조, 밤에 자다가 식은 땀을 흘리는 야간 발한, 수면 장애, 피로감, 우울증, 불안감 등 다양한 신체ㆍ정신적 증상이 생긴다. 이를 적절히 관리하지 않으면 심장병 골다공증 치매 요실금 등 각종 만성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고 삶의 질은 급격히 떨어진다.

여성 호르몬이 결핍되면 체중도 늘어난다. 박은정 제일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최근 열린 대한갱년기학회 워크숍에서 “폐경기 여성은 기초 대사량이 줄고, 체지방 가운데 특히 내장 지방량이 늘어나면서 허리둘레도 증가한다”며 “평균적으로 폐경 전후로 체지방은 3.4㎏, 허리둘레는 5.7㎝ 늘어난다”고 했다. 박 교수는 “자연 폐경이 아닌 수술에 의한 인위적인 폐경인 경우 이런 변화가 더 심각해지기 때문에 급격한 여성 호르몬 저하에 의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여성 호르몬 보충이 필요하다”고 했다. 따라서 폐경을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중요하지만 이로 인한 증상까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안 되고 적절히 치료를 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조언이다.

“부족한 호르몬 보충이 가장 효과적”

전문의들은 폐경에 따른 증상을 치료함에 있어서 부족한 호르몬을 보충하는 것이 중요한 치료법의 하나라고 지적한다. 일부 제품이나 의약품들은 안면홍조 같은 폐경 초기 증상에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에스트로겐 결핍으로 인해 생기는 심장병 골다공증 치매 요실금 등 각종 만성질환에 대해서는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아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서석교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폐경증후군에 효과가 있다는 성분들은 많지만 석류나 검은콩처럼 유행으로 지나간 경우가 많았다”며 “효과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이나 일반의약품에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윤재 자생한방병원 한방부인과 원장은 “한방에서 여성 폐경기 증상 완화를 위해 백수오를 처방하지 않는다”며 “최근 연구결과도 백수오에 여성 호르몬과 관련된 물질이 발견되지도 않았다”고 했다. 이 원장은 “체질에 맞지 않는 사람이 백수오를 잘못 복용하면 맥이 빨리 뛰는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한폐경학회도 얼마 전 필요하면 폐경에 대해 호르몬 요법을 사용할 것을 권장하는 지침을 내놨다. 학회는 “에스트로겐 결핍으로 인한 증상이 나타나고 폐경과 관련된 안면홍조 등 혈관운동증상, 비뇨생식계 위축증상, 폐경 후 골감소증 및 골다공증 예방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호르몬요법을 쓸 수 있다”고 했다. 학회는 또한 “비뇨생식기 위축과 성기능 장애도 에스트로겐 결핍으로 상피세포가 위축돼 나타나는 증상인 만큼 호르몬 요법이 필요하다”고 했다.

논란거리였던 호르몬 요법과 유방암과의 상관관계도 일단 장기간 에스트로겐 요법은 유방암 위험을 높이지 않는다고 정리했다. 13.2년을 추적 관찰연구 결과, 호르몬 요법을 한 여성에게 유방암이 유의한 수준인 21% 정도 줄었다는 근거를 적극 반영한 것이다. 다만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토젠 병용요법은 평균 5.6년까지는 유방암 위험을 늘리지만, 처음 시작하는 여성은 7년까지 위험을 늘리지 않았다고 정리했다.

이밖에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토젠 병용요법은 난소암을 늘리지 않지만 에스트로겐 요법은 증가시킨다는 보고가 있었다. 하지만 5년 간 1,000명 당 0.7명에 불과하다고 밝혀 사실상 난소암 발병 위험은 없다고 결론 냈다.

세계폐경학회도 2013년 여러 메타분석과 WHI(Women's Health Initiative) 2차 분석, DOPS 연구 결과를 토대로 에스트로겐 요법을 60세 미만인 폐경 10년 이내 젊은 폐경 여성이 시작하면 관상동맥질환 발생과 사망률을 낮춘다고 밝혔다.

김탁 대한폐경학회 폐경호르몬요법 치료지침편찬위원장(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은 “호르몬 제제가 암을 유발한다는 연구가 나온 이후 위축됐지만 이 연구가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연구임을 알아야 한다”며 “실제로 호르몬요법은 폐경기 이후 나타나는 증상을 개선하는 데 장점이 많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