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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35억원… 알리안츠 헐값 매각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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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35억원… 알리안츠 헐값 매각 쇼크

입력
2016.04.0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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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3번이나 당기순손실

고금리 계약 많아 자본 확충 부담

INGㆍPCA 등 매각에 영향 촉각

알리안츠생명이 중국 안방보험에 35억원이라는 헐값에 매각됐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알리안츠생명이 중국 안방보험에 35억원이라는 헐값에 매각됐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중국 안방(安邦)보험그룹이 알리안츠생명을 35억원의 헐값에 사들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당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가격이 최소 5,000억원 이상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터무니없이 낮은 금액이다. 심지어 금융당국에서조차 “납득하기 힘든 가격”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알리안츠생명의 재무구조가 그 정도로 심각하게 좋지 않은 건지, 아니면 독일 알리안츠와 안방보험 간에 이면계약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궁금증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7일 안방보험 측은 “알리안츠생명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300만달러에 인수하는데 양측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돈으로 35억원 수준으로 앞서 시장이 매각가로 점쳤던 5,000억원 수준은 물론 전날 외신 등을 통해 알려졌던 2,000억~3,000억원 수준에도 한참 못 미치는 액수다. 독일 알리안츠그룹은 1999년 제일생명을 인수해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을 설립했고, 지금까지 한국법인에 1조3,000억원을 투자했으나 사실상 투자금을 모조리 까먹고 한국시장에서 철수하게 됐다.

업계에선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이 16조6,510억원으로 생명보험업계 11위에 해당하는 기업이 이 같은 헐값에 팔려나간 것에 놀라워하고 있다. 앞서 안방보험에 팔린 동양생명이나 MBK파트너스에 팔린 ING생명 모두 매각 가격이 1조원이 넘었던 것에 비하면 최소 5,000억원은 넘어야 한다는 시각이 많았기 때문이다.

업계가 추정하는 헐값 매각의 이유는 늘어난 자본 확충 부담. 매년 수백억원씩 적자를 보는 상황에서 새로 도입되는 대내외적 회계기준과 감독기준으로 준비금을 더 많이 쌓아야 되기 때문이다.

알리안츠생명은 지난해 87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을 포함해 최근 5년 간 3번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당장 생명보험업계는 2020년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을 앞두고 있는데, 과거 고금리 시절 금리확정형 장기 상품을 많이 판매한 보험사일수록 추가로 쌓아야 하는 준비금 부담이 확 늘어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알리안츠생명의 경우 과거 7%대를 보장하기도 하는 등 고금리 상품이 많았다”며 “협상 테이블에서 보유한 보험계약의 가치를 평가할 때 안방보험이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자금이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확정이율 5% 이상의 고금리 계약 비중은 알리안츠생명은 46%, 업계 평균은 약 34% 수준이다.

유럽 보험당국이 올해부터 유럽계 보험사에 솔벤시2 규제를 적용한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자기자본규제를 대폭 강화한 것인데 알리안츠그룹이 한국 알리안츠생명을 자회사로 유지하고 있으면 투입해야 할 자금 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서둘러 팔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생보업계 한 관계자는 “4년 뒤에 적립해야 할 추가 준비금 때문에 돈 한 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서둘러 팔고 나갔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 정도 가격이면 사려고 덤벼든 곳들이 넘쳐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추후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ING생명, PCA생명, KDB생명 매각에도 여파가 미치지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이남석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알리안츠생명과 달리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는 회사들은 이익을 꾸준히 내고 있어 헐값 매각이 되풀이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지만, 여파는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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