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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 가뭄이 비 덜 내린 수도권보다 심각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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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 가뭄이 비 덜 내린 수도권보다 심각한 이유

입력
2015.10.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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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지역 올해 강수량 평년 절반

42% 서울ㆍ경기보다 더 내렸지만

제한급수 조치 등 최악 피해 겪어

"인근 지역의 댐들 저수 용량 적고 가뭄 예보 실패로 물 확보 못한 탓"

기상청은 체계적 시스템 구축 시작

충청 지역이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대청호 수위가 크게 줄어든 가운데 20일 충북 옥천군 동이면 석탄리의 옛 취수탑 주변 배들이 물이 말라 바닥이 드러난 땅 위에 그대로 놓여있다. 옥천=뉴시스
충청 지역이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대청호 수위가 크게 줄어든 가운데 20일 충북 옥천군 동이면 석탄리의 옛 취수탑 주변 배들이 물이 말라 바닥이 드러난 땅 위에 그대로 놓여있다. 옥천=뉴시스

극심한 가뭄 피해를 입고 있는 충청지역보다 수도권에 비가 덜 내렸지만 저수 용량 부족과 가뭄 예측 실패로 오히려 충청권의 피해가 더 컸던 것으로 드러났다. 기상청은 장기적인 가뭄대책 마련을 위해 체계적인‘가뭄예보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20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18일까지 충남지역 누적 강수량은 591.4mm로, 평년값(1181.7mm)의 절반에 불과했다. 충북지역도 626.6mm가 내려 평년(1194.3mm)의 53% 수준이었다. 내려야 할 비의 절반만 내린 것이 가뭄 피해를 키웠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충청권만 비가 적었던 것은 아니다. 같은 기간 서울ㆍ경기 지역에는 평년(1249.2mm)의 42% 수준인 528.6mm가 내려, 전국에서 가장 적은 누적 강수량을 기록했다. 전국으로는 평균 761.1mm가 내려 평년의 62% 수준이었다.

비 부족은 수도권이 더 심각했지만 제한급수에 들어갈 정도로 충청권의 가뭄 피해가 더 컸던 이유는 저수 용량의 부족과 가뭄 예보 실패 때문이라는 게 기상청의 분석이다. 수도권의 경우 올해 초부터 핵심 급수원인 소양강댐(저수용량 29억톤)과 충주댐(27억5,000만톤)에 모두 13.3억톤의 물을 추가로 비축해 가뭄 해소에 썼다. 반면 충청지역은 대청댐(저수용량 14억9,000만 톤)이 4,000만 톤, 보령댐(저수용량 1억1,600만 톤)이 240만 톤을 추가 저장했을 뿐이었다. 급수인구가 수도권 지역의 10분의 1수준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턱 없이 부족한 양이다. 수도권의 댐들은 강이 서로 연결돼 있는 곳이 많아 인근 지역 댐들 도움으로 물 추가 확보가 쉽지만 대청, 보령댐은 홀로 떨어져 있어 주변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수자원 공사 관계자는 “작은 규모의 댐에서 생활ㆍ농업용수 등 필수 방류수를 빼고 나면 물을 다량 비축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가뭄이 이 정도로 심각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한 점도 가뭄 피해를 키웠다. 이에 대해 기상청 관계자는“강수량과 기온 등을 종합해 가뭄 발생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지만 전지구적으로 나타나는 엘리뇨 현상 등 변수가 많아 가뭄의 정도와 지역을 예상하기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가뭄을 겪으면서 기상청은 체계적인 가뭄 예보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실제로 기상청 방재기상팀은 올해 1월부터 미세먼지예보처럼 실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가뭄예보 체계를 구축에 들어갔다. 내년까지 이를 완성하는 것이 목표다. 당장 올해 남은 기간에 큰 비소식이 없어 이번 가뭄이 내년까지 이어질 확률이 큰 데다, 기후변화 현상에 따라 앞으로 가뭄 발생이 더 잦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가뭄 관련 기상 정보로는 누적 강수량을 사용한 ‘표준강수지수’나 강수량과 토양의 수분을 측정한 ‘파머강수지수’ 등이 있다. 그러나 학문적 가뭄 측정값만 있을 뿐 이를 어떻게 정책 판단에 활용할지 가이드라인은 없는 실정이다. 가뭄예보 체계가 구축되면 ‘매우 가뭄’ ‘가뭄’ ‘보통’ 등으로 등급을 나눠서 사전에 가뭄 가능성을 예보하고 대책 마련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은정 방재기상팀장은 “가뭄은 다른 재해와 달리 일단 발생하고 나면 사후 복구 대책이 마련 쉽지 않아 사전 대비가 가장 중요하다”며 “가뭄은 거시적으로 느리게 일어나 예측이 쉽지 않겠지만 기존의 다양한 지표들을 활용해 국내 실정에 맞는 지표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토해양부 산하 물 관리 연구사업단인 스마트워터그리드 이호선 사무국장은 “가뭄 예보가 체계적으로 이뤄지면 댐 건설 등 수자원 시설을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설립할 수 있어 가뭄 대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재진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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