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엔진 성능에 의미 있는 진전”
이례적 후한 평가 “새로운 엔진 개발”
보조엔진으로 안정적인 자세 제어
대기권 재진입에도 유리, 기술 완성도 높여
엔진 추력도 크게 향상돼… 발사 택일만 남아
국방부가 20일 북한이 전날 공개한 신형 고출력 로켓엔진 실험에 대해 “엔진 성능에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을 두고 국방부가 ‘의미 있는 진전’이라는 평가를 내린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국방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에 북한이 공개한 엔진은 주엔진 1개와 보조엔진 4개가 연결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해 9월 같은 방식으로 지상에서 엔진 실험을 한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보조엔진이 없었다.
국방부는 일단 ‘엔진의 비추력을 향상시켰다’는 북한의 발표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추력은 자동차의 연비와 같은 개념으로 로켓의 성능을 평가하는 지표다. 북한이 지난해 9월 엔진 실험에서 200초간 연소를 통해 80톤의 추력을 냈다고 밝힌 점을 감안할 때, 이번에는 그보다 고성능 엔진을 실험했다는 게 국방부의 판단이다. 다만 이번에는 북한이 실험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아 국방부는 가급적 말을 아끼고 있다.
국방부는 또 로켓의 화염이 이전과 달라졌다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불꽃이 더 길고, 선명하고, 또렷해졌다는 게 군 당국의 평가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연료화합물이나 연료분사 노즐의 형태를 바꾸면 같은 양의 연료로 추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지난해 9월 실험 당시 없던 보조엔진 4개도 성능 향상의 방증으로 보고 있다. 보조엔진은 로켓의 상승단계에서 자세를 안정적으로 제어하는 역할을 담당하는데, ICBM의 마지막 단계인 대기권 재진입에도 필수적인 기술이다. 군 관계자는 “4개의 보조엔진이 동시에, 균형 있게 불을 뿜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특히 로켓에 보조엔진을 장착한 것에 비춰 효율성을 높인 주엔진 1개만으로도 1단 추진체에서 ICBM급의 추력을 낼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공개한 KN-08, KN-14 등 이동식 ICBM의 경우 주엔진 여러 개를 묶어 추력을 내는 방식이라 국방부는 이번 실험을 “새로운 엔진 개발”로 평가하고 있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이번에 실험한 엔진을 여러 개 묶을 수도 있지만, 그러면 연료탱크도 커지기 때문에 로켓이 길어져 이동식발사차량에 실을 수 없다”며 “이로써 ICBM 1단 추진체의 성능을 완전하게 시험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방부와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면 북한의 ICBM 미사일 시험발사는 택일만 남은 셈이다.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이 1월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공언한 데다 1단 추진체의 성능개량을 사실상 끝냈기 때문에 북한이 언제든지 발사 버튼을 누를 수 있다는 얘기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