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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보안 드러낸 유럽 철도, 손쉬운 표적으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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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보안 드러낸 유럽 철도, 손쉬운 표적으로 부상

입력
2015.08.2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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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고속열차 테러범 카자니

유럽 각국 감시받았지만 탑승 못 막아

수하물 검사 체계 갖춘 곳 거의 없어

당국도 보안 강화 한계 인정

프랑수아 올랑드(가운데) 프랑스 대통령이 24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고속철에서 총을 든 테러용의자를 제압한 미 공군 스펜서 스톤(올랑드 오른쪽) 등 4명에게 프랑스 최고 권위의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프랑수아 올랑드(가운데) 프랑스 대통령이 24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고속철에서 총을 든 테러용의자를 제압한 미 공군 스펜서 스톤(올랑드 오른쪽) 등 4명에게 프랑스 최고 권위의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프랑스 고속열차 테러 시도 이후 열차 같이 민간인이 주로 사용하고 보안이 취약한 ‘소프트타겟’이 테러리스트들의 새로운 목표로 떠올라 유럽 보안당국이 긴장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4일 보도했다. 엄격한 감시 시스템이 갖춰진 공항과 달리 감시가 느슨한 철도 시스템에 어떤 추가 조치를 취해야 하는가도 골칫거리가 됐다.

유럽 당국은 테러 용의자나 잠재적인 테러 공격 대상의 범주를 추가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거의 불가능한 감시작업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번 고속열차 테러 시도의 용의자 아유브 엘 카자니(25)는 애당초 시리아 여행에서 돌아온 뒤 잠재적인 위험인물로 당국의 레이더망 아래 있었던 수천명 중 한명이었다. 프랑스에서도 그는 보안 위협인물로 감시 대상에 올라 있었고 스페인 당국 역시 그의 시리아 여행 사실을 알고 있었다. 카자니는 이처럼 테러 유력 용의자였지만 벨기에에서 AK-47 자동소총과 탄약이 든 9개의 탄창, 권총, 박스커터로 무장한 채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프랑스 파리로 향하는 고속열차에 탑승할 수 있었다.

장 샤를 브리사드 프랑스 테러분석센터장은 “지금 예측할 수 없는 테러리즘과 마주하고 있다”며 “테러리스트들이 점점 더 보안이 허술한 소프트타겟을 선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카자니가 기차를 선택한 이유 역시 그곳의 보안이 허술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카자니는 일체의 테러리즘에 기반한 공격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변호사 소피 듀발은 현지 르 파리지앵과 인터뷰에서 카자니는 경찰 진술에서 우연히 평소 노숙하는 브뤼셀의 기차역 근처 공원에 버려진 무기와 휴대전화가 든 가방을 발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른 노숙인들에게 고속열차 승객들이 부유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승객들의 지갑을 터는 데 이 무기를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당국은 그가 당시 소지한 탄약이 200여명을 사살할 양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 회원국들 간에 입출국이 자유로워지면서 테러 용의자 식별을 더욱 어렵게 한다. 브리사드 테러분석센터장은 “유럽인들에 대한 체계적인 통제가 없다는 것이 진짜 문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4,000만명의 승객과 매일 10만여개의 열차가 운행되는 유럽의 철도 네트워크를 테러리스트들이 장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그럼에도 대응 방안은 마땅치 않다. 프랑스에서만 하루 100만명이 고속열차를 타고 300만명이 지하철을 이용하는 상황에서 금속탐지기와 수화물 검사 등 추가 감시 절차가 도입되면 교통 흐름이 크게 늦어져 혼란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

현재 유럽에서 승객과 수하물 검사 시스템을 갖춘 것은 스페인의 일부 고속열차들과 영국, 프랑스, 벨기에를 잇는 유로스타뿐이다. 나머지는 감시 카메라와 사복경찰, 폭탄 탐지견 등 기초적인 보안 시스템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결국 당장 시행 가능한 것은 군인들의 객차 순찰과 수하물 확인 작업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한편 프랑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24일 열차 테러 시도를 막아낸 공로로 미국인 3명과 영국인, 프랑스인 등 승객 5명에게 파리 엘리제 궁에서 프랑스 최고 권위의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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