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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넘어가 볼까요” 문 대통령 손잡고 ‘10초 방북’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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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넘어가 볼까요” 문 대통령 손잡고 ‘10초 방북’ 연출

입력
2018.04.27 20:0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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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남측 땅 밟는 역사적 순간

文 “난 언제 넘어갈 수 있나”

金은 깜짝 이벤트로 응수

“文대통령, 우리 때문에 NSC

새벽 일어나는게 습관 됐겠다”

“탈북자들도 우리 만남 기대”

北 금기어 정면으로 언급도

2018 남북정상회담이열린 27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께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오고 있다. 2018.04.27 / 판문점= 고영권기자 /2018-04-27(한국일보)
2018 남북정상회담이열린 27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께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오고 있다. 2018.04.27 / 판문점= 고영권기자 /2018-04-27(한국일보)

분단 이후 남측 땅을 최초로 밟은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파격과 대담함, 솔직한 입담을 과시하며 강한 인상을 전세계에 선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을 ‘대통령님’이라고 부르고 남측 어휘를 쓰는가 하면 꽃다발을 전달하는 화동의 어깨를 두드리는 다정한 면모도 드러냈다. 베일에 쌓인 독재자 이미지에 변화를 주는 한편, 거침없는 행동과 극적인 장면으로 국제사회 시선에 답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문 대통령에 깜짝 ‘월경’ 제안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 28분쯤 판문점 북측 판문각에서 수행원단을 이끌고 등장할 때부터 여유있고 당당한 기세였다. 선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우 과거 정상회담때 수많은 평양 시민들의 환호를 배경으로 했지만 이번엔 판문점 남측지역에서 열려 환경이 전혀 달랐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 특유의 큰 폭의 걸음걸이나 과장된듯한 팔 동작 모두 계산된 것이란 분석도 없지 않다. 다소 공격적으로 보일 만큼 내내 자신감 넘치는 표정과 행동으로 일관했다.

군사분계선(MDL) 남측으로 넘어와 문 대통령과 ‘역사적 악수’를 한 김 위원장은 “남측으로 오시는데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나”라는 문 대통령의 말에 즉각 “그럼 지금 넘어가볼까요?”라고 응수했다. 바로 문 대통령의 손을 이끌고 MDL 북측으로 넘어가는 대담한 모습을 보였다. 시나리오에 없던 ‘깜짝 월경(越境) 이벤트’를 연출하자 남북 수행원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본인도 감격스러웠는지 김 위원장은 이때 양손으로 문 대통령의 손을 맞잡고 흔들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우회적인 ‘청와대 초청’에도 흔쾌히 화답했다. 국군의장대 행렬이 끝나고 문 대통령이 “오늘 보여준 전통의장대는 약식이라 아쉽다. 청와대에 오시면 훨씬 좋은 장면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하자 “초청해주시면 언제라도 청와대에 가겠다”고 화답한 것. 당당함이 담긴 표현으로 풀이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과거 김정일 위원장은 (김정은 위원장처럼) 말을 많이 하지도 않았고 발언을 여러 번 곱씹어야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전달력도 좋지 않았다”며 “반면 김 위원장은 쉽고 논리정연한 표현을 썼다. 준비를 많이 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양 교수는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때보다 이날 더 자연스럽고 편안해 보였다”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 2층 회담장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앉아 있다. / 판문점=고영권기자 /2018-04-27(한국일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 2층 회담장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앉아 있다. / 판문점=고영권기자 /2018-04-27(한국일보)

“멀다고 하면 안 되갔구나” 폭소에 ‘北 교통인프라’ 셀프디스도

김 위원장은 위트가 묻어난 발언으로 긴장된 회담장에 웃음을 끌어내는가 하면 북한의 열악한 교통 인프라를 스스로 거론하는 솔직한 면모도 보였다. 오전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정상회담 전 모두발언에서 저녁 만찬 음식인 평양냉면이 “멀리서 왔다”는 것을 강조하다가, 왼쪽에 앉은 여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을 향해 고개를 돌려 “아 멀다고 말하면 안되갔구나(안되겠구나)”라고 말해 회담장을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바꿔놨다.

또 “대통령께서 (핵도발을 하는) 우리 때문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석하시느라 새벽잠을 많이 설쳤다는데, 새벽에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되셨겠다”고 민감한 대목을 거침없이 거론했다.

김 위원장은 “북측을 통해 백두산에 가보고 싶다”는 문 대통령에게 “솔직히 걱정스러운 것이 우리 교통이 불비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며 “평창올림픽에 갔다 온 분들이 말하는데 평창 고속열차가 다 좋다고 하더라. 남측의 이런 환경에 있다가 북에 오면 참으로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고 예상을 뛰어넘는 발언을 했다.

‘잃어버린 11년’ ‘탈북자’ 언급하는 대담함도

김 위원장은 이날 문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님”이라고 수 차례 호칭하는 등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잃어버린 11년’을 먼저 언급하는 대담함을 보였다. 그가 “우리가 잃어버린 11년 세월이 아깝지 않도록”을 두 차례 이상 언급했는데 이는 2007년 2차 정상회담 합의 내용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사실을 우회적으로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이 ‘잃어버린 11년’을 먼저 언급해 11년 전 회담에서 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남측 정부를 간접 비판한 것”이라며 “승부사적 기질과 전략적인 자세로 회담을 준비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또 “실향민들과 탈북자, 연평도 주민 분들이 오늘 우리 만남에 기대를 가지는 것을 봤다”며 북측에서 금기어라 할 수 있는 ‘탈북자’를 정면으로 언급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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