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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대한 꿈 잉태한 대전에 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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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대한 꿈 잉태한 대전에 보은

입력
2015.11.19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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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에 도전하는 이에리사 의원은 "탁구 라켓을 처음 잡고 꿈을 키운 지역에서 마지막 공직을 맡아 헌신할 수 있다면 그만한 보람이 어디있겠느냐"고 말했다./2015-11-18(한국일보)
내년 총선에 도전하는 이에리사 의원은 "탁구 라켓을 처음 잡고 꿈을 키운 지역에서 마지막 공직을 맡아 헌신할 수 있다면 그만한 보람이 어디있겠느냐"고 말했다./2015-11-18(한국일보)

이른바 ‘사라예보 레전드’의 첫 인상은 뜻밖에도 푸근했다.

순간 수더분한 차림새와 검소한 집무실 풍경이 교차했다.

타인에 대한 배려심도 시종 묻어났다.

하지만 소신은 뚜렷했다. 막힘 없는 언변 속에서 진정성이 선명하게 투영됐다.

이순을 넘겨 고향 대전으로 회귀한 이에리사(61ㆍ새누리) 의원을 18일 집무실에서 만났다.

그에게 대전은 어린 시절 원대한 꿈을 잉태케한 희망의 터전이다. 그는 지난 6월 대전으로 이주한 뒤 이 지역에 대한‘보은’이란 일념에 묻혀지내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했다. 자신을 키워준 대전에서 재선의원을 향해 도전장을 던진 그는 “탁구 라켓을 처음 잡고 꿈을 키운 지역에서 마지막 공직을 맡아 헌신할 수 있다면 그만한 보람이 어디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체육계는 물론 정치계에서도 대표적인 여성리더로 손꼽히는 그로부터 귀향의 자초지종과 더불어 대전의 희망을 들어봤다.

-대전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짚어보면.

“아버지가 충남도 공무원이었다. 아버지가 선화동 문방구에서 탁구 라켓을 사준 게 체육계 입문의 단초였다. 대흥초등학교에 다닐 때 특활반에서 처음 탁구를 배웠다. 6학년 때 목포에서 열린 전국대회에 출전해 초등부 우승을 하며 선수 인생이 시작됐다. 충남 유일의 탁구팀이 있던 홍성여중에 입학한 뒤 서울 문영여중으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상경했다. 대전은 8남매가 모두 중ㆍ고교를 다닌 우리 가족사의 집합체나 마찬가지다. 선수 은퇴 뒤 체육지도자로 활동하면서도 수도 없이 대전을 찾아 지도자 강습회 등 온갖 일을 챙기며 인연을 이어왔다. 민선4기 때 박성효 시장의 제안으로 이에리사배 전국탁구대회를 대전에서 창설하려했으나 시장이 바뀌면서 슬그머니 무산된 건 지금도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내년 총선에서 대전 중구 출마 채비를 하고 있는데.

“박근혜 대통령과 오랜 인연을 간직하고 있다. 육영수 여사께서 탁구를 좋아하셨다. 1970년대 탁구 챔피언으로 활약하면서 청와대에도 자주 가게됐다. 그런 인연이 박 대통령과도 연계돼 태릉선수촌장 시절 등을 거치며 서로 숱한 사연을 맺었고, 비례대표의원 권유까지 이어졌다. 인생은 끊임없는 도전이란 명제를 소중하게 여긴다. 마침 중구 지역구 강창희 의원이 차기 선거 불출마를 선언하고, 당협위원장을 공모한다길래 결단을 내렸다. 어린 시절 대전의 중심이던 선화동과 대흥동은 원도심이란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인 스타선수로, 또 지도자로 활동하며 국제무대에서 쌓은 경륜과 국민들로부터 받은 과분한 사랑을 대전에서 일로써 보답하고 싶다. 기본에 충실하며 진정성으로 시민께 다가서면 반드시 희망도 피어날 것이라고 믿는다”

-대전에 살면서 어떤 의정활동을 하고 있는지.

“손발이 닳도록 현장을 살피며, 주민들의 고충부터 헤아리려 노력하고 있다. 재래시장 상인들의 애환부터 노후 아파트 주민들의 상수도 문제까지 구석구석의 뼈아픈 민원을 해결하려 동분서주하고 있다. 정례 민원의 날을 개최하고, 충남도청 활용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정책토론회도 주도했다. 23일 각계 인사들과 원도심 부활을 겨냥한 막장 토론회도 열 계획이다. 효문화 마을 시설개선 사업을 위한 특별교부세 9억원을 따 중구에 지원토록 하는 등 짧은 기간이지만 지역 재원 확충에도 혼신을 다하고 있다. 대전시 부시장으로 퇴직한 아버지가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처럼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사랑받으라며 에리사란 이름을 지어주셨다. 그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진심을 다해 대전에서 마지막 공직 봉사라는 희망을 일궈내겠다”

-대전 원도심의 숙원인 도시재생 방안이 있다면.

“대전뿐 아니라 전국의 원도심은 지방자치 20년을 헤아리도록 한마디로 갈 길을 잃었다. 자생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낙후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근본적인 전략과 재원 투자가 이뤄져야한다. 원도심 재생도 메르스나 가뭄 사태에 대응하듯 정말 심각한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전의 경우 원도심 활성화의 주요 변수로 옛 충남도청 활용 방안을 꼽을 수 있다. 권선택 시장이 공약한 한예종 분교 설치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도청사의 활용 틀을 좀 더 국제적으로, 거시적으로 살펴야 한다. 뷰티산업 관련 교육시설이나 수공예 박물관처럼 해외 젊은이들까지 불러들일 수 있는 대안을 놓고 구체안을 검토중이다. 동ㆍ중구의 재생이 도시 균형발전으로 이어지고, 그래야 대전의 미래도 더 활짝 열릴 수 있다고 여긴다”

▦이에리사 의원은

1973년 제32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 우승의 주역이다. 우리나라 구기종목 사상 최초의 기록이다. 여성 최초로 국가대표 여자탁구팀 감독과 태릉선수촌장 등을 지냈다. 19대 국회에서 대한민국 체육유공자 제도를 신설하고, 체육인 복지법안을 발의하는 등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낸 살아있는 정책을 잇따라 빚어내고 있다. 내전을 겪고 독립한 남수단이 올림픽위원회를 창립하는 산파역을 맡아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이기도 했다. 미혼으로 태평동 버드내아파트에서 출퇴근하며 그저 고지식하게 의원 직분에만 몰두하고 있다. 세계 챔피언에 오른 뒤 충남도청 마당에서 ‘대전의 자랑스러운 딸’로 맞아준 시민들의 따뜻한 미소를 늘 깊이 간직하고 산다.

최정복기자 cj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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