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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화재 참사] “여탕이라 검사원들 못 들어가” 소방 점검도 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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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화재 참사] “여탕이라 검사원들 못 들어가” 소방 점검도 허술

입력
2017.12.24 17:5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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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점검 생략하고 결과 낸 듯

“비상구 안에서 잠가놨다” 증언도

화재가 발생한 충북 제천 노블 휘트니스 스파 2층 여성 사우나 비상구 입구에 손자국이 남아있다. 29명 사망자 중 20명의 사망자가 이 곳에서 발생했다. 연합뉴스
화재가 발생한 충북 제천 노블 휘트니스 스파 2층 여성 사우나 비상구 입구에 손자국이 남아있다. 29명 사망자 중 20명의 사망자가 이 곳에서 발생했다. 연합뉴스

제천 화재 참사 사망자 29명 중 20명이 집중됐던 2층 여성 사우나가 직전에 이뤄진 소방점검에서 제대로 된 검사를 받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점검에 나섰던 남성 인력들이 ‘여탕’이라는 이유로 2층 내부 점검을 생략하면서 안전 사각지대로 방치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블 휘트니스 스파는 지난달 30일 사설 소방시설관리업체에 의뢰, 정기 소방점검을 받았다. 매년 건물 사용 승인일이 속한 달에 점검을 받고 30일 이내 관할 소방서에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는 소방시설관리법에 따른 정기 검사다. 본보가 입수한 이번 점검 지적 내역서에 따르면, 이번 검사에서 관리업체는 ‘소화기 축압(소화기 작동 가능한 압력) 불량, 1층 스프링클러 헤드 배관 누수 등을 시정하라’ 등 몇 가지 사항을 지적했다.

그런데 이번 사고에서 가장 많은 인명이 피해를 당한 2층 사우나 내부에서는 아무런 지적이 나오지 않았다. 중앙 계단 쪽 연기감지기 작동이 불량하고, 분말소화기가 한 대가 설치돼 있다고 나오는데 이는 모두 사우나 외부 점검 결과다. 소방청 관계자는 “손님 반발에 남성 점검자가 여성 사우나 입구까지만 살펴보고 내부에는 진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님이 없는 시간대를 이용해 검사를 해야 했지만, 2층을 생략하고 점검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직원들은 “창고에 쌓인 목욕용품들이 2층 비상구 통로를 막았다는 부분도 실제 내부 점검이 이뤄졌다면 당연히 지적이 됐을 것이고, 이후 개선이 됐을 가능성이 컸다”고 주장했다. 이번 점검에서 지적된 소화기 축압 불량 등은 시정 조치가 이미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손님들이 비상구 방향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피해가 커졌다는 사고 분석을 보면, 지난 점검이 더욱 아쉽다. 직원들 말을 종합하면 비상구 표시가 비상계단 쪽 출입구에 돼 있었지만 목욕용품 등에 가려 잘 안 보였다는 건데 “이 역시 점검과 개선이 있었어야 할 부분이었다”는 것이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점검업체에서 잠시 목욕탕을 비워서라도 점검하고, 쌓여있는 물건을 지적 사항에 명시해 즉각 시정했어야(치웠어야) 했다”고 말했다.

점검 사항은 아니지만, 여탕이 있는 2층만 비상구 출입문을 안에서 잠가 놓았다는 증언도 여기저기서 나왔다. 3층에서 이발소를 운영한 김종수(64)씨는 “2층 비상구는 항상 굳게 닫혀 있었다”며 “여탕 탈의실과 바로 통하는 문이라 (혹시 누가 엿볼까 봐) 폐쇄회로(CC)TV가 있어도 불안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직원 역시 “쓰레기를 내놓거나 잠깐 외출할 때 비상구를 이용했다”면서도 “외부에서 열리면 안 되니 잠가놓고 안에서만 열 수 있게 돼 있었다”고 했다.

제천=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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